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미 두 번 수상한 괴짜 디자이너
아티스트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중음악 시상식 ‘그래미 어워드’에서 두 차례나 앨범 커버 디자인으로 상을 수상한 그래픽 디자이너 #스테판사그마이스터(@stefansagmeister). 그의 30년 디자인 세계를 총망라하는 전시가 뉴욕 #SVA갤러리(@sva_galleries)에서 진행 중입니다.
1962년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스테판 사그마이스터는 파격적이면서도 재치 있는 그래픽과 타이포그래피를 활용해 사회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합니다. 그는 광고, 매거진, 패키지 등 그래픽디자이너의 전형적인 커리어루트를 밟아온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의 상업 디자인에서는 앨범 디자인을 빼놓을 수 없죠. 롤링스톤즈, JAY-Z, 루 리드 등 전설적인 뮤지션들의 앨범 커버 16여 개를 디자인해왔는데요, 뮤지션이 중요한 앨범 커버에서도 고유의 거친 타이포그래피, 강렬한 이미지, 그 속에 드러나는 유머를 볼 수 있습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1994년 록밴드 에이치피 징커스(H. P. Zinkers)의 <Mountains of Madness> 커버로 그래미상 후보에 올랐고, 2005년 토킹헤즈(Talking Heads)의 <Once in a Lifetime>와, 2010년 데이비드 번과 브라이언 이노의 <Everything That Happens Will Happen Today>로 그래미 어워드 베스트 패키지 부문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러나 사그마이스터를 일약 스타덤에 올린 작품은 1999년 미국 그래픽디자인협회(AIGA) 강연회 포스터입니다. 전라의 남성 상반신에 붉은 글씨가 빼곡히 새겨진 이 포스터는 본인의 몸에 칼로 글씨를 새긴 것으로, 디자인 작업의 고충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죠. 이 포스터는 ‘20세기 가장 충격적인 포스터’로 꼽혔습니다. 2012년 제시카 월시와 함께 공동 스튜디오를 열며 AIGA 포스터를 패러디한 두 사람의 누드 사진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파격적인 작업들은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그는 “대중의 이목을 끌었다면 디자이너의 의무를 다한 것”이라며 일축했습니다.
괴짜적 면모는 그의 창의력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데이치 프로젝트, 바나나 월’(2008)은 사그마이스터의 또 다른 대표작인데요, 전시회 오프닝에 1만 개의 바나나를 쌓아 만든 벽을 선보였습니다. 익은 정도가 다른 바나나로 “자신감은 좋은 결과를 생산한다”라는 글귀를 완성하고, 5주 간 방치하여 변화를 지켜보는 작업이었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프로젝트는 그가 행복을 위한 실험을 지속하며 깊은 메시지를 전하려고 노력해온 결과물입니다. 그는 7년간 일하고 1년간 안식년을 가지며, 행복을 위해 안식년 동안은 상업적인 일을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지니고 있는데요, 2008년 오바마 전 대통령의 선거 캠피엔 포스터 요청도 이 원칙 때문에 거절했을 정도죠. 대신 발리에서 휴가를 보내며 다음 7년을 위한 작업을 준비했습니다.
최근 그는 데이터를 시각화한 작품에 주력해왔습니다. 파편적인 미디어 콘텐츠가 만연하는 사회에서 삶의 질, 기대수명, 죽음, 빈곤, 범죄율, 온실가스 배출 등 지난 100년 간의 글로벌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확하게 현 시대를 바라보기 위함이죠. 지난해 11월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진행된 전시 《지금이 더 낫다》를 통해 그의 작품을 접한 분들도 많을 텐데요, 그는 객관적인 데이터로 보았을 때 우리 사회가 아주 조금씩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합니다.
사그마이스터는 디자인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좋은 디자인이란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그의 강렬하면서도 명료한 디자인은 후배 디자이너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죠. 그의 유쾌한 시선으로 복잡다난한 세상을 잠시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요?
《The Masters Series: Stefan Sagmeister》
• 사그마이스터, 타이포그래피의 강렬함
• 2024.08.29 ~ 2024.10.12
• SVA Chelsea Gallery, New York
Editor. 박현정
Image. sagmeister, S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