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스트가 전통 무용을 연출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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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kuho_official)라는 패션 브랜드로 일찍이 이름을 알린 #정구호(@jung_kuho)의 직업은 복잡합니다. 패션 디자이너로 출발했지만 그의 넘치는 재능과 끼가 다양한 예술의 문을 두드리다가 ‘디렉터’라는 마스터키를 쥐게 만들었죠. 의상 디자인부터 공간 디자인, 전시 및 페어 기획, 무대 연출 등 차근차근 쌓아 올린 정구호의 포트폴리오는 결국 ‘이 무대’를 위한 초석이었나 봅니다.





‘일무(One Dance)’는 하나로 열을 맞추어 춤을 춘다는 뜻으로, 국가무형문화재 제1호이자 유네스코 지정 인류무형유산인 ‘종묘제례악’에서 거행되는 춤을 말합니다. 같은 결의 한국무용인 ‘묵향(2013)’, ‘향연(2015)’에서 몇 번의 전통과 현대의 만남을 성사시킨 정구호는 더욱 노련해진 솜씨로 ‘일무(2022)’를 연출하며 자신이 추구한 이상적인 전통예술의 현대화에 근접했다 이야기합니다.





그의 모든 작업에서 엿보이는 미니멀리즘은 역시 일무를 지탱하는 기둥입니다. 의복부터 무대, 조명, 안무, 합, 음악까지 공연의 모든 요소가 날카롭게 정제되어 새롭게 탄생했는데요, 어쩐지 우리 고유의 멋이 여전함을 느끼게 하는 것은 정구호의 탁월한 실력입니다. 단순히 ‘간결함’만으로 현대의 멋을 성취할 순 없습니다. 앙상해질 정도로 전통예술을 끝없이 파헤치고 벗겨내어 본질만이 남았을 때, 다시 그것을 정의하고 설득력을 부여해야 하는 지극히 까다로운 작업이자 타고난 감각이 필요하죠.





일각에서는 예술가의 자기복제적 창작으로 전통의 훼손을 언급하기도 합니다. 공연의 상당한 요소가 전통 일무와는 전혀 다른 새 옷을 입게 된 탓이죠. 정구호도 이를 의식한 듯 10여 년 동안 전통 무용을 연출해오면서 단계적으로 변화의 강도를 조절했습니다. 전통이 소외되어 잊힐 바에는 ‘젊어짐’으로 꾸준히 기억되는 것이 더 나은 전통의 보존이라는 관점이겠죠.


📷 서울시무용단


난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