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존중을 위한 가장 적당한 거리
아티스트지난 10년간 자신을 방으로 초대해준 친구들을 촬영한 작가가 있습니다. 미셸라 브레달(@michella_bredahl)이 출판사 루즈 조인츠(Loose joints)에서 펴낸 사진집 <Love Me Again(날 다시 사랑해줘)>에는 작가가 오랜 기간 맺어온 애정 어린 관계들의 얼굴들이 들어있죠.
어린 시절, 작가는 덴마크 코펜하겐 외곽에서 어머니와 함께 거주했습니다. 작가가 6살 때 이혼한 어머니는 사회적으로 취약했고, 그녀가 살던 지역도 안전한 공간과는 거리가 멀었죠. 그녀는 소말리아에서 온 이웃, 폴란드 출신의 친구, 파키스탄, 터키, 이라크 출신 급우들과 학창 시절을 납니다. 작가의 십대는 각기 다른 문화적 배경과 취향, 일상이 묻어나는 친구들의 집으로 채워지죠.
카메라는 작가에게 양면적 경험을 안긴 대상입니다. 13살 때 집을 나온 작가는 14살 때 동네 비디오 가게에서 모델로 스카우트되죠. ‘운이 좋다’는 감상도 잠시, 그녀는 원치 않는 속옷 촬영에 동의하지 않은 사진이 잡지 표지에 실리는 경험을 합니다. 렌즈 앞에서 그녀는 모델로서 효용이 다할 때까지는 관심 받았지만, 정작 자신이 모델인 사진으로부터는 소외당합니다. 하지만 이후 사진작가 친구를 통해 소수자를 찍은 다이앤 아버스의 사진을 접하고, 펜탁스 필름 카메라를 선물 받은 뒤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작가는 카메라를 과거 불안정한 환경에서 밖으로 나돌았던 자신과 자신을 환대해준 친구들에 대한 기억을 소환하는 도구로 활용합니다. 촬영장소는 대개 친구의 집. 파티 풍선이 뒹구는 생일파티의 흔적이 남아있는 거실, 디즈니 토끼 인형이 뒹구는 드림캐처와 호쿠사이의 파도 그림 패브릭이 걸린 침실, 작가의 빨간 샤워 가운을 걸친 친구의 모습에서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친구들과의 한 시절을 담아냅니다.
미셸라 브레달의 사진에서는 서로를 허락한 관계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공기가 느껴집니다. 누군가를 방에 들이고, 또 초대받는 일은 자신을 드러내는 용기와 타인의 면면을 마주하되 침범하지 않는 온건한 마음을 지닌 두 사람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제가 가장 맘에 드는 사진은 작가의 친구 시빌라를 촬영한 사진인데요. 무릎에 턱을 괸 채 무언가를 쓰는 모델의 시선과 같은 눈높이에서 촬영된 사진은 감상자의 고개도 기울이게 합니다. 작가의 사진이 지닌 찬찬한 매력은 이 눈맞춤이 가능한, 적당한 거리에서 오는지도 모릅니다. 사랑과 존중을 위한 간격 말이죠.
Editor. 성민지
Image. Loose Joi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