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가 낸 골딘을 크루즈 캠페인에 참여시킨 이유
아티스트낸 골딘의 2025 크루즈 캠페인 이미지
#구찌(@gucci)의 2025 크루즈 캠페인 <We Will Always Have London>를 위해 세계적인 사진작가 #낸골딘(Nan Goldin)이 카메라를 들었습니다. 가수이자 배우 데보라 해리(Deborah Harry)가 택시 뒷좌석에 앉은 모습은 낸 골딘의 1991년작 ‘Misty and Jimmy Paulette in a Taxi in NYC’을 연상시키는데요.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바토 데 사르노(Sabato de Sarno)는 그의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로 ‘진짜 현실을 대변하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죠.
(좌) 낸 골딘의 <택시 안의 미스티와 지미 폴렛(Misty and Jimmy Paulette in a taxi NYC)> (1991)
(우) 낸 골딘의 <침대에서 낸과 브라이언(Nan and Brian in Bed, New York City)> (1983)
앞서 언급한 1991년 사진에는 젠더 정체성을 뒤집는 차림새를 한 드랙(Drag) 퀸이 등장합니다. 십대 시절 낸 골딘은 퀸즈 지역의 트랜스젠더 커뮤니티와 친숙했는데요. 그들에게서 발견한 아름다움은 곧 ‘The Other Side(1993)’ 시리즈를 탄생시킵니다. 사회적 소수자를 향한 낸 골딘의 이 같은 시선은 언니 바바라 골딘의 죽음에서부터 출발합니다. 50년대 미국의 보수적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작가는 인종, 성 정체성, 성적지향에 혼란을 겪었던 언니가 집안에서 수용받지 못한 채 12살에 정신병동에 보내지는 과정을 지켜봅니다. 급기야 18살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언니에 대한 일화를 슬라이드 쇼 작품 ‘Sister, Saints, Sibyls(2004-22)’를 통해 박해받던 초기 기독교의 성녀 일화에 빗대 전달하죠.
낸 골딘의 일생을 그린, 로라 포이트러스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 사태> (2022)
거대 제약회사와 맞서 싸운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 사태(All the Beauty and the Bloodshed)>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작가는 수술 후 의사에게 처방받은 마약성진통제 옥시콘틴으로 약물중독에 빠집니다. 이후 그는 해당 제약사 퍼듀파마를 소유한 새클러 가문이 약물 판매로 벌어들인 이익을 유수의 미술관과 대학에 기부하면서 일종의 신분세탁을 하는 것을 알게 되죠. 이에 작가는 단체 PAIN(Prescription Addiction Intervention Now)를 설립해 이들의 비윤리적 행태를 고발하는 시위를 벌이고, 결국 기부자 목록에서 새클러 가문의 이름을 지우는 소기의 성과를 거둡니다.
낸 골딘의 2025 크루즈 캠페인 이미지
자신이 발붙인 공동체의 면면과 기꺼이 살갗을 부대껴온 낸 골딘. 오는 11월 23일 베를린의 신 국립미술관(Neue Nationalgalerie)에서 50년에 걸친 그의 작업을 조망할 수 있는 전시 《This Will Not End Well》이 열리는데요. 베를린을 방문하긴 쉽지 않겠지만, 잠시나마 엿본 작가의 일생은 왜 우리가 그의 사진에서 시선을 뗄 수 없는지 들려줍니다.
Editor. 성민지
Image. Nan Goldin, 영화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