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추 회사 사장님이 세운 미술관
기타경기도 양평군 강하면의 푸릇한 경관 사이로 완공 후 20년이 흘러서야 문을 연 #이함캠퍼스(@ehamcampus)를 아시나요? 언뜻 대학 캠퍼스처럼 보이는 이곳은 한 단추회사 사장님의 온정으로 피어난, 누구에게나 열린 미술관이자 카페이자 정원인 근사한 복합문화공간입니다.
뒤로는 양자산과 앞으로는 남한강을 두른, 풍수지리의 정수라는 배산임수 지세에 조성된 1만 평 대지의 이함캠퍼스는 근래 보기 드문 사적 자본의 공적 역할이 돋보이는 공간입니다. ‘캠퍼스’라는 명칭답게 고상한 분위기 속에서도 왠지 모를 자유로움이 넘실대죠. 띄엄띄엄 솟아있는 8개의 노출 콘크리트 건축물 사이로 짙게 깔린 들과 고요한 연못, 그 사이를 굽이치는 산책로가 여느 대학 교정만큼 걸음에 청춘을 더합니다. 스니커즈에 후드티, 책가방이 어울리는 미술관이죠.
‘써 이(以)’와 ‘상자 함(函)’의 ‘빈 상자’를 뜻하는 이함은 비우고 채우는지에 앞서 그 쓰임의 주체를 우리에게 건넴으로써 어찌하기를 강요하지 않는 자율성을 의미합니다. 캠퍼스라는 붙임은 그 주체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우리는 여기서 단순한 관람 이상의 자유로운 정서를 체험할 수 있죠. 이곳을 조성한 단추 제조업체인 두양의 오황택 회장은 사람들이 그저 거닐기만 해도 문화적 시야가 넓혀지는 영감의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눈치입니다. 그 마음씨가 참 수더분하고 고차적인데요. 재산의 80%인 약 600억 원을 기부해 두양문화재단을 설립한 이유 역시 ‘예술문화 공간이 촉진할 대중의 수준 높은 안목’을 소망했기 때문입니다.
재작년, 개관 즉시 찾아간 이함캠퍼스에서 느꼈던 평온함과 자유로움. 앞으로 이곳을 채워갈 다양한 가능성과 창의성을 기대하며 설레는 걸음으로 돌아섰는데요. 지금 이곳에서 펼쳐지는 《사물의 시차》 전시가 뜨거운 사랑 속에 오는 10월까지 기간을 연장했습니다. 현대 디자인의 모태가 된 20세기 가구 디자인 110점을 소개하는 기획전으로, 온유한 공헌이 깃든 이 아름다운 캠퍼스와 함께 세계적인 거장들의 기념비적인 디자인을 만나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사물의 시차》
∙ 20세기 디자인 가구 기획전
∙ 2023.11.10 ~ 2024.10.27
∙ 이함캠퍼스, 경기 양평군 강하면 강남로 370-10
Editor. 전지은
Image. eham campus,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