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연하면서도 단단한 표면의 황홀함. 육건우 작가의 영감

도예를 전공한 후 원단을 반죽하여 반복적 형태와 패턴을 연구해 자신만의 화면을 만들어 온 육건우 작가. 박서보, 정상화 작가의 오랜 팬이라는 작가는, 두 거장의 절제된 화면 위 다양한 감정의 텍스처 표현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


이세이 미야케(Issey Miyake), 안도 다다오(Ando Tadao), 최병훈 작가 등 육건우 작가의 호기심 어린 눈을 따라 다양한 영감을 만나보세요. 그것이 나에게는 어떤 새로운 영감으로 남을지, 호기심도 함께요. 패브릭을 매개로 한 창조적 행위, 그리고 반복과 변화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접하고 나면, 그의 작품을 더 깊이 읽을 수 있을 거예요.



◾️패브릭을 소재로 활용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평면적이면서도 입체적인 현재의 작업을 하게 된 데에는 학부시절 전공인 도예작업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흙을 고정하는 방법 중 하나로 원단을 활용하는 경우가 있어요. 이때 처음 원단에 대한 흥미를 느꼈던 것 같아요. 처음엔 부조 작업과 같은 형태로 원단을 반죽하여 이미지를 구현하였고, 반복적인 형태와 패턴을 연구하면서 현재의 작업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육건우 작가 작업 풍경(출처: 육건우)

저에게 패브릭이란 다른 물성과 결합하여 유연하면서도 단단한 형질을 찾아가는 신선한 오브제입니다. 패브릭을 매개로 한 창조적인 행위, 과정 그 자체가 저에게는 새로운 생성으로서 치유가 되었고 작업 세계의 근원적인 바탕이 되었어요. 작가 쿠사마 야요이(Yayoi Kusama)나 척 클로스(Chuck Close)의 작품에서 많은 자극과 영감을 받기도 했습니다.

쿠사마 야요이의 모습(출처: Yayoi Kusama)
척 클로스 'James' with close-up detail(출처: artyfactory)


◾️어떤 이미지에 관심을 두고 있나요?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 작가님이나 정상화 작가님의 작품을 특히 애정하고 있어요. 정말 찐 팬입니다. 박서보 작가님의 부조적 입체화면을 만들어내는 믹소그라피아(종이나 동판을 이용해 부조적인 입체화면을 만들어 내는 현대 판화기법)와, 절제된 색과 선을 활용하여 다양한 감정의 텍스처를 표현하는 정상화 작가님, 두 분의 작품 모두 언제나 저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합니다.

(좌) 박서보 ‘Ecriture(描法) No.140410’(출처: 박서보 스튜디오) (우) 정상화 ‘무제07-10-13’ 세부(출처: 국립현대미술관)

근래에는 더욱 반복과 변화에 초점을 맞추어 패턴화하고 있는데, 그중 반복적인 작업으로 생성된 작업은 잡념을 잊을 만큼 신비롭고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그 작업의 행위가 달콤하지만은 않아요. 작품을 매개로 삶의 무게를 표출하여 그 아픔을 벗어나거나 혹은 받아들이는 것이라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저의 작업을 애정합니다.



◾️어디서 주로 영감을 얻나요?


종종 해외 매거진 AD를 통해 미술 이외의 다양한 장르를 접하고 있습니다. 제가 호기심이 많은 편이에요. 이미지를 만들고 다양한 재료를 다루다 보면 조금 더 새롭고 신선한 걸 찾고 싶어지는데요, 결국 물성의 특성을 이해하면서 본질에 가까운 것이 가장 아름답고 완벽하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그것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너무 어려운 일이죠. 해체주의의 거장 이세이 미야케의 섬세한 주름 작업, 자연에 순응하면서도 빛을 담은 안도 다다오의 건축, 기교 없는 절제미로 중도의 미를 투영한 최병훈 작가의 작품을 볼 때마다 얼마나 많은 숙고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에 대한 깨달음을 얻곤 합니다.

안도 다다오 ‘빛의 교회’
(좌) 이세이 미야케, 플리츠 플리즈(출처: Irving Penn) (우) 최병훈 작가의 아트 퍼니처 전시 전경(출처: 최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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