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네 스튜디오는 왜 핑크일까
트렌드미니멀해서 현대적이고, 따스해서 친밀함을 주는 ‘북유럽 감성’은 특히 인테리어 업계에서 각광받아 온 하나의 미감이자 표현입니다. ‘그 지역 특유의 결’을 즉각적인 패션 분야에 잘도 뿌리내리며 핑크로 물든 브랜드가 하나 있는데요. ‘새로움에 대한 열망(Ambition to Create Novel Expression, ACNE)‘으로 창작 그 자체를 추구하는 곳, #아크네스튜디오(@acnestudios)입니다.
1996년, 스톡홀름에서 광고 에이전시를 운영하던 조니 요한슨은 ‘창조적인 활동’이라면 분야를 가리지 않는 천생 크리에이터였죠. 1년 뒤 자기 취향을 듬뿍 담아 지인들에게 선물한 레드 스티치의 데님 팬츠가 입소문을 타고 명성을 얻게 되는데요, 이것이 현재 전 세계에서 북유럽 감성을 대표하는 패션 하우스가 된 아크네 스튜디오의 출발입니다.
패션을 넘어 문화예술 영역까지도 아우르는 현재의 입체적인 이미지와 달리 초기에는 단순히 데님 전문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이를 용납할 리 없던 조니 요한슨은 아크네라는 이름에 걸맞도록 브랜드 쇄신을 단행하죠. 다양한 컬렉션 및 콜라보 진행, 양말부터 코트까지의 카테고리 확장, (일부 시장에서의 상표 등록 이유기도 하지만) 아크네라는 기존 명칭에 ‘스튜디오(창작의 발원지)’를 붙이는 것까지. 많은 변화에서 그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핑크’야말로 그 야심을 함축하는 아크네가 선택한 변화입니다. 핑크가 주는 뚜렷함이 도리어 촌스러움으로 인식되던 패션계에서, 그것을 과감히 메인 컬러로 선정하는 것에는 ‘필패를 불패로 뒤바꾸는 도전 의식’과 ‘진부함을 진보적으로 승화하는 창의적인 사고’가 담겨있는 것이죠.
아크네 쇼핑백이 칙칙한 모노톤에서 파스텔톤 분홍색으로 변신하던 순간의 시장 반응은 냉랭했습니다. 남들과 달라 보이고만 싶은 미숙한 전략으로 비판받기도 했는데요. 그러나 백화점에서 쏟아져나오는 수많은 무채색 쇼핑백 사이로 남다른 존재감의 핑크 쇼핑백은 보란 듯 선망의 대상으로 거듭났습니다. 조니 요한슨의 창조적인 통찰력이 이 순간을 위해 아크네를 핑크로 물들인 것이죠.
Editor. 전지은
Image. Acne Studi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