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시안의 집에서 탄생한 바스키아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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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갤러리스트 래리 가고시안(Larry Gagosian)의 집에서 탄생한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의 자화상이 지난 11월 16일 소더비 뉴욕 현대미술 이브닝 경매(Contemporary Evening Auction)에 나왔습니다. 1999년 이후 25년간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바스키아의 자화상 <Self-Portrait as a Heel(Part Two)>은 1982년에 제작되었으며, 무려 2.5m의 높이를 자랑하는 대작인데요. 이번 경매에서 4,200만 달러(한화 약 547억 원)의 높은 금액에 낙찰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바스키아 자신을 그린 단순한 자화상이라기보다는 백인 중심의 서구 예술계를 헤쳐나간 그의 자의식을 미묘하게 묘사한 작품으로, 뒤에서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을 표현함으로써 관람객의 직접적인 시선이 아닌, 자신을 바라보는 구경꾼의 관점으로 묘사합니다.


바스키아의 작품 중 걸작으로 손꼽히는 이 작품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당시 바스키아가 자신의 고향인 뉴욕을 벗어나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가고시안의 집에 거주하면서 그린 작품이기 때문인데요. 바스키아가 이 작품을 그릴 무렵인 1982년, 뉴욕에서 그는 이미 주류 미술계의 아방가르드 신동으로 떠오르며 비평가들의 찬사를 한몸에 받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던 로스앤젤레스에서 이 작품을 완성하고 가고시안 갤러리에서 열린 첫 서부 해안 전시에 데뷔하며 그의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이 작품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점은 바로 작품의 제목입니다. 작품명에 쓰인 ‘Heel(발뒤꿈치)’은 작가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요. ‘Heel’은 양말, 신발 등의 뒤꿈치뿐만 아니라 비행 청소년을 가리키는 경멸적인 표현 또는 프로레슬링 경기에서는 영웅 혹은 악당을 의미하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바스키아는 자화상이라는 고전적인 방식을 빌려 20세기 미국의 젊은 흑인 남성으로서 겪었던 문화적 고정관념과 소외에 맞서 싸우며 ‘Heel’과 영웅의 대립을 통해 자아의 이중성을 우회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약 25년 만에 소더비 경매에 다시 나타나 새로운 컬렉터를 찾은 바스키아의 기념비적 자화상을 사진으로 함께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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