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안목가가 모은 보물들

전시 소개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했다는 것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100년 전 사람들은 이 사실을 몰랐다는 점, 아시나요? #간송전형필(1906~1962)이 없었다면, 우리는 한글 창제 원리뿐 아니라 이 땅의 예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도 알지 못했을 겁니다. 그가 모은 보물이 있는 곳, #간송미술관(@kansongart)이 지난 9월 3일 대구에 상설전시관을 열었습니다.





우리가 문화·예술의 중요성을 인지하게 된 것은 불과 50년 전입니다. 1970년대 이전에는 전통의 미를 살피던 소수의 안목가들만이 그 가치를 알았죠. 전국에서 손꼽히는 대부호 가문에서 태어난 전형필은 문화재 수집에 인생을 바친 것으로 유명합니다. 나라의 주권과 민족의 자유보다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하던 혼란의 시대에도 문화재 수집을 계속 할 수 있었던 것은 스승인 위창 오세창의 의지와 혜안을 전수받았기 때문입니다. 오세창은 추사 김정희의 정신을 이어 통일신라부터 조선까지 흩어진 서예와 그림을 정리해 『근역서휘』를 출간했습니다. 전형필은 스승이 모은 서화로 전통 예술의 아름다움을 보는 눈을 키웠고, 막대한 자산으로 문화유산을 수집하고 연구했죠.





문화재 수집에 뛰어났던 그에게도 훈민정음 해례본은 평생의 숙원이었습니다. 해례본은 한글의 원리와 용법을 상세히 설명한 해설서입니다. 언어는 민족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매개체입니다. 아마도 한글이 잊혀져 가는 것을 보며 더욱이 해례본을 간절히 원했을 것입니다. 그는 1942년 안동에서 광산 김씨 가문의 가보로 전해지던 해례본을 은밀히 구했습니다. 당시 제시된 금액은 기와집 한 채 값인 천 원이었지만, 그 금액이 너무 적다며 10배를 지불했죠. 이렇게 귀하게 구한 해례본은 복사본을 만들어 한글학자들이 연구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대구간송미술관(@kansongart.daegu)은 건물 자체에도 전형필의 신념을 담았는데요, 쌈지길을 설계한 최문규 건축가가 안동의 도산서원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습니다. 진입부의 넓은 처마에 굵은 나무 기둥 11개를 세워 굳건한 정신을 표현했습니다. 계단식 기단과 터의 분절 등 전통 건축 요소를 접목하고, 한국식 정원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수공간도 포인트입니다. 개관전 《여세동보(與世同寶) – 세상 함께 보배 삼아》는 청자상감운학문매병, 훈민정음 해례본 진본을 비롯한 국보·보물 40건 97점이 전시됩니다. 간송미술관 역대 전시 중 가장 많은 보물이 나온 것인데요, 특히 신윤복의 ‘미인도’와 훈민정음 해례본을 각각 단독 전시실에 두어 내밀한 분위기 속에서 조용히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보다 개인이 더 중요해진 시대입니다. 애국의 의미 역시 옅어지고 있죠.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어도 진정한 가치는 변하지 않습니다. ‘문화로 나라를 지킨다’는 ‘문화보국(文化保國)’ 정신을 이어온 전형필, 문화유산을 지킨 그의 안목은 우리가 문화의 힘을 의심할 때 길을 밝게 비추는 등대가 되어줍니다.


《여세동보(與世同寶) – 세상 함께 보배 삼아》

• 분관 개관, 간송컬렉션 역대 최대 규모

• 2024.09.03 ~ 2024.12.01

• 대구간송미술관, 대구 수성구 미술관로 70


Editor. 박현정

Image. 간송미술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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