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희노애락을 보여주는 요안 부르주아의 공연

아티스트



우리는 매일 성공을 꿈꾸지만, 눈뜨고 밥 먹고 양치하고 잠자는 모든 일상은 놀랍도록 반복적입니다. 진부한 패턴 속에서도 우리는 무언가를 갈구하는 일을 멈출 수 없는데요. 이 이야기에 공감한다면, 현대무용계에서 아크로바틱 무용가이자 아트 디렉터로 활동 중인 요안 부르주아(@Yoann_Bourgeois)의 작품이 위안이 될지 모릅니다.





어린 시절부터 서커스에 매료됐다는 그는 프랑스의 국립서커스예술센터(Centre National des Arts du Cirque)와 국립현대무용센터(Centre National de Danse Contemporaine)를 동시에 수학했습니다. 그는 경력 초기 4년간 무용수로 활동 후, 2010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요안 부르주아 아트 컴퍼니를 설립합니다. 서커스와 무용을 결합한 그의 공연은 중력을 기반으로 한 안무와 무대 장치가 특징이죠.





그중 <푸가 트램펄린(FUGUE TRAMPOLINE)>(2016)은 필립 글래스의 곡 ‘Metamorphosis: Two’와 어우러져 단연 돋보입니다. 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높은 고지에 트램펄린과 흰 계단이 설치돼 있습니다. 무용수는 8단 남짓한 계단을 오르다가 넘어지고, 떨어지고, 미끄러지는 일을 반복합니다. 음악이 바닥을 튀어 오르면서 미세하게 달라지는 빗방울의 요동을 연상시키는 가운데 조금씩 변화하는 동작은 인물의 내적 변화를 그려냅니다.





요안 부르주아는 COSTA NAVARINO STORIES와의 인터뷰에서 작품에서 자주 쓰이는 계단에 대한 질문에 ‘어디가 위고, 어디가 아래인지’ 반문합니다. 계단을 오를 때마다 어김없이 좌절하는 인물은 보통의 일상을 보여줍니다. 계단은 우리가 성취하려는 대상이자 곧 우리를 굴복시키는 대상입니다. 트램펄린은 어제의 몸짓을 반복하게 하는 에너지이자 내적 동기를 암시합니다. 우리는 요안 부르주아의 공연을 통해 탁월한 성취도 결국 일상이라는 무늬의 일부임을 알게 됩니다.


요안 부르주아는 공연 예술을 지금 이 순간의 실존 예술이라고 말합니다. 그의 공연은 쉬이 잊곤 하는 현재를 단순한 모티프에 착안해 주시합니다. 유튜브에서 <푸가 트램펄린(Fugue Trampoline)>을 검색하세요. 매일 1인칭 시점으로 쓰이는 오늘의 희로애락을 한 걸음 떨어져 목도하고, 내일을 살아낼 힘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요.


Editor. 성민지

Image. Barcelona Move(YouTube), 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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