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보는 것이 보이는 것의 전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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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즘 회화를 선도하고 나아가 맥시멀리즘 조각으로 미술계를 사로잡은 프랭크 스텔라(Frank Stella, 1936-2024)가 지난 4일 림프종 투병 중 뉴욕 맨해튼 자택에서 향년 87세를 일기로 별세했습니다.





1936년 미국 몰든 출생으로 이탈리아계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스텔라는 역시 풍부한 표현력에 유머 감각을 겸비한 인물이었죠. 프리스턴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한 독특한 이력의 그는 사실 고등학생 때부터 그림을 배우고 대학에서도 미술 과정을 수료하는 등 타고난 재능을 닦아왔는데요. 잭슨 폴록과 같은 추상표현주의에 영향을 받아 ‘보이는 그대로’를 중요시한 ‘검은 회화’로 일찍이 미니멀리즘의 대가로 성장했습니다. 이는 고작 33세의 나이로 뉴욕현대미술관(@themuseumofmodernart) 최연소 회고전의 주인공이라는 역사로도 이어지죠.





“당신이 보는 것이 보이는 것의 전부다(What you see is what you see).”라는 스텔라의 유명한 발언은 종종 해석에 치중된 미술관 풍경을 비웃는 의미로 해석되어 비난받기도 하지만, 자기 예술에서만큼은 미술사적 지식에 따라 관객이 차별당하지 않도록 그저 보고 느끼면 되는 ‘평등한 감상’을 의미한 따뜻함이었죠. 페인트공으로 일하며 사용하던 붓과 물감으로 그려낸 줄무늬 패턴의 초기 회화부터 ‘성형 캔버스(Shaped canvases)’의 중의적 회화를 거쳐 다채로운 형상의 조각 작품까지. 평면 회화에서 ‘공간적 회화’로의 모든 여정은 결국 작품 자체로 관객을 즐겁게 하려는 마음씨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국내에서는 강남 포스코센터 마당에 설치되어 흉물 논란이 일었던 <꽃이 피는 구조물-아마벨 Amabel flowering structure-Amabel> 작품으로도 알려진 스텔라인데요. 수백 점의 비행기 잔해를 뭉쳐 꽃을 표현한 작품으로, 도시 미관을 해친다며 여러 차례 철거 위기를 겪으며 많은 미움을 받았죠. 비행기 사고로 목숨을 잃은 친구의 딸 아마벨을 기리는 이 조형물이 이제는 그의 유작이 되어 우리 곁에 남게 되었습니다.


📷 Artnet, Whitney, Christie’s, LAC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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