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블랙을 독점한 예술가, 아니쉬 카푸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블랙, ‘반타 블랙(Vanta Black)’을 알고 계시나요? 빛을 99.965%를 흡수하며, ‘세상에서 가장 검은 안료’로 유명했던 이 검은색은 지난 2014년 서레이 나노 시스템(Surrey Nano Systems)이라는 회사에서 처음 개발했습니다. 가시광선뿐만 아니라 사람이 볼 수 없는 자외선과 적외선, 전파와 소리까지 흡수하면서, 과학, 군사, 항공, 우주 산업 등에 널리 활용되고 있는데요.

예술계에서는 단 한 사람, 바로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 b.1954)만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 반타 블랙의 제작 과정에서부터 거액을 투자하며, 독점 계약을 맺게 됩니다. 아니쉬 카푸어를 제외한 그 누구도 예술 작품에 반타 블랙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한 것인데요. 이 때문에 예술에 대한 자유권을 침해한다는 주장과 함께 예술계에서 아니쉬 카푸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당시 아니쉬 카푸어는 정당한 금액을 지불하고, 사용권리를 취득한 것이라는 태도를 고수했죠. 그렇지만 2019년 MIT 연구진이 99.995%의 흡수율의 ‘리뎀션 오브 베니티(Redemption of Vanity)’를 개발하면서 대중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검은색’의 타이틀도 함께 넘겨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는 아니쉬 카푸어의 시그니쳐가 된 ‘카푸어 블랙’.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이 검은 안료로 만든 신작이 현재 국내에서 전시 중입니다. 바로 국제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Anish Kappor》에서 반타 블랙 오브제 시리즈를 만날 수 있는데요. 국내에는 한 번도 소개된 적 없는 아니쉬 카푸어의 ‘그림자’(Shadow), ‘섭취’(Ingest)’ 등 거대한 조각과 함께 페인팅, 드로잉 시리즈 등 25점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전시장에서 아니쉬 카푸어의 반타 블랙을 직접 경험해 보세요.

⬜️ 아니쉬 카푸어: Anish Kapoor

? 2023년 10월 22일 까지

? 월-토 10:00-18:00 (일 17:00 까지)

? 국제갤러리, 서울 종로구 삼청로 54

? 국제갤러리, The Guard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