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감으로 지켜온 우아함
트렌드‘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박물관’으로 CNN에 소개되고 중국 주석, 독일 대통령, 싱가포르 총리, 벨기에 국왕 등 해외 국빈은 물론 브래드 피트, 마사 스튜어트, 빅토리아 베컴과 같은 세계적 명사가 방문해 감탄을 자아낸 이곳은 #한국가구박물관(@koreafurnituremuseum)입니다.
성북동 끝자락 고요한 주택가 사이로 살포시 내려앉은 한국가구박물관은 10여 채의 한옥과 2,000여 점이 넘는 고가구로 가득 채워진 국가 유산급 명소입니다. 우리나라 최초 여성 변호사인 고(故) 이태영 박사의 딸인 정미숙(77) 관장이 조성한 ‘우리가 살아온 방식에 대한 답’이 되는 곳이죠. 유학 시절, 한국을 향한 외국 친구들의 순수한 궁금증에 지레 발현했던 사명감이 수십 년의 노고를 거쳐 지금의 한국가구박물관을 만들었는데요. 이곳은 단순한 고가구 전시를 넘어, 우리 조상들의 삶을 공간 단위로 구현하여 시대를 초월한 현장감을 선사합니다.
핵심은 ‘복원’과 ‘보존’ 그리고 ‘조화’인데요, 1960년대부터 전국을 돌며 정처 없이 떠도는 한옥의 고재(古材)와 전통 가구를 옮겨와 간직된 세월을 지켜냈죠. 대문을 지나면 마중 나와 있는 우아한 궁집은 일제강점기 강제로 해체된 창경궁 일부를 매입해 옮겨 지은 것으로, 이곳의 숭고한 긍지를 대표합니다. 무엇보다 한옥과 고가구의 만남에서 비로소 우리네 정취를 깊이 감흥할 수 있는데요. 사람을 담는 공간(한옥)과 사람이 품는 물건(조선 목가구) 사이의 높이, 넓이, 폭, 깊이 그 무엇 하나 허투루 의도된 것이 없기 때문으로, 치열하게 탐구한 끝에 결실을 본 우리 전통 미학에 대한 정미숙 관장의 지혜가 오롯이 전달되는 순간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리 것에 별 관심을 안 두다 외국 디자이너가 극찬했다고 하면 그제야 관심을 가져요. 우리 문화가 얼마나 대단한지 자부심을 가져야 합니다.”
더 이상 실생활에서 찾아보기 힘든 우리의 고가구는 어느새 박물관에서나 접할 수 있는 낯선 물건이 되어버렸습니다. 실용성과 경제성이 뛰어난 현대 가구들이 선택받는 것 또한 시대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이기도 하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대체로 외국에 뿌리를 둔 다양한 양식과 구조의 디자인 가구가 국내 주거 공간을 가득 채운 마당에, 정작 한국가구박물관을 방문한 외국인들은 우리 고가구의 현대적이고 실용적인 미감에 매우 놀라워하는데요. 이러한 점에서 한국가구박물관은 우리 고유의 미학과 문화를 보존함은 물론 ‘부흥’의 기회 또한 조망하고 있습니다.
우리 조상의 얼이 깃든 공간에서 잊혀가는 아름다움을 다시 발견하고 과거의 가치를 현재로까지 되새겨 보게 하는 한국가구박물관, 정미숙 관장의 일생으로 이룬 (여전히 진행형인) 이곳의 품격이 성북동을 벗어나 전 세계를 감화시키고 있습니다.
Editor. 전지은
Image. 한국가구박물관, Exp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