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렉터의 수집욕 자극하는 한국의 젊은 아트 퍼니처 작가 4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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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예술일까? 아니면 가구일까? 하나의 예술작품으로서의 가구를 의미하는 아트 퍼니처는 최근 국내에서도 여러 신진 작가의 작품이 주목받으며 독자적인 분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소재의 물성에 집중하고, 때로는 환상적인 형태와 질감을 구현하며 가구와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한국의 젊은 아트 퍼니처 작가 4인을 소개합니다.


산업재료로 구현하는 공예, 최원서

(좌) 개인전 《재배치》(2021) 전시 전경_최원서, Pattern of Industry Series
(중) Pattern of Industry_PF60 Side Table 01
(우) Pattern of Industry_PF60 Stool 02

창호를 비롯해 크고 작은 구조물의 뼈대를 이루는 재료인 알루미늄 프로파일은 더 강한 힘을 지지하기 위해 단면을 복잡한 형상으로 제작합니다. 자잘한 요철이 대칭을 이루는 단면은 기하학적인 문양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최원서 작가는 이러한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알루미늄 프로파일로 가구를 만듭니다. 지금까지는 숨겨지는 요소였던 단면을 반복해 여러 패턴을 창조하고, 이 패턴이 가장 잘 드러나는 방식으로 디자인하죠. 완성된 작품은 때로는 스툴이 되고, 테이블이 되는가 하면 조명, 벤치와 같이 다양한 모습으로 변모합니다.


2019년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의 크리에이터스 그라운드에서 알루미늄 프로파일을 이용한 작품 <패턴 오브 인더스트리>를 선보인 이후 여러 전시와 지면에 소개되었고, 2021년에는 데스커와 캐비넷클럽에서 신진 디자이너와 작가를 소개하는 전시 시리즈 ‘ARTIST ROOM’에 참여해 첫 개인전 《재배치》를 열었습니다. 이 전시에서는 알루미늄 표면을 산화시키는 아노다이징 기법으로 색을 더해 오브제로서의 미감을 한껏 보여주었죠. 지난해에는 디자인 매거진 『월페이퍼』의 넥스트 제너레이션 2022’에서 전 세계의 주목할만한 신진 디자이너 22인 중 한 명으로 뽑히기도 했습니다.


그는 ‘소재에 잠재되어 있던 내러티브를 발견하고 이를 가구의 조형으로 표현한다’는 문장으로 자신의 작업을 소개합니다. 최근에는 분쇄된 폐플라스틱을 3D 프린팅으로 적층해 켜켜이 쌓인 협곡의 지층을 표현하는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는데요. 그의 손을 거쳐 새롭게 발견될 소재는 무엇일지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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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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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꿈꾸던 바로 그 가구, 서수현

(좌)WARM WORM WRIGGLE시리즈의 소파Make your own couch ⓒ손미현
(중) 동글동글한 형태와 알록달록한 색감, 소재의 재미가 느껴지는Plumpy series ⓒ손미현
(우) 자석이 부착된 털인형을 붙여 각자의 거울을 연출할 수 있는 자석거울Fun fur ⓒ손미현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만지게 되고 풀썩 뛰어들어 앉고픈 가구가 있습니다. 부슬부슬한 털, 폭 파묻히는 패딩의 쿠션감은 의자에 앉거나 거울을 보는 행위를 마치 놀이처럼 느껴지게 하는데요. 여러 작품을 통해 톡톡 튀는 매력을 발산하며, 최근 아트 퍼니처 분야에서 크게 주목받는 작가, 서수현의 가구입니다.


그는 본래 패션을 전공했고 복수 전공으로 목조 가구를 배웠습니다. 졸업작품으로 발표했던 가구 작업이 사람들의 눈에 띄고 여러 곳에서 소개되며 가구 디자이너로 더욱 알려지게 되었죠. 패션을 배운 경험을 살려 텍스타일을 재료로 쓰거나 태피스트리, 터프팅 같은 기법을 가구에 도입하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눈으로 감상하는 여느 아트 퍼니처와 달리 서수현 작가의 가구는 만지고 직접 사용할 때 그 진가가 드러납니다. 직접 입고 움직이며 비로소 완성되는 옷을 만들던 경험이 녹아든 덕분이겠죠.


