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고 론디노네 작품 속 숨겨진 이야기

아티스트



30년 넘게 현대 미술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지켜온 #우고론디노네(@ugorondinone0). 그는 대표작 ‘nuns+monks’ 외에도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이는 작가입니다. 어두운 감정에서 사랑과 평화, 자연에 대한 경외심, 그리고 희망을 담은 긍정의 메시지를 피워내는 론디노네의 작품 세계를 돌아볼까요.





스위스 루체른, 알프스 산맥과 아름다운 호수의 도시에서 자란 론디노네는 이탈리아에서 이민 온 석공의 아들이었습니다. 대대로 섬세한 손길을 물려받은 그는 오스트리아 빈 응용 예술대학교에서 조각을 공부했었는데요, 당시 남자친구 만프레드 바이스너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었죠. 그러나 1988년 바이스너가 AIDS에 걸렸다는 것을 인지한 지 4개월 만에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이 사건은 론디노네의 작품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요. 그 역시 AIDS 감염에 대한 불안 속에서 자연에 의지하기 시작했습니다.





1989년 2월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그는 흑백 드로잉 작품을 그려왔습니다. 이 시기 작품들은 현재 그를 대표하는 컬러감 강한 작품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띕니다. 이 드로잉은 연인을 잃은 뒤 빈의 프라터 공원을 산책하면서 그린 스케치를 잉크로 완성한 것인데요, 구불구불한 선으로 화면 가득 자연의 모습을 그려 17세기 네덜란드 풍경화와 독일의 낭만주의를 연상케 합니다. 일기처럼 그려진 이 그림들은 그가 자연의 신성함에서 위로를 받고 긍정적이고 따뜻한 시선을 갖게 된 과정을 보여주죠.





비슷한 시기에 그는 원형 캔버스에 에어브러쉬로 동심원을 그려나가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과거와 미래를 함께 다루는 작업을 병행했습니다. 이러한 대비는 나아가 여성으로 변장한 자신의 모습을 그린 자화상 작품, 2000년대 조각들 등 매체의 상반된 성격을 실험하는 모습으로 발전해왔습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작품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눈여겨 보면 그를 이해하는 데 더욱 도움이 됩니다. 그는 무지개로 성 정체성을 표현해왔습니다. 1997년 무지개색 간판 ‘나이트 레인보우’를 선보일 당시 채택한 첫 문구는 ‘CRY ME A RIVER’이었죠. 이 시기 미국의 시인 존 지오르노와 사귀기 시작하면서 1999년에 이르러선 ‘LOVE INVENTS US’(사랑은 우리를 발명한다)라는 긍정적인 시귀로 바뀝니다. 2019년 지오르노가 세상을 등지자 그는 배우자와 함께 거주하던 뉴욕주 매티턱 해변의 일출과 일몰을 수채화 물감으로 매일 그려나간 ‘매티턱’ 연작을 선보이게 됩니다. 때론 새까만 바다가 일렁이고, 때론 태양이 노란 광채를 뿜어내기도 하는 작품을 보며 그의 심리가 어땠을지 유추케 합니다.





우고 론디노네의 작품 세계는 그가 부지런히 작업물을 쌓아온 것만큼 방대하고 넓습니다. 쨍한 색상의 거대한 수도승과 수녀 조각상들도 작품관을 함축적으로 보여주지만, 젊은 시절의 론디노네가 사랑에 빠지고 상심하며 만들어낸 작품들 역시 매력적입니다. 성실하고 진솔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낸 론디노네의 작품들은 누군가에게 위로와 희망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창의적인 영감이 되어줍니다.


Editor. 박현정

Image. Ugo Rondinone


#UgoRondinone #NunsMonks #NightRainbo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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