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한 공간 사진이 이토록 매력적인 이유

전시 소개



‘현대사진의 거장’으로서 사진을 예술의 한 분야로 정착시킨 #칸디다회퍼(@candidahoefer_official)의 개인전 《RENASCENCE》가 5월 23일부터 7월 28일까지 #국제갤러리(@kukjegallery)에서 진행됩니다.





텅 빈 건축물 내부를 예리하고 명료하게 담아내어 ‘공간 초상’이라는 장르를 탄생시킨 칸디다 회퍼. 그녀의 사진은 오로지 건축물만을 담는데요. 사람 한 명 안 보이는 그 공허한 사진의 어떤 매력이 수십 년간 전 세계 사람들을 사로잡아 왔을까요?





독일 뒤셀도르프 예술학교에서 사진 수업(1976-1998)을 주도하며 걸출한 제자들을 배출한 ‘베허(Becher) 부부’의 첫 제자였던 회퍼는 1세대 베허 학파의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사진가로서 그녀의 초기 작품은 흥미롭게도 공간이 아닌 인물이 등장하는 ‘쾰른의 터키 이민자(Turks in Germany)’인데요. 독일에 사는 터키인들의 변화되는 생활과 환경을 지켜보고 싶다는 충동적인 동기였죠. 회퍼는 당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사람들의 공간‘을 방해하고 있다는 불편한 감정을 경험하는데, 이것이 장차 그녀의 모든 작업물에서 ‘사람 없는 공간’이 피사체가 된 역사의 시작입니다.





회퍼를 소개하는 국내외 많은 인터뷰와 일화에서 그녀의 ‘수줍은 성격’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와 함께 글쓴이들은 공간 초상에 대한 무겁고 진지한 해설을 덧붙이죠. ‘사람은 없으나 사람의 흔적이 남겨져 공간과 인간의 관계를 상기시키는’, ‘세월을 머금은 건축 공간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섬세히 묘사하는’, ‘오로지 자연광과 건물 조명만으로 대상을 담아 본연을 존중하는 인문학적 소양’ 등과 같은 찬사들이 그렇죠. 하지만 회퍼를 보고 있으면 그런 거창한 해석과는 어쩐지 어울리지 않습니다. 사람을 찍자니 다가서기가 어려웠고, 방대한 자연을 담자니 거친 모험가 기질이 아니었죠. 독일 태생으로 자국의 근사한 역사적 건물에 매료된 순간 사진가로서 자연스레 카메라를 들었을 뿐일지도 모릅니다. 꿈보다 해몽, 화자의 의도를 알 수 없듯 제가 바라본 칸디다 회퍼는 건축물이 발산하는 압도적 광경에 빠져 그것을 오롯이 전달하고 싶은 의도가 전부인 순수한 사진가입니다. 그래서 더욱 회퍼가 사랑스러워지는 순간이죠.





“사람도 저마다 성격이 다르듯이 공간도 마찬가지라 생각해요. 거만한 공간, 겸손한 공간, 친절한 공간, 수줍은 공간, 착한 공간 등 내게 공간은 모두 다른 성격으로 다가오죠.” 회퍼 작품에서 이국, 특히 동양 건축물이 등장하지 않는 것 또한 그것이 ‘낯설기’ 때문입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렌즈를 들이대는 무례함을 범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죠. 이번 개인전을 계기로 한국을 방문해 한옥을 경험한 회퍼가 우리의 멋을 고스란히 담아주길 내심 기대해 봅니다.


《RENASCENCE》

∙ 칸디다 회퍼, 공간 초상의 대가

∙ 2024.05.23 ~ 2024.07.28

∙ 국제갤러리, 서울 종로구 삼청로 54


📷 Candida Höfer, Kukje Gallery, Dalra Nam, World Photography Organis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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