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열기를 식혀줄 김희천의 공포영화

전시 소개



현재 한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미디어 아티스트 #김희천(b.1989)의 신작 ‘스터디’(2024)가 #아뜰리에에르메스(@fondationhermes)에서 상영 중입니다.





‘스터디’는 고등학교에서 레슬링을 가르치던 체육 교사 ‘찬종’에게 ‘학생의 실종’이라는 위기가 다가오면서 펼쳐지는 40여 분 가량의 짧은 공포 영화입니다. 공포 영화의 문법을 따른 이 작품은 주인공의 내면이 붕괴하는 모습을 담아냈죠. 어두컴컴한 공간과 소름 끼치는 사운드는 관객들의 기억과 내면에 내재된 체험적 공포를 불러일으킵니다.





지난해 제20회 아뜰리에 에르메스 상을 수상한 김희천은 한국종합예술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했습니다. 취미로 찍던 사진으로 우연히 작가의 길에 들어선 김희천은 런던 헤이워드 갤러리,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 아트선재센터 등에서 개인전을 한 바 있죠. 그는 지금껏 동시대 기술 환경과 문화를 통찰하는 시각으로 자전적 경험을 사진, 영상, 3D 모델링, 설치 작업 등으로 풀어내 왔습니다. GPS 시계 속 데이터를 통해 자전거 사고로 죽은 아버지의 마지막을 추적한 2015년 작 ‘바벨 3부작’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하여, ‘썰매’(2016), ‘집’(2017), 그리고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전시 <게임사회>에서 발표한 ‘커터 3’(2023)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표현 방식을 사용해 동시대의 현실을 첨예하게 드러내 왔습니다.





이번 신작에서 작가는 공포의 전면화를 위해 자전적 작업을 내려놓고 ‘영화 연출’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시도했는데요, 작가는 최근 발표된 공포영화가 화질의 발전으로 더 이상 무섭지 않게 되었다는 점에서 착안하여 영화적 촬영 기법을 이용해 촬영한 영상과 저해상도의 홈비디오 영상 두 가지를 사용한 것이 특징입니다.





생물이 느낄 수 있는 가장 원초적 감정은 공포입니다. 무언가를 무서워하고 거부하고 피하려고 하는 감정은 생존을 위해 필수적으로 발달한 감정인 것인데요. 가장 강력한 공포는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라고 볼 수 있죠. 하지만 현시대는 어떠한가요. 현재 존재하는 것 중 우리가 모르는 미지의 것은 거의 남아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라진 줄만 알고 있었던 과거의 디지털 파편까지도 끄집어내는 AI 검색엔진 등 고도로 발달한 기술이야말로 우리에게는 두려움과 공포를 주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마치 현실에서 이야기했던 주제가 곧장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뜰 때 느끼는 공포가 더 크게 다가오죠. 그럴 때면 마치 빅 브라더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듯 소름이 돋곤 합니다.


인공지능과 첨단 기술이 우리의 삶을 메우는 현실은 그 어떤 공포영화보다 소름 돋고 무섭기까지 합니다. 더 이상 빈틈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촘촘하게 발달한 기술 환경 속에서 작가는 인간의 원초적 감정마저 사라진 듯한 ‘공포’와 ‘무기력함’을 느꼈다고 합니다. 클리셰 가득한 공포영화는 오히려 ‘나’와 ‘세계’를 인식하는 인지 체계에 끊임없는 의심을 불러일으킵니다. 김희천이 풀어낸 공포영화는 우리가 진정 무엇을 공포로 느끼는지 확인케 합니다.


《김희천 : 스터디(Studies)》

• 사라진 레슬링 선수들, 공포의 환상성

• 2024.07.26 ~ 2024.10.06

• 아뜰리에 에르메스,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45길 7


Editor. 박현정

Image. Hermès, BB&M, MMCA, Art Sonje Center


#아뜰리에에르메스 #공포영화 #무기력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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