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독이 영감을 얻은 그림들
기타시각 예술로서 영화는 이미지에 대한 영감을 미술에서 발견하곤 합니다. 감독이 해석한 미술작품을 영상으로 번역하면서 새로운 장면이 연출되는데요. 감독의 단순한 취향을 나타내거나 시대적 맥락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로맨스부터 호러까지, 미술을 영상으로 표현한 네 영화 속 작가와 작품을 소개합니다.
∙영화 ‘캐롤(2016)’과 에드워드 호퍼의 <찹 수이(Chop Suey)>
1950년대 뉴욕, 손님으로 온 캐롤이 점원인 테레즈와 마주치며 시작되는 레즈비언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미국 사실주의 화가로 도시의 고독과 소외를 서정적으로 묘사한 호퍼의 작품이 당대 남성 사회 속 도시 여성인 두 주연의 억압된 상황과 감정을 묘사하는데 유용한 시각적 재료로 사용됩니다.
∙영화 ‘이창(1954)’과 에드워드 호퍼의 <밤의 창문(Night Windows)>, <호텔방(Hotel Room)>
스릴러 장르의 거장 앨프리드 히치콕은 호퍼 세계에 은연히 존재하는 서늘함에 반응했습니다. <밤의 창문(1928)>, <호텔방(1931)> 속에는 ‘관음’이라는 원초적 욕망이 존재했고 히치콕은 이 불편한 감정에 집중합니다. 다리를 다쳐 방에 갇힌 주인공이 온종일 창문으로 바깥세상을 관찰하는 모습은 어쩌면 감독이 해석한 호퍼의 또 다른 모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 ‘나 홀로 집에(1990)’, ‘스크림(1996)’과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The Scream)>
뭉크의 <절규>는 많은 매체에서 패러디로 쓰이는, ‘밈’의 조상 격 명작입니다. 비명이 들리는 것 같은 공포스러운 표현에도 왠지 익살스러운 느낌이 지워지지 않는데요. 이런 모순적인 감각으로 공포 영화의 아이콘이 된 ‘스크림’입니다. 어린 주인공 ‘케빈’이 성인용 스킨을 바르고 두 손을 뺨에 올린 채 소리를 지르는 씬은 <절규>를 오마주해 웃음을 자아내는 탁월한 연출이자 ‘나 홀로 집에’를 상징하는 명장면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