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에서 그림 작가로, 아티스트 문희뫼
인터뷰찬찬히 감정을 어루만지는 그림, 그리고 음악
싱어송라이터에서 이제는 미술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는 아티스트 문희뫼는 그림에서 시작한 음악, 그리고 음악과 연결된 그림으로 두 장르를 모두 껴안고 있습니다. 음악과 그림은 서로 대화하듯 영향을 주고받으며 그의 작업에서 공존합니다. 그 둘을 관통하는 문희뫼의 감성 속으로 초대합니다.
그림 뒤편에 있는 사람으로
난트의 작가 소개 글에 ‘싱어송라이터로서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음악 작업을 한다’고 하셨는데요, 영감이 이어진 과정이 궁금합니다.
프레데릭 레이튼, 화가의 신혼, 1864
어떤 결핍이나 동경, 열망에서 비롯되었다 생각해요. 어렸을 때는 미술을 잘 못했어요. 선 그리기도 힘들었고요. 커가면서 다른 사람들의 그림을 보면 경외심도 느껴졌습니다. 그림을 보면 그 반대편에 있는, 그린 사람의 성격을 생각해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어떤 생각과 느낌으로 그림을 그렸을까’ 떠올리면서 크게 오는 감정을 음악으로 풀어보고 있습니다. 제가 맨 처음 발매한 음원은 ‘화가의 신혼’인데, 동명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가장 큰 영감으로 기억에 남는 그림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빈센트 반 고흐, 꽃 피는 아몬드 나무, 1890
고흐의 ‘꽃 피는 아몬드 나무’입니다. ‘아몬드 꽃’이라는 제 음악도 이 작품에서 영향받아 만들었어요. 고흐의 인생 마지막 봄에 그린 마지막 꽃 그림이라고 해요. 정신병원에 입원 중이던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서 아들이 태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동생의 아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이 그림을 그렸대요.
그래서 그런지 이 작품은 고흐의 이전 작품들보다 더 생기가 넘치고, 새롭게 태어난 생에 대한 감정이 느껴지더라고요. 삶의 끝에 있는 순간에, 이제 막 태어난 동생의 아들을 위해 그린 그림이라는 것에서 삶과 죽음에 대한 대비가 느껴졌고 그 감정이 크게 와닿았습니다.
영감을 얻는 대상이었던 그림을 직접 그려야겠다 생각한 계기가 무엇인가요?
음원 발매를 위해 앨범 아트를 주로 다른 분들께 부탁해왔습니다. 그러다가 직접 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음원을 위해 시작해서인지 앨범에 최적화된 정방형 캔버스로 많이 작업 중이에요. 게다가 아직까지는 음악과 미술 두 가지가 분리되지 않고 있는데, 앞으로는 음원에서 독립된 형식으로도 작업을 시도해 보고 싶어요. 크기나 형태도 다양하게요. 제가 영감을 받았던 그림들은 주로 유화 작품이라, 유화를 선택했어요. 유화는 옛날부터 쓰이던 물감이다 보니 클래식한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따로 또 같이, 그림과 음악
문희뫼, 그대가 나를 사랑했던 시간에, 2022
‘그래도 사랑’ ‘그대가 나를 사랑했던 시간에’ 등 그림 제목을 보면 어떤 의미나 사연이 있는 것은 아닐까 상상하게 되는데요, 그림 제목은 어떻게 지으시나요?
제 노래의 제목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음악 작업을 동시에 하고 있어서 제목이나 가사를 그림에 담고자 하는 편이에요. 그 두 작품은 그림이 먼저 완성이 되었고 앞으로 같은 제목의 음원이 나올 예정입니다. 나중에라도 그림이랑 같이 감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문희뫼 작가의 작업실 모습. 주로 음악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린다.
작업 과정 중의 작품 모습. 표면의 질감이 두드러진다.
작품에서 비슷한 크기의 색면이 절제된 리듬을 가지고 쌓여 있는 거 같습니다. 이러한 표현 방식과 작업 방향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세요.
음악의 표현 방법이랑 연관이 있는 것 같아요. 음악과 그림 두 장르의 차이를 생각했을 때, 음악은 시간이라는 절대적인 흐름 속에서, 사람들 사이에 약속된 박자와 키 등의 구성요소로 표현하는 것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미술보다는 틀에 갇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미술은 얽매인 형식이 없기 때문에 좀 더 자유롭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음악의 규칙과는 다른 저만의 박자와 키를 정하고, 그것을 색깔과 패턴으로 배치했습니다. 이제는 아예 형태가 없는 추상적인 그림도 그려보고 싶습니다.
단색으로 이루어진 그림이 많아요. 작가님에게 색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색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림을 그릴 때는 풍경에서 영감을 주로 얻곤 해서, 자연에서 볼 수 있는 색을 제 그림에 담아보려 합니다. ‘모두 그대뿐이었다’라는 그림의 색은 제주도 새별오름에 핀 억새에서 옮겨온 색이에요. 작업을 위해 여행을 갈 때마다 사진으로 풍경의 느낌과 감정을 담아 남겨두려 노력합니다.
(좌) 문희뫼 작가가 찍은 제주 새별오름
(우) 문희뫼, 모두 그대 뿐이었다, 2022
서서히 물드는 감정
다른 사람의 작품을 볼 때도, 그리고 본인의 작업을 할 때 모두 ‘느낌’과 ‘감정’을 들여다보려 하시는 거 같습니다. 최근에 집중하고 계신 감정의 키워드가 있다면 공유해 주세요.
최근에는 ‘새벽’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저는 주로 음악을 들으며 작업하는데, 소리에 집중하게 되는 음악보다는 피아노 연주곡처럼 공간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호흡이 여유로운 음악을 들어요. 이런 분위기는 오롯이 저의 ‘감정’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데, 최근에는 ‘새벽’이 이런 역할을 해주는 것 같아요.
새벽에 해가 뜨면서 하늘의 색이 다양하게 바뀌잖아요. 어두운 회색에서 보라색, 붉은색, 그리고 아침이 되는데, 변해가는 색을 보면서 많은 감정들이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요즘 저의 감정 키워드를 꼽자면 ‘새벽’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사람들에게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나요?
‘보기 편한 그림이다’라는 생각이 드는 작가요. 제 작품을 보실 때 의미를 깊게 생각하기보다는 자연물이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여백을 느껴보시면 좋겠습니다.
+ 문희뫼의 추천 리스트
✔️ 문희뫼의 그림을 보면서 - 뭉 싱글 앨범 ‘꿈도 없는 잠’
‘뭉’이라는 밴드 활동도 하고 있어요. 두 곡이 수록된 앨범인데 제 그림과 같이 들으면 좋을 거 같습니다.
✔️ 문희뫼는 작업할 때 - 전진희 ‘숨’
음악 작업실에서 그림 작업을 하는 편이고 호흡이 여유로운 음악을 많이 듣습니다. 음악으로 귀를 쏠리지 않게 하는 음악들이요. 최근에 그림 작업하면서 많이 들었던 곡입니다.
✔️ 문희뫼가 같이 보고 싶은 -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빛: 영국 테이트미술관 특별전’
전시를 추천해 드리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최근에 다녀왔는데 거기서 본 그림이 다 너무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