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예술의 매력 속으로 떠나는 봄나들이
전시 소개4월의 사진전+이국적 맛집 코스 추천
따스한 봄, 자꾸만 밖으로 돌아다니고 싶어지는 계절입니다. 멀리 안 가도 돼요! 서울 시내 한 바퀴이지만, 멀리 외국 느낌까지 낼 수 있는 사진전 나들이 코스라면 충분합니다. 그 여운을 그대로 간직한 채 들러볼 이국적인 맛집도 함께요! 마침, 유독 눈에 띄는 두 사진전이 우리를 기다립니다. 전혀 다른 스타일로 세상을 보여주는 두 사진작가의 작품들을 만나, 사진 예술의 매력에 빠져보세요. 사진 감상 용어도 소개해 드릴게요!
롯데뮤지엄 <알렉스 프레거, 빅 웨스트>와 미국 냄새 폴폴! '오리지널 팬케이크 하우스'까지
알렉스 프레거, Susie and Friends, 2008 (출처: 알렉스 프레거 스튜디오)
롯데뮤지엄에서는 알렉스 프레거의 사진전 <알렉스 프레거, 빅 웨스트>가 진행 중입니다. 영화산업의 중심지인 할리우드가 있는 LA에서 태어난 알렉스 프레거(Alex Prager, 1979- )의 작품에는 영화의 향기가 납니다. 실제로 그는 영화 제작자이기도 하고요. 초기작부터 신작까지 작품세계 전반을 아우르는 이번 전시는 사진과 영상 총 100여 점이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빈티지한 색감과 미장센이 1950-60년대 미국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리고 왠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한 독특한 분위기와 상황이 표현되는 것도요. 프레임 너머를 상상하게 하는 사진들은 마치 극의 한 장면 같습니다. 언뜻 보면 알록달록한 사람들로 북적여 보이지만 가만 보고 있자면 묘한 긴장감도 감돌고 어쩐지 허무한 감정도 보입니다.
(좌) 알렉스 프레거, Speed Limit, 2019 (출처: 롯데뮤지엄)
(우) 알렉스 프레거, Pomona, 2021 (출처: 롯데뮤지엄)
어떤 영화의 한 장면을 캡처한 것일까요? 그러기에는 정적인 표정과 어색한 포즈를 볼 수 있을 거예요. 알렉스 프레거는 사진 작업을 위해 수백 명의 배우들을 섭외하고, 세트를 만들어 연출된 장면을 촬영합니다. 현실과 허구 어디쯤, 섬세한 감정을 담아낸 그의 사진은 “정교한 미장센”을 갖춘 것으로 소개됩니다. 장면 속에 무엇인가를 놓다’라는 뜻에서 유래된 ‘미장센(mise en scene)’은 프랑스어로, 한 화면에 담기는 시각적 요소를 구성하고 배열하며 결정하는 작업, 즉 연출을 의미합니다. 작가의 의도를 전면에 내세운 연출 사진인 그의 작품들을 만나 미국 감성과 현대인의 내면을 느껴보세요.
오리지널 팬케이크 하우스 (출처: 인스타그램 @oph.korea)
미국 감성에 푹 젖어든 상태 그대로 발걸음을 옮길 만한 곳은 ‘오리지널 팬케이크 하우스’입니다. 롯데뮤지엄이 위치한 롯데타워를 나와 10분 정도 걷다 보면 도착! 진한 버터밀크 팬케이크가 많은 사랑을 받아 세계적 체인으로 성장한 곳인데요, 미국 영화에서 본듯한 갈색의 둥근 의자들, 작은 사진들로 가득한 벽이나 커피를 담아주는 그릇 등 미국 냄새 폴폴 나는 인테리어와 소품들로 가득한 이곳! 버터 향 가득한 팬케이크와 두툼한 베이컨, 커피로 브런치를 즐기면서 잠시 미국 여행 다녀온 듯한 느낌을 즐겨보세요.
