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당신이 새롭게 주목할 트렌디한 아트페어 4
트렌드아트바젤 홍콩이 무려 4년만에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작년까지는 규모를 크게 축소하고 관람도 제한되었지만, 올해는 21일 성대하게 막을 올리고 내일부터는 일반 관람객에게도 오픈을 시작합니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인 이 행사의 흥행 여부에 예술계의 많은 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요. 그러나 우리가 즐길 아트페어가 프리즈나 아트바젤만 있는 것은 아니죠. 취향이 뚜렷한 컬렉터에게 더욱 반가울 아트페어를 소개합니다.
LA에서 힙한 갤러리 작가를 만나려면, 펠릭스 아트페어(Felix Art Fair)
펠릭스 아트페어는 아트 컬렉터인 딘 밸런타인(Dean Valentine)과 아트 딜러 알 & 밀스 형제(Al and Mills Morán)가 2018년 설립한 신생 로컬 페어입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힙한 갤러리의 작품을 보고 싶을 때 놓치지 말아야 할 행사이기도 한데요. 독특한 점은 행사가 열리는 장소가 호텔이라는 사실입니다. 개최 기간 동안 갤러리는 호텔의 객실 하나를 각자의 전시 공간으로 꾸미고, 사람들은 객실을 오가며 조용히 작품을 관람합니다.
호텔 아트 페어는 1993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처음 선보인 후 종종 시도되는 방식인데요. 호텔이라는 의외의 장소가 주는 재미와 특별함, 같은 객실이라도 갤러리의 공간 기획과 작품의 성격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로 탈바꿈한다는 점이 페어를 더욱 신선하게 느껴지게 합니다. 특히 호텔의 분위기가 아트페어와 결이 잘 맞는다면 그 시너지는 훨씬 강렬하겠죠.
펠릭스 아트페어는 1927년에 지어진 더 할리우드 루즈벨트 호텔에서 열립니다. 이곳은 1929년 제1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개최되기도 했던 유서 깊은 건축물인데요. 고풍스러우면서도 LA 특유의 유쾌하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가득하며,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가 자신의 시그니처 무늬를 그려 작업한 수영장을 볼 수 있다는 것도 깨알 같은 재미입니다.
프리즈 LA가 열리는 매년 2월 개최되니, 독특한 아이디어로 잘 기획된 페어의 즐거움을 느끼고 싶다면 내년, 이 기간을 주목하세요.
유명한 컬렉터는 모두 모이는 성지, 나다(NADA, New Art Dealers Alliance)
나다(NADA)는 2002년, 뉴욕을 기반으로 한 비영리 예술 단체인 뉴 아트 딜러스(New Art Dealers)가 설립한 아트페어입니다. 이들은 대중에게 현대미술을 알리고 예술인이 함께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갤러리는 물론 비영리 단체, 대안 공간, 큐레이터나 연구가까지 예술 분야의 다양한 종사자와 활동을 도모하는데요. 그중 하나가 아트페어 나다입니다.
나다는 5월에는 뉴욕 맨해튼에서, 11~12월에는 마이애미에서 1년에 두 번 열립니다. 중소형 갤러리가 주로 참가하는 작은 규모이지만, 미래가 유망한 신진 작가의 작업, 디지털 아트와 같은 신선한 장르를 꾸준히 소개하며 아티스트 발굴의 성지로 자리 잡았습니다. 2022년 열린 나다 마이애미에서 신진 갤러리의 큐레이션을 맡았던 아트 딜러 제오나 벨로라도 사무엘스(Joeonna Bellorado-Samuels)는 “사람들은 나다에 내일의 스타를 발견하기 위함만이 아니라 미술계에 어떤 시대정신이 퍼지고 있는지를 알기 위해 온다"고 말하며 페어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올해는 5월 18일부터 21일까지 뉴욕에서 프리즈 뉴욕을 비롯한 여러 아트페어와 함께 도시를 아트로 한가득 채울 예정입니다. 다양한 예술 집단의 독특하고 새로운 작업이 궁금하다면 나다의 소식에 귀 기울여 보세요.
