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에서 펼쳐지는 실험미술의 거장 이강소의 발자취 《풍래수면시》
전시 소개50년 전, 파리를 충격에 빠뜨린 작가
지독한 실험과 도전으로 결코 고여있지 않으려는,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이강소 화백의 《풍래수면시(風來水面時)》가 #국립현대미술관(@mmcakorea) 서울에서 대중과 만납니다.
이강소의 <무제75031> (1975)
이강소는 1970년대부터 실험적인 접근과 끊임없는 변칙으로 한국 현대 미술사에 큰 줄기를 뻗어온 인물입니다. 50여 년 전인 1975년 ‘제9회 파리 비엔날레’에서 선보인 <무제75031>이라는 작품으로 이미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었죠. 이 작품은 바닥에 석고 가루를 뿌린 뒤 살아 있는 닭을 말뚝에 묶어 그 위에 무작위로 새겨지는 닭 발자국을 관찰하는 퍼포먼스였는데요. 이처럼 작가의 통제를 벗어난 ‘무심코 일어나는 순간‘이 앞으로 펼쳐질 모든 이강소 예술의 핵심이 됩니다.
회화, 조각, 설치, 퍼포먼스, 판화, 사진, 영상 등 다양한 작업물에도 여전히 새로움을 좇는 이강소에게는 50년이라는 아득한 화업마저 못내 섭섭한데요. 타고난 예술가에게 반복될 틈이 없는 유일한 탈출구가 바로 ‘무아(無我)’였습니다. 자기 존재조차 잊은 채 우주의 거룩한 흐름 속에 떠맡겨질 뿐인 상태, 그렇게 발생한 수만 개의 ‘현상’ 중에 제일 흡족한 녀석을 골라내는 것이 이강소의 예술성입니다.
(좌) 이강소의 <무제-91137> 198 x 242cm, 캔버스에 유화, 1991
(우) 이강소의 <무제-92100> 131 x 162cm, 캔버스에 아크릴, 1992
사람들은 흔히 이강소를 ‘오리작가’로도 부르는데, 짙은 먹색 오일을 머금은 붓으로 일필휘지(一筆揮之) ‘써 내려간’ 그림에서 호수 위를 둥둥 떠다니는 오리가 자주 눈에 띄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강소의 뿌리가 추상 미술에 있듯,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오리가 아닌 거친 물살이나 나룻배 혹은 방울뱀처럼 다가오기도 합니다. 맞습니다, 이강소는 그 무엇보다 ‘관객의 자유로운 감상과 해석’을 추구합니다. 자신 역시 철저히 의도를 배제하듯 그 해석에서도 철저히 문을 열어두죠.
《이강소: 風來水面時 풍래수면시》 전경
이번 전시는 여든을 넘긴 이강소 화백의 오랜 예술 여정을 총망라한 기획으로 그의 실험적이고 철학적인 작업을 깊이 있게 조명합니다. ‘바람이 물을 스칠 때’라는 뜻의 풍래수면시는 송나라 성리학자 소옹의 시구에서 발췌한 것인데, 새로움에서 깨달음을 발견하려는 이강소의 철학을 투영한 제목인데요. 한국 추상미술의 본류로 여겨지는 한 예술가의 발자취를 함께 거닐어 볼 수 있는 귀중한 순간입니다.
《이강소: 風來水面時 풍래수면시》
∙ 이강소 예술 여정을 조망하는 대규모 전시
∙ 2024.11.01 ~ 2025.04.13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서울 종로구 삼청로 30
Editor. 전지은
Image. Lee Kang So, Gallery Hyundai, Kia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