롯데뮤지엄
? 전시는 6월 6일까지
?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300 롯데월드 타워 7층
오리지널팬케이크하우스
? 서울 송파구 잠실로 209 B1층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안드레아 거스키>와 독일 가정식 레스토랑 '카키바움'
안드레아 거스키, chicago board of trade 3, 2009 (출처: 안드레아 거스키 홈페이지)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에서는 독일 라이프치히 출신의 사진작가로, 현대사진의 거장으로 불리는 안드레아 거스키(Andreas Gursky, 1955- )의 <안드레아 거스키> 전시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알렉스 프레거가 미국 LA의 감성으로 미장센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포착했다면, 안드레아 거스키는 조금은 멀리서 현대 사회와 문명을 웅장하게 담아냅니다. 이번 전시에는 1980년대의 초기작부터 코로나 시대를 담은 최근작까지 5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됩니다. 전 세계 최초 공개되는 작품도 있다고 하니 놓치면 아쉬울 거예요.
작품을 살펴보면요, 광각으로 접근하면서도 놀라운 디테일을 담은 장면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상황을 낯설게 보여줍니다.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사물이나 개개인의 구별이 무의미한 군중의 모습을 담은 그의 작품은 현대 자본주의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평가받습니다. 작품을 실제로 봐야 하는 이유는, 바로 크기입니다. 아래의 작품 ‘Paris, Montparnasse’는 가로 약 4m의 크기인데, 실제로 만나면 경이로움이 느껴질 정도예요.
안드레아 거스키, Paris, Montparnasse, 1993 (출처: 안드레아 거스키 홈페이지)
안드레아 거스키, 99cent, 1999 (출처: 안드레아 거스키 홈페이지)
그를 소개할 때 ‘유형학적 사진’이라는 말이 언급되곤 하는데 그게 무엇이냐면요! 일정한 형식으로 같은 종류와 모양을 모아 찍은 사진을 말합니다. 그리고 규칙성과 통일성을 특징으로 합니다. 안드레아 거스키의 사진을 보면 수직 수평이 강조되어 규칙적이고 반복되는 군중과 사물들이 마치 하나의 패턴을 이루는 듯합니다. 알렉스 프레거의 작품에 비해 좀 더 현실에 가까워 보이는 사진들이지만, 과연 있는 그대로의 모습일까요? 안드레아 거스키는 약간의 편집을 통해 유형학적인 특징을 더 극대화하면서 자신만의 시각을 녹여냈습니다. ‘99cent’에서 빼곡한 상품들의 모습은 각 부분을 찍어서 재배치한 것입니다. 상품들의 가격도 모두 99센트로 수정했다 하네요. 가까이 보면 상품 하나하나가 무엇인지 선명히 보인답니다.
카키바움 (출처: 인스타그램 @_kakibaum_)
독일 유형학적 사진의 여운을 그대로 이어서, 독일 가정식 레스토랑 ‘카키바움’을 방문해 보세요. 전시장을 나와 삼각지 역 쪽으로 10분 정도 걸으면 만날 수 있습니다. 마당에 감나무가 있어, 감나무를 뜻하는 독일어 카키바움으로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단독주택을 통째로 사용해 집과 같이 다정한 인테리어와 구조를 남겨두었어요. 감나무가 보이는 큰 창과 독일식 족발 요리 학센, 돈가스를 떠올리게 하는 슈니첼 등 독일 가정식 메뉴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 전시는 3월 31일부터 8월 14일까지
?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100
카키바움
?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52길 29
같이 알아두면 좋을 요즘 사진 전시
<오! 라이카 2022> 국제갤러리
<오! 라이카 2022> 전시 전경 (출처: 라이카 카메라)
팬데믹 속 미래에 대한 희망을 담아, 카메라 회사 라이카 코리아에서 개최한 사진전이라고 해요. 참여 작가는 랄프 깁슨, 박용만, 류준열, 신웅재, 앰부쉬 윤, 웨이드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 보셨나요? 그 배우 류준열이 맞습니다.
? 4월 1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54
<언커머셜(UNCOMMERCIAL): 한국 상업사진, 1984년 이후> 일민미술관
장덕화, 보그 코리아 2020년 12월 호 (출처: 일민미술관)
한국 상업사진이 걸어온 길과 독자적 스타일을 조명한다고 해요. 강혜원, 고원태, 곽기곤, 구본창, 김민태, 김보성, 김신애, 김영수, 김용호, 김태은, 김현성, 김형식, 김희준, 레스(LESS), 목나정, 목정욱, 박지혁, 신선혜, 안상미, 안성진, 안주영, 오형근, 윤송이, 윤지용, 이건호, 장덕화, 조선희, 홍장현 등 28인의 사진작가의 작품으로 한국 상업사진을 다시 발견하는 전시입니다.
? 4월 8일부터 6월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