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A가 소장한 못생긴 의자
트렌드‘사무용 의자계의 에르메스’로 불리며 회사 복지 수준의 척도가 되기도 하는 #허먼밀러(@hermanmiller)의 ‘에어론 체어’를 아시나요? 출시 초기 못생긴 의자로 조롱받던 이 의자가 이내 #뉴욕현대미술관(@themuseumofmodernart)에 영구 소장되며 가구 역사에 뚜렷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가구 특히 의자에 관심 두다 보면 반드시 마주하게 되는 브랜드가 하나 있죠. 혁신적인 디자인과 우수한 품질 및 성능으로 미국을 대표하는 가구 브랜드, 허먼 밀러입니다. 전신인 스타 퍼니처 컴퍼니(1905)를 비롯해 허먼 밀러(1923)로서의 본격적인 출발부터 돌아보아도 그 역사가 100년을 넘을 만큼 오랜 시간 사랑받아 온 가구계의 주역인데요. 미드센츄리 모던(1940s-1960s)으로 불리는 리빙 디자인 황금기에 조지 넬슨, 찰스 & 레이 임스, 이사무 노구치와 같이 디자인사의 아이콘 된 인물들을 배출하며 근현대 가구 시장을 선도해 왔습니다.
디자인을 본위로 삼고 수많은 걸작을 소개한 허먼 밀러는 60년대 말부터 ‘단순한 멋 그 이상의 기술’을 탐구하기 시작하는데요. 정보화 시대로 넘어가는 20세기 후반의 고정화 된 사무 환경이 직장인 삶에 끼칠 부정적 영향을, 그래서 폭발적으로 증가할 사무 가구의 수요를 눈치챈 기민함이었죠. 1964년 조지 넬슨의 사무 가구 세트인 ‘액션 오피스1’과 1968년 칸막이로 공간을 분리하는 현 사무 공간의 원형이 된 ‘액션 오피스2’, 1976년 인체공학 사무용 의자의 초석이 된 ‘에르곤 체어’ 등 허먼 밀러의 페이지는 고품질, 고성능 사무 가구의 이미지로 새롭게 채워져 갑니다.
그리고 1994년, 이제는 허먼 밀러와 동의어처럼 사용 될 만큼 ‘궁극의 편안함’을 표방하는 가장 완벽한 사무용 의자로 인정받는 ‘에어론 체어’가 등장합니다. 빌 스텀프(Bill Stumpf)와 돈 채드윅(Don Chadwick)이 공동 디자인한 이 의자는 ‘불편함을 망각’ 시키겠다는 목표로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집대성한 결정체였는데요. 메시 소재의 탄성과 통기성, 높이와 기울기 조절, 좌판과 팔걸이 각도 조절 등 사무용 의자가 요구하는 현대적 기능을 정립했음은 물론 재활용 소재와 구조로 지속가능성을 추구해 공익성을 꾀하기도 했죠.
기능에 입각한 디자인으로 당시에는 꽤 파격적이었던 에어론 체어의 외모. 나무를 주 소재로 직선 위주의 모던함을 지닌 전통적인 사무 가구와 달리 불시착한 UFO에서 발견된 외계인의 물건처럼, 독특한 외형은 주목과 동시에 ‘못생겼다.’는 비판도 받게 되는데요. 1990년대 중후반 IT 붐과 함께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문화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작업 환경을 추구하는 CEO 사이에서 에어론 체어가 각광받기 시작합니다. 나아가 뉴욕 현대 미술관이 에어론 체어를 20세기 디자인 컬렉션에 영구 소장하며 혁신적인 기능과 미학을 제시한 아름다운 작품으로 인정했죠.
“인체에 직선이 없기 때문에 에어론 체어 역시 직선이 없습니다.”
돈 체드윅에 이런 답변에서 단단한 자부심이 느껴지는데요. 장차 구글, 애플, 메타, 카카오, 네이버, 배달의 민족(우아한 형제들) 등 21세기를 견인하는 글로벌 IT기업에서도 에어론 체어를 채택함으로써, 이 의자는 현대 직장 문화에서 꿈의 아이템이자 직원의 건강과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는 도구로써 자리매김합니다.
지금도 여전히 허먼 밀러는 혁신을 탐구합니다. 창작에서 난해함은 혁신의 전조, 새로운 시각의 개척자가 될 수도 있는데요. ‘더 나은 삶’을 고심하는 허먼 밀러의 본질적인 정체성이 이 브랜드를 끊임없이 도전하게 만듭니다.
Editor. 전지은
Image. Herman Mil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