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사마 야요이의 고통은 예술이었다
이슈동글동글 무한한 점으로 대표되는 쿠사마 야요이(@yayoikusama_)의 유머러스한 예술은 종종 ‘장식적인 기교‘로 폄하 받지만 그녀의 행보는 매 순간 풍파를 일으키며 전에 없던 예술적 경험을 선사해왔습니다. 하지만 그 위대한 창작의 근원에 쿠사마 야요이의 고통이 서려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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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학대와 아버지의 외도, 전쟁이라는 혼란한 시대 속 어린 나이의 쿠사마는 일찍이 정신 질환을 겪으며 100세를 앞둔 현재까지 평생 강박증, 우울증, 자살 충동에 시달렸습니다. 환각 속에 등장한 무한한 점들이 쿠사마의 소재가 된 것은 어쩌면 필연적인 것으로, 쿠사마에게 예술은 자기 보존을 위한 치유의 과정이었죠.
환각 증세인 무한 증식의 점, 쿠사마는 그 고통을 마주함으로써 비로소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캔버스를 넘어 공간마저 뒤덮는 점의 반복 속 희미해져가는 자아, 무아의 경지만이 고통을 포함한 모든 감각으로부터 초연해질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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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사마의 트레이드 마크인 점 패턴의 노란색 호박. 이 또한 유년 시절 도피하듯 머무른 창고에서 수북이 쌓인 호박을 보며 그 익살스러운 형태와 온한 색감에 안정감을 느낀 쿠사마가 호박에 대한 애착을 작품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백인 남성이 지배한 20세기 미술계에서 동양인 여성으로 이룩한 쿠사마의 공적을 나열하기란 참으로 궁색 맞은 일이죠. 유기적인 형과 무한한 점으로 표현되는 쿠사마 예술이 어느덧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겉보기에 유쾌하고 발랄하기만 한 작품들이 사실 고통 속에서 피어난 꽃이라는 것을, 현재까지 50여 년을 정신병원에서 지내온 쿠사마 야요이의 애틋한 삶이 신중히 증명하고 있습니다.
📷 yayoi-kusama, Sotheby‘s, otafinear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