가장 진보적인 버전의 아트페어, 리스테 아트페어 바젤(Liste Art Fair Basel)
매년 6월,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는 아트 바젤은 명실상부 최고의 아트페어로 꼽힙니다. 페어가 열리는 기간 동안 도시 전체는 거대한 예술 축제의 장으로 변모하는데요. 이러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에는 볼타(Volta), 사진을 전문으로 하는 포토 바젤(Photo Basel), 솔로 프로젝트(Solo Project), 스코프 아트(Scope Art) 등 함께 열리는 수많은 페어와 전시도 한몫합니다. 리스테 아트페어 바젤은 그중에서도 가장 진보적인 위성 페어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리스테는 1996년에 시작해 30여 년 가까이 된 역사를 자랑하며, 신진 작가의 작품을 활발히 선보여 아트 바젤의 등용문으로 일컬어집니다. 퍼포먼스나 설치 작업, 날 것의 연출 등 실험적이고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작품이 많은 덕분에 현대미술의 최근 경향을 파악하기에도 좋습니다.
페어에 참가한 갤러리들은 리스테 아트페어 바젤의 강점에 대해 단순히 작품의 판매뿐 아니라 다양한 갤러리, 작가, 큐레이터와 소통하며, 예술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을 공통으로 언급합니다. 이러한 성격은 코로나19 이후 온라인으로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는 모습에서도 잘 느껴집니다. 페어 기간 동안 디지털 에디션인 리스테 쇼타임(Liste Showtime)을 열어 참가하지 못한 갤러리의 작품을 소개하는가 하면, 디지털 연구 포럼인 리스테 익스페디션(Liste Expedition)을 구축해 페어에서 선보인 작품을 아카이빙하고 다양한 큐레이션 콘텐츠를 발행하기도 합니다. 올해는 6월 12~18일, 온오프라인에서 그 모습을 동시에 선보일 예정입니다.
12월 마이애미 해변에서 예술을 즐기는 법, 언타이틀드 아트(Untitled Art)
아트 컬렉터는 마이애미에서 한 해를 마무리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5월이 뉴욕이라면, 12월에는 마이애미에서 화려한 아트위크가 펼쳐지기 때문입니다. 아트 바젤을 위시로 앞서 소개한 나다, 디자인 마이애미, 더 바스 등 다채로운 아트페어가 잔뜩 열립니다. 여름 햇살이 내리쬐는 바다에 한 해가 끝나간다는 의미가 더해져 더욱 낭만적이죠.
그중 언타이틀드 아트는 2012년 제프 로손(Jeff Lawson)이 설립한 독립 아트페어로, 아트 바젤에 출품할 만큼 유명하지는 않지만, 남다른 작업으로 주목받는 작가를 발굴하는 기회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프 로손은 철저하게 상업화된 기존 아트페어의 분위기를 탈피해 새로운 유형을 만들겠다는 도전정신으로 이 자리를 조직했는데요. 전 세계 예술 커뮤니티가 통합하고 서로 나누는 장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러한 노력은 그들이 운영하는 프로그램에서 잘 드러납니다. 2021년에 시작한 네스트(Nest) 섹션은 신진 예술가와 젊은 갤러리, 비영리 단체를 대상으로 부스 보조금을 지원해 페어의 진입장벽을 낮췄습니다. 또한 미술 역사가와 큐레이터, 학생을 대상으로 비평 교육 프로그램을 열어 페어의 개성을 더욱 뾰족하게 만들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세심하게 고려합니다. 부스용 텐트를 재사용하거나 가구를 가까운 학교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마이애미의 갤러리와 기관의 활발한 참여를 북돋우며 개최 지역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습니다.
아트페어를 단순히 작품을 사고파는 시장이 아닌 다양한 시각과 혜안을 나누는 장으로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페어입니다. 다른 페어와 달리 해변의 모래사장에 거대한 부스를 설치한다는 점도 무척 흥겹고요. 올해 12월 6~10일에 열릴 열두 번째 페어에서는 포스트 디지털 시대의 큐레이팅과 양성평등을 주제로 작품을 소개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