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속하지 못하고 겉도는 것들. 김연우 작가의 영감

인터뷰


우연한 계기로 무언가를 좋아하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향수를 사용한다는 사소한 이유만으로 누군가가 특별해지기도 하죠. 작품이 좋아서 작가가 궁금해지거나, 작가가 좋아서 작품이 좋아지거나. 순서가 어떻든 상관없어요. 작가의 취향을 알고 나면 그의 작품도 새롭게 다가올 거예요. 무엇을 보고, 듣고, 생각하는지. 작가로서의 한 '사람'을 소개합니다.


김연우 작가는,


일상 속에서 어울리지 못하는 것들, 어딘가에 속하지 못하고 끼어 있거나 겉도는 것들, 혹은 속하였다가 배제된 것들을 유심히 들여다봅니다. 주변에 관계없이 꿋꿋이 자리하는 그들을 슬프게만 보지 않습니다. 흔하고 사소해 지나칠 법한 것들에게서 그들만의 아우라를 발견하고, 그들이 빛을 내는 순간을 포착합니다. 어딘가에 속하지 못하는 그들에게서 우리의 모습을 보고, 그들을 위로하며, 또 그들로부터 위로를 받는 과정을 이어갑니다.



빛을 발견하는 시선


Q1. 작가님의 작업에 대해서 소개해주세요. 주로 어떤 것들을 그리고 있나요?


동양화 재료를 중심으로 작업하고 설치나 도예 작업도 병행하고 있어요. 일상에서 방치되고, 정지된 것들에 시선을 두고 그 장면들을 재인식하는 과정을 통해 작업을 이어나갑니다. 작업에 주로 등장하는 대상은 주류의 공간이나 관계로부터 배제되어 밖에 놓인 식물과 화분들이에요. 그들에게 오래도록 머무는 시선에 집중하고, 저와 동일한 감정선을 찾아가며 심상을 투영시켜요. 개인적인 체험과 단상을 거쳐, 일상에서 자주 목격되는 사소한 것들을 계속 마주하며 그들이 빛을 내는 장면들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Q2. 작품에 등장하는 대상은 모두 식물인데요, 왜 식물에 작가님의 마음이 가는걸까요?


식물은 플랜테리어로도 불리며 단순히 인테리어의 한 소품처럼 인식되기도 하지만, 반려식물이라고 부르며 애정을 주고 가까이에 자리하기도 하는, 애매한 위치에 존재하는 대상이라고 생각돼요. 누군가 더이상 식물을 자신의 영역에 두고 싶지 않을 때 떠올리는, 처리 방법과 비용 같은 불편한 생각들에 떠밀려서, 방치된 공간에 하나둘씩 자리하게 된 식물들은 각각 그만의 인상적인 장면을 만듭니다. 자연스럽게 바깥의 공간에서 존재하던 식물들과의 관계를 생각하고 그들에게 저와 같은 부분을 찾아가며 저에게 끊임없이 질문해요.


Q3. 작품의 소재를 발견하기 위해 일상 속에서 관심을 두고 있는 장면/순간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보편적인 주류의 이미지를 따라가다 보면 개개인의 존재에 대한 중요성이 가려질 때가 있다고 생각해요. 주로 주위의 관심으로부터 동떨어져있거나 방치된 것들에 시선이 가요. 식물을 주대상으로 언급하지만, 겉도는 관계 속 동떨어진 사람들, 밖으로 내놓아져 방치된 동물들, 관심보다는 외면을 받는 순간들에 관심을 두고 있어요. 그들에게 공감해 때때로 과하게 몰입하기도 해요. 저는 그러한 대상들이 그 존재 자체만으로 가지는 에너지와 그 속에서 생성되는 주체적인 이미지들을 수집하는 것 같아요.



사소한 것들을 만나다


Q4. “밤 산책” 시리즈 제목처럼, 특정 시간대나 장소, 행동이 작품에 연결되는 경우가 있나요? 밤에 유독 잘 보인다거나, 산책을 하면서 많은 것들은 만나게 된다거나요.


여유로운 시간대의 평일 낮이나 너무 늦지 않은 저녁 산책을 좋아해요. 그때의 계절을 느끼며 저의 친한 친구인 반려견 소금이와 벤치에 앉아 주위를 바라보면 소소한 이야기들이 만들어져요. 평화로운 상태 속 빛나는 것들은 더욱 눈에 잘 띄는 것 같아요.



Q5. 작업의 주제에 몰두하게 된 계기나, 작업에 영향을 주었던 것 중 몇 가지를 소개해 주세요.


