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 뉴욕이 환호한 이건용의 전위예술
아티스트작년 뉴욕, 1세대 행위예술가 #이건용(@leekunyong79)은 페이스 갤러리(@pacegallery)와 구겐하임 뮤지엄(@guggenheim)에서 그의 행위예술 대표작인 ‘달팽이 걸음’ 퍼포먼스를 선보였습니다. 두 번의 퍼포먼스 모두 뉴욕 관람객들의 환호와 박수를 받았죠.
이건용은 82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회화, 설치, 퍼포먼스 등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는 1970년대 우리나라에 행위예술을 정착시키고 발전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당시 행위예술은 평면 회화나 조각과 달리 ‘불온 문화’로 여겨졌지만, 이건용은 이를 ‘예술의 근원’을 묻는 매체로 활용했죠.
이건용은 “예술의 매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체”라고 말합니다. 초기작 ‘장소의 논리(1975)’는 바닥에 원을 그리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여기, 저기, 거기, 어디”라고 외칩니다. 아무것도 아닌 공간에 의미를 붙이면 ‘장소’라는 개념이 부여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이외에도 자연 자체에서 오는 아름다움을 모은 ‘신체항’ 연작과 ‘물 마시기’, ‘성냥 켜기’, ‘금 긋기’ 등 단순 행위를 형상화한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1976년 첫선을 보인 대표작 ‘신체 드로잉(Body Scape)’은 신체를 억압하고 제한한 상황에서 작가가 위치를 바꿔가며 화면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입니다. 캔버스 뒤에서 앞으로 팔을 뻗어 그리거나 손목에 깁스를 감거나 어깨를 축으로 고정해 그리는 식이죠. 대상을 인식해 ‘따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처음 붓을 잡은 것처럼, 몸이 닿는 대로, 손이 가는 대로 그려 형상을 마주해가는 것입니다. 이렇듯 장소와 신체가 만나면서 일어나는 ‘이벤트’는 이건용의 작품관을 이끄는 핵심입니다.
1979년 상파울루 비엔날레에서 선보인 ‘달팽이 걸음’은 쪼그려 앉아 손에 분필이나 붓을 들고 획을 그으면서 앞으로 느리게 전진하는 퍼포먼스입니다. 그가 고행하듯 반복적으로 그려나간 선은 ‘생명’을, 천천히 걸어가면서 지워지는 두 줄의 발자국은 ‘소멸’을 상징합니다. 우리의 삶에서 생성과 소멸이 반복되는 것처럼요.
플라톤은 예술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모방한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예술은 필연적으로 사람의 생각과 손길 아래 존재할 수 있죠. 이건용에게 행위 예술은 소통의 창구입니다. 그가 앞으로 어떤 메시지 전할지 귀 기울여보세요.
Editor. 박현정
Image. Pace Gallery, Guggenheim Museum, e-flux, 갤러리현대, 리안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