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을 뚫고 나오는 인물을 보면서 어떤 순간을 떠올렸던 것 같다. 숨을 참고 공기에 닿을 때까지 막히는 숨을 참고 버텼던 순간을. 숨 막혔던 시간은 정말 찰나였지만 아득하게 길었다. 작품은 그 시간을 불러온다. 물 밖으로 내민 머리는 얇은 물막이 씌어 있고, 평온해 보이지만 숨을 못 쉬는 불안한 모습이다. 물감으로 얼굴과 머리칼, 물을 빚으며 회화에 양가적 감정과 힘이 충돌하는 순간을 구현한다.
물에 빠지는 순간. 코와 눈과 귀. 세상에 대한 감각이 닫힌다. 귀를 때리는 쿠앙 소리와 뽀글거리는 소리는 구멍들을 타고 들어왔던 모든 것들과 함께 멀어진다. 붙잡을 것도 없이 공기 방울들은 올라가고 나는 떨어진다. 이내 떨어지는 속도가 점점 줄어들어 어느 순간 정지하면 그제야 0의 지표로 올라갈 준비를 한다. 물속의 인체를 보며 남의 살을 만지는 것 같은 먹먹한 감각들에 이입되고, 시원한 장면을 바라보며 어딘가 서늘한 감정이 피어 오른다. 이것이 나를 캔버스 앞으로 이끌고, 몸이 가라앉듯이 물은 점점 생각을 심연으로 이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