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이 발굴한 올해의 아티스트
이슈싱가포르 예술가 호 추 니엔(Ho Tzu Nyen)이 #2024샤넬넥스트프라이즈(@chanelofficial) 비주얼 아티스트 부분에 선정되었습니다. 호는 동남아시아 지역을 관찰하고 사유하는 미디어 아티스트로, 학자적인 면모가 돋보이는 예술가인데요. 무엇보다 서구 열강에 의해 뭉뚱그려 ‘정의되어 버린’ 세계사를 향해 의문을 제시하는 작업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2021년 제정된 샤넬 넥스트 프라이즈는 문화예술 영역을 이끌어갈 차세대 인물 10인을 선정해 격년으로 수여하는 시상입니다. 수상자는 10만 유로와 함께 샤넬 문화 파트너 기관에서 2년간 멘토링 및 네트워킹을 지원받죠. 올해 심사위원에는 배우 틸다 스윈튼(Tilda Swinton), 미디어 아티스트 차오 페이(@cao_fei), 큐레이터 레거시 러셀(@ellerustle)과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hansulrichobrist) 등이 참여했습니다.
국내에도 여러 차례 전시를 진행하며 얼굴을 비춰온 호는 아시아에서 가장 독특한 도시국가인 싱가포르 출신입니다. 불과 수천 명 인구의 외딴 섬에서 식민지를 거쳐 세계 금융과 무역의 중심지로 성장하기까지, 싱가포르의 이야기는 복잡하고 극적인데요. 자국의 절묘한 지정학적 특성에서 비롯된 역사를 주제로 다양한 통찰을 제시하는 예술가입니다.
특히 2012년부터 이어오고 있는 <동남아시아 비평사전 The Critical Dictionary of Southeast Asia>은 호를 대표하는 작업입니다. 대항해 시대부터 세계대전까지, 서구 열강의 편의대로 규정된 ‘동남아시아라는 묶음’에 비판적 시선을 담은 미디어 작품이죠. 한편 2018년 ‘국립현대미술관 다원예술’에 초대된 호는 <의문의 라이텍 The Mysterious Lai Teck>을 선보였는데, 2차 세계대전 전후로 말레이 공산당 총서기를 지내며 훗날 프랑스, 영국, 일본의 삼중 스파이임이 밝혀진 실존 인물을 재조명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 역시 ‘개인사’를 끌어와 ‘역사’를 통찰할 수 있게 한 거시적인 담론을 제시하고 있죠.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신중한 사유와 관점을 제시하는 호의 예술이 다소 무겁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의외로 한 인터뷰에서 호는 작품의 ‘유연성’을 강조했는데요, 사려 깊은 작업과 무관하게 자신의 예술이 관객에게 직감적으로 다가가기를 소망했습니다. 세상을 향한 끝없는 질문이 곧 작업의 재료가 되는 호의 예술은, 타의로 정의된 자아의 주체성을 찾기 위한 뜻깊은 실험입니다.
📷 Chanel, Ho Tzu Ny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