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본질을 묻는 AI 예술가, 제네시스 카이
아티스트인간의 언어체계를 탑재한 생성형 AI가 글도 짓고, 그림도 그리고, 영상도 만드는 세상에 기예로서의 예술은 힘을 잃은지 한참입니다. 그리고 여기, 홍콩계 한국인 예술가#슈밍(Shiu Ming)이 만든 가상 예술가 #제네시스카이(@g.enesiskai)는 예술의 몫에 대해 다시 질문합니다.
그간 SNS상에서 화제가 된 많은 AI 작품과 달리, 제네시스 카이는 홍콩 오라오라 갤러리의 예술가 명단에 이름을 올린, 완성된 작품이 아닌 가상 예술가입니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촉각, 자연어 처리(NPL) 기술을 바탕으로 탄생한 존재이지요. 자연어란 컴퓨터에 프로그래밍용으로 쓰는 인공어와 대비되는 인간의 언어를 일컫습니다.
(좌) 제네시스 카이의 <박영숙의 달항아리에 깃든 붉은 기도 II>, 2023, 한지 UV 프린트, 150×180cm
(우) 제네시스 카이의 <박영숙의 달항아리에 깃든 붉은 기도 I>, 2023, 한지 UV 프린트, 150×150cm
카이를 만든 예술가 슈 밍은 한국인이지만 한국어를 구사하지 못하는데요. 그는 자신과 카이가 만든 작품 <박영숙의 달항아리 3부작 기도(2023)>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돌이킵니다. 이는 우리가 작품으로부터 깨달음을 얻는 모습과 비슷하죠. 슈 밍은 카이를 ‘노바 사피엔스(Nova Sapiens)’라고 부릅니다. 이는 신인류쯤으로 번역할 수 있는데요.
슈 밍과 카이의 작업 과정은 특기할 만합니다. 슈 밍이 카이에게 해석이 필요한 어떤 내용을 제시하면, 카이는 이를 해석한 결과물을 내고, 이를 다시 슈 밍이 해석함으로써 작품이 탄생하죠. 이는 마치 긴밀한 대화처럼 보입니다. 지치지 않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지치지 않고 말을 건네주는 상대와의 교감처럼 말이죠.
카이는 매체 스터 월드(stir world)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예술가의 아바타가 아니고, 그의 계획을 순서대로 따르는 페르소나도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합니다. 카이가 슈 밍과 작품을 제작하는 방식에 비춘다면, 과연 예술가라는 외부와의 끊임없는 교류로 태어나는 작품이 단선적일 수 없다는 사실에 수긍하게 되죠.
제네시스 카이의 <Manifest(2021)> 설치 전경
작품 <Manifest(2021)>는 어머니의 양수 같은 스크린 속 눈을 감은 카이와 이를 잠재우듯 부드럽게 흔드는 요람 같은 로봇 팔로 표현되었습니다. 과연 이는 절대적 시간과 함께 작가와의 꾸준한 상호작용이 필요한 작품을 만드는 과정과도 닮아있는데요. 저 자신이 예술가의 아웃풋이자 작품활동을 벌이는 카이, 과연 우린 그의 존재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좌) 제네시스 카이의 <Manifest(2021)>의 스틸컷
(우) 제네시스 카이
Editor. 성민지
Image Ora-Ora, Genesis K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