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 슬리먼이 선택한 작가들, 셀린느 아트 프로젝트
아티스트#셀린느(@celine)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에디슬리먼(@hedislimane)이 7년간의 수장 자리에서 물러납니다. 2019년부터 시작된 셀린느 아트 프로젝트는 그가 브랜드에 남긴 독보적 족적 중 하나인데요. 에디 슬리먼이 직접 예술가들에게 작업을 의뢰하거나 수집한 작품으로 셀린느 매장을 채우는 프로젝트로, 각지의 매장에서 그의 안목을 엿볼 수 있었죠. 그가 셀린느와 결별하게 된 지금, 프로젝트에 참여한 세 예술가의 작업을 통해 그가 셀린느에서 꾀해온 바를 살펴볼까요.
(좌) 로셸 골드버그(Rochelle Goldberg)의 <COMPOSITE RELEASE#3>
(우) 도쿄 아자부다이 매장에 설치된 로셸 골드버그(Rochelle Goldberg)의 셀린느 아트 프로젝트 작품
파리 생토노레의 향수 매장을 장식한 #로셸골드버그(Rochelle Goldberg)의 ‘COMPOSITE RELEASE#3’는 도자기에 유약을 발라 만든 마리아 얼굴상인데요. 뱀가죽처럼 연출된 표면이 동물성을 느끼게 함으로써 성상의 이미지와 충돌합니다. 또한 똬리처럼 구현된 외관은 이미지를 해독할 수 없는 대상인 양 봉인하죠. 이는 아무리 치장한 양 사람의 본질에 닿지 못하는 패션의 한계를 암시하는 듯합니다.
파리 뒤포 매장에 설치된 후 샤오위엔(Hu Xiaoyuan)의 <GRASS THORN III>
#후샤오위안(Hu Xiaoyuan)의 작품 ‘GRASS THORN III’은 파리 뒤포 매장에서 접할 수 있는데요. 그의 작품에는 한나라 이전부터 쓰인 원사 실크인 샤오가 빠지지 않습니다. 해당 작품은 샤오로 감싼 나무를 대리석 위에 올려둔 형태인데요. 쇠락해 가는 자연의 한순간을 고급스러운 직물로 붙들어 두려는 몸짓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매미날개만큼 얇은” 샤오 역시 시시각각 변화하는 소재입니다. 이는 영원할 것 같은 대상도 매 순간 와해되는 유기체와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한편 곤충의 집약적인 노동으로 만들어지는 샤오는 패션 산업 속 노동자들의 존재를 겹쳐보이게 하죠.
그르넬 매장에 설치된 오스카 투아존(Oscar Tuazon)의 2019 셀린느 아트 프로젝트 작업
셀린의 그르넬 매장 바닥을 차지한 #오스카투아존(Oscar Tuazon)의 작품은 운송 컨테이너 위에 철거를 앞둔 호텔에서 공수해 온 마룻바닥을 덧대 제작되었습니다. 그의 작품을 설명하는 용어로는 기존의 우아한 조형미에 반하는 경향으로 건축 구성요소를 드러내면서 기능에 충실한 건축 사조를 일컫는 ‘브루탈리즘’이 있는데요. 과연 “글로벌한 상거래가 이뤄지는 장”으로서 작품에 접근했다는 작가의 발언에서는 무수한 노동과 그에 대한 교환의 대가이자 유통의 끝에 자리한 하이패션의 위상을 재고하게 합니다.
(좌) 찰스 아놀디(Charles Arnoldi)의 셀린느 아트 프로젝트
(우) 일레인 캐머런 위어(Elaine Cameron-Weir)의 셀린느 아트프로젝트
이처럼 에디 슬리먼은 셀린느 아트 프로젝트를 통해 당연스럽게 여겨지는 명품의 위상을 흔들어 왔습니다. 지금껏 이 프로젝트를 거쳐간 예술가만 50여 명. 그의 다음 거처가 어디든 행보를 기대할 수 밖에 없는데요. 그가 새로운 하우스에서 그려낼 세계관은 또 얼마나 넓을까요?
(좌) 뱅크스 바이올렛(Banks Violette)의 2023 셀린느 아트 프로젝트
(우) 키라 프레이예(Kira Freije)의 셀린느 아트 프로젝트
Editor. 성민지
Image. Celine
인터뷰 발췌 <The Celine Art Project: At the Nexus of Art and Fashion, Sotheb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