그는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만들었던 작업을 매개로 각자의 추억을 회상하는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고 말합니다. 말랑한 촉감, 비비드한 색채로 채워진 그의 가구를 감상하며 깊이 잠들어 있던 동심을 일깨워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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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hyunarch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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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처럼 녹아드는 소재들, 손상우

(좌) Kiri (Tray table), Korean paper, Resin, 280x280x230(h)mm, 2021, ⓒNational Folk Museum
(중) Opaque Weight (Chair), Korean paper, Resin, 360x425x810(h)mm, 2022, ⓒ516studio
(우) Tea Table, Korean paper, Resin, Zelkova, Traditional lacquer, 500x320x220mm, 2019, ⓒsangwoo son

서수현 작가의 가구를 풍선껌 같은 생동감이라 설명한다면, 손상우 작가의 작업은 수묵화의 고요함을 닮았습니다. 같은 아트 퍼니처이지만 정반대의 언어를 갖고 있는데요. 이 분위기는 작가가 사용하는 소재에서부터 비롯됩니다.


손상우 작가는 한지와 레진(합성수지)으로 가구를 만듭니다. 투명한 레진에 손으로 찢은 한지를 섞은 다음 틀에 붓고 단단하게 굳힙니다. 플라스틱은 본래 경쾌하고 가벼운 소재이지만 한지가 더해지면서 차분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로 변모합니다. 두 소재가 한 몸으로 섞여 전과는 다른, 작가만의 새로운 소재가 되죠.

그는 부유하는 안개의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방법을 고민하다 두 소재를 조합하는 방법을 떠올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조각난 한지가 굳어진 면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멈춰 있음에도 흡사 부유하고 가라앉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2021년에는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에서 기획한 아티스트 협업 프로젝트에 첫 번째 작가로 참여했습니다. 이 전시 《불투명한 연작》에서 안개를 형상화하여 선보인 작품은 디스플레이 공간을 몽환적이고 낯선 분위기로 채우며, 차분하고 정제된 공간에서 무신사 스탠다드의 제품과 잘 어우러졌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그는 희뿌연 세상에만 머물지 않고 한지의 색감을 은은하게 드러내거나 목재나 금속을 함께 사용해 가구에 견고함을 더하기도 하는데요. 그가 창조한 소재로 또 어떤 모습의 작품을 새롭게 보여줄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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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gwoo.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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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경함으로 가득 찬 별세계, 황다영

(좌) Under The Sea series - Mirror 02, 460x490x1500mm(비정형형태), mixed media, 2021
(중) Under The Sea series - Shelf 02, 540x1180x840mm(비정형형태), mixed media, 2021
(우) Under The Sea series - Table 02, 600x595x1370mm(비정형형태), mixed media, 2021

황다영 작가의 작품을 보면 가구라는 인식에 앞서 바닷속의 생명체가 먼저 떠오릅니다. 의자나 테이블의 전형적인 유형에서 벗어나 산호나 해초를 닮은 유기적이고 자유로운 형태를 하고 있죠. 비비드한 원색과 다채로운 질감도 시선을 집중시킵니다.


하나의 덩어리로 이루어진 가구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자글자글한 돌과 사이사이에 자리한 실리콘의 텍스처가 보입니다. 인테리어나 조경에서 사용하는 자갈에 알록달록한 색을 입히고, 형태를 만든 다음 고정해 완성합니다. 거칠고 단단한 돌과 부드럽고 말랑한 실리콘은 정반대의 특성을 지녔지만, 자유로운 형상과 색의 옷을 입고 조화롭게 어우러집니다.


자연과 그 속의 생물은 황다영 작가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원천입니다. 특히 바닷속 세상은 인간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이기도 하고, 다양한 생물과 무생물이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어우러지는 모습 때문에 매우 큰 영향을 받는다고 소개하는데요. 자연에 그의 상상과 감각을 더해 꾸려낸 흥미로운 세계를 자유로이 유영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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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ounghwang

www.dayounghwang.com

정경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