상실감에 대한 이야기_작가노트
상실의 느낌은 갑자기 찾아왔다.
당연한 주소에 대한 소속감은 분해되었고, 내 지나간 시간과는 관계없이 그렇게 찾아왔다. 등굣길을 잃어가듯, 할머니를 잃어가듯 주소도 잃어버렸다. 문득 시간의 흐름에 공포감 비슷한 것을 느끼곤 한다. 남아 있는 것은 기억 뿐이라고, 알콜에 휩쓸리는 것은 궁극적으로 망각을 위함이라고. 머릿속에 박혀 있는 그 모든 조각들은 마치 하늘을 부유하는 구름들처럼, 끊임없이 떠다니고 생성되고 제거된다. 의지와는 전혀 상관 없는 일이다.
언젠가 기억 속의 주소를 다시 찾으면, 그럼에도 망각한 일부의 것들이 낯설게 다가올 것을 알아 상실이라 느끼나 보다. 잃어버린 것이라고. 추억하는 것이 아니다.
한없이 익숙한 감각이 왜인지 너무나 뒤늦게 찾아와 쉽사리 취하지 않는 것도 언젠가는 없어질 것을 안다. 적응의 크기를 신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