어릴 적 가족들의 사정으로 이유도 알지 못한 채 이사와 전학이 잦았어요. 초등학교는 세 곳이나 나올 정도로요. 그때마다 어떤 무리와 공간에 새로 적응해야 하는 긴장감이 이어졌어요. 이미 잘 자리 잡힌 환경에, 낯선 ‘나’라는 존재가 끼어드는 것 같이 느껴졌고, 스스로가 그곳에 어울리지 못하는 존재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일까 배제되거나 방치된 것들의 이미지는 저의 시선을 더욱 붙잡아요. 저는 주로 그들의 부정적인 이미지보다 매력과 빛나는 부분을 찾아내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어딘가에 속하지 못하는 그들에게서 때때로 저의 모습을 찾아내고 위로받는 과정을 계속해요.


Q6. 어딘가에 속하지 못하는 것들에 주목하면서, 그들을 더 특별하게 여기시는 것 같아요. 우리는 꼭 어딘가에 속해야할까요? 겉돌거나 배제되어도 괜찮은 걸까요?


일련의 상황들을 경험하며 어딘가에 속하려고 부단히 노력했던 적이 있었어요. 주류, 비주류의 경계를 만들고 그 구역 안에서 바쁘게 애썼는지도 몰라요. 이러한 것들이 앞서 말한 주류의 이미지를 따라가다 개개인의 존재 중요성이 가려지는 순간들이라고 생각해요.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들을 무겁게 안고 가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아요.



사소한 것들을 보기 위해


Q7. 작업을 위한 루틴이나 습관이 있나요? 감각을 깨우기 위한 작가님만의 운동 같은 거요.


작업실에 포장돼있는 작업들부터 예전 작업들까지 펼쳐놓고 멍하니 앉아있을 때가 많아요. 그럴 때 보통 차를 마셔요. 어릴 적부터 가족들과 차를 마시는 시간이 많았어요. 그 영향으로 작업실에 다양한 차기와 차 종류가 있어 그날의 기분과 어울리는 티백의 알록달록한 봉투와 차기를 골라보기도 하고 차를 내려마시며 감정을 전환하는 시간을 가져요.



Q8. 작업할 때 자주 듣는 음악이 있다면 추천해 주세요. 작품에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음악이나 분위기를 묘사해 주셔도 좋아요.


작업할 때는 특정 리스트를 만들지 않고 일부러 즐겨듣는 음악들을 제외하고 처음 듣는 음악들을 랜덤으로 재생시켜요. 다양한 것들을 환기시키고 싶어서요.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듯한 느낌이나 밝은 색감이 상상되는 분위기의 음악들이요!



Q9. 생각 정리할 때, 작업과 관련해서 자주 가는 장소 중 관람객들과 공유할 만한 곳이 있다면 나눠주세요.


재료를 사러 인사동에 자주 가는데, 재료를 사고 종각역 11번 출구를 따라 낙원 악기상가까지 걸어가는 길을 좋아해요. 전통적인 분위기 속 다양한 사물들과 사람들이 있는 풍경들을 따라 걸으면 많은 이야기들과 다채로운 이미지들이 축적돼요.



사소한 것들이 특별해질 때


Q10. 어딘가에 속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작가님의 세계에 들어와 특별해진 것들은 작품이 되어 새로운 존재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사소하면서도 특별한 것들이 이제는 어떤 공간에 놓이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배제된 그들이 제 시선에 닿았을 때 나타나는 긍정적인 심상과 에너지를 작업에 옮기며 위로받는 과정을 지속했어요. 무언가 채워지지 않을 때 힘을 충전해 줄 수 있고 위안이 되는 공간에 작품이 자리했으면 좋겠어요. 그곳은 굉장히 따스한 공간일 것 같아요!



김연우 작가의 화면에는 사소한 것들을 귀하게 여기는 사려 깊은 시선이 있습니다. 그의 작품은 그냥, 있는 그대로도 괜찮다는 위로의 손길을 내미는 듯합니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것 같아 생각이 많을 때 있잖아요. 그럴 때, 나를 좀 보라고, 꼭 어디에 속하지 않아도 괜찮지 않냐고, 사소하면서도 특별할 수 있다고, 말하는 다정한 식물 그림을 곁에 두면 왠지 든든할 거 같아요. 김연우 작가의 작품은 난트 웹사이트에서 감상 및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김연우 작가의 영감상자


  • 여유로운 시간대의 평일 낮이나 너무 늦지 않은 저녁 산책
  • 그날의 기분과 어울리는 티백의 알록달록한 봉투와 차기를 골라보기
  • 처음 듣는 음악들로 랜덤 재생 시키기
  • 종각역 11번 출구에서 낙원 악기상가까지 걸어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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