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vs 외설 논란의 올림픽 개막식
이슈센 강에서 펼쳐진 #파리올림픽(@paris2024) 개막식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다양한 예술 장르의 집합체였습니다. 현대무용, 발레, 음악, 패션,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등 가히 ‘전 세계 예술의 중심지’라는 타이틀이 아깝지 않았죠. 하지만 선정성, 종교 문제, 운영 오류 등 많은 논란에 휩싸이며 평가가 극단으로 나뉘었습니다.
개막식은 시작 직전까지도 뚜렷한 정보 없이 소문만 무성했지만, 지금까지의 틀을 모두 부순 혁명적인 쇼였습니다. 센 강변 6km를 따라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엔터테인먼트는 파리의 전경과 선수 입장마저 쇼의 일부로 녹여냈죠.
올림픽·패럴림픽의 개·폐막식 감독을 맡은 토마스 졸리(@thoma.jolly)는 앞서 “전 세계인들이 파리에 대해 갖고 있던 이미지를 뒤엎고 클리셰를 깨고 싶었다”며 기획 의도를 밝혔습니다. 그는 프랑스 국민 뮤지컬 <Starmania>를 락 오페라 뮤지컬로 부활시킨 젊은 연출가인 만큼 혁신에 자신감을 드러냈었는데요. 12막으로 구성된 대서사시는 ‘프랑스 예술과 문화를 기리는 의식’이자 모든 요소가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형태의 올림픽 개막식이었습니다.
졸리는 ‘자유, 평등, 박애’라는 프랑스의 3대 주요 가치를 재확인하고 치유와 화해의 손길을 내밀고자 했습니다. 올해는 프랑스 대혁명 235주년이 되는 해로, 혁명기념일이 개막식 바로 약 2주 전이었죠. 그래서였을까요. 대혁명 당시 왕족과 귀족들을 수감했던 콩시에르주리를 유명 헤비메탈 밴드 ‘고지라’와 함께하는 파격적인 혁명의 장으로 바꿨습니다. 특히 참수된 마리 앙투아네트가 혁명가를 부르고 창문에서 붉은색 리본이 솟구치며 피가 분출하는 듯한 모습이 연출됐는데요. 그 모습에 사람들은 ‘기발하다’는 호평과 ‘기괴하다’는 혹평을 보였습니다.
프랑스 대혁명은 민주주의의 시작이자 인종과 성평등의 씨앗이기도 합니다. 민주주의가 자리 잡으면서 여성 해방과 성소수자의 자유에도 불씨가 지펴졌죠. 특히 파리는 매년 6월 말 ‘파리 프라이드’가 열릴 만큼 ‘유럽의 LGBTQ 수도’로 꼽힙니다. 파리올림픽은 남녀 출전 선수의 성비가 5:5인 만큼 개막식에서도 성평등과 다양성에 대한 메시지를 넣으려고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다만, 유명 TV 쇼 ‘드래그 레이스 프랑스’ 출연진들이 펼친 런웨이 쇼 ‘The Celebration’에서 선정성과 종교적 논란이 일었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최후의 만찬’이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기독교계가 크게 반발했었죠. 논란이 커지자 졸리는 7월 27일 BFMTV 뉴스에서 ‘최후의 만찬’과는 관계없으며 “올림푸스의 신들과 디오니소스의 축제를 묘사하고자 했다”고 해명했지만, 여전히 논란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공연에 출연했던 DJ 바바라 부치는 살해 위협까지 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오프닝을 맡았던 #레이디가가(@ladygaga) 역시 논란을 피할 수가 없었습니다. 가가는 #디올(@dior)의 검정 새틴 드레스와 깃털 재킷을 걸치고 이브 생로랑의 뮤즈이자 카바레 댄서 지지 장메르(Zizi Jeanmaire)의 ’깃털 달린 내 것(Mon Truc en Plumes)’을 열창했습니다. 미국인인 그녀가 프랑스어로 프랑스 음악을 부르며 녹아드는 경험은 ‘톨레랑스’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생로랑(@ysl)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안토니 바카렐로가 1960년 생로랑이 장메르를 위해 만든 맞춤 드레스를 원작자의 존중 없이 카피했다며 분노했습니다.
수많은 논란과 함께 1세기 만에 파리로 돌아온 올림픽.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요? 혹은 우리가 사랑하는 ‘낭만의 도시’에 대한 인식 때문일까요. 담고자 하는 이야기가 너무 많고 운영 미숙함으로 ‘산만하다’, ‘프랑스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인종, 성, 국적에 구애받지 않고 ‘톨레랑스의 나라’ 역시 보여주었습니다. 여러분은 4시간의 긴 세리모니를 어떻게 보셨나요?
Editor. 박현정
Image. AP, AFP, Reuters,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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