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의 전설 하랄트 제만

기타



전시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곳에 존재하는 #큐레이터. 이들의 선택이 곧 ‘검증’을 의미하며 예술 향유자는 덕분에 효율적으로 미술을 경험합니다.





오늘날 큐레이터의 중대한 영향력과 달리 사실 그 역사가 오래되진 않았습니다. 국내에서 큐레이터가 직업으로 등장한 것도 1990년 즈음으로 40년이 채 되지 않죠. 초기에는 그저 작품을 수집하고 관리하는 보조적인 역할로 인식되곤 했습니다. 그러던 중 1969년, 쿤스트할레 베른 디렉터로 임명된 28살의 한 젊은이가 <태도가 형식이 될 때(When Attitudes Become Form)>라는 전시를 선보이면서 큐레이터 역시 한 명의 창작자이자 기획자라는 가치관을 미술계에 각인시킵니다.





#하랄트제만(Harald Szeemann, 1933-2005), 큐레이터 세계에서 ‘전설’이라는 수식어를 독식하는 인물이자 ‘독립 큐레이터’ 개념을 탄생시킨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가 기획한 <태도가 형식이 될 때>는 기존 전시들처럼 완성된 작품의 따분한 나열이 아닌 ‘예술이 되는 과정’에 집중한, 당시로는 꽤 전위적인 형식을 취했습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작가의 제스처를 느낄 수 있는 작업실 같은 전시의 원형인 셈이죠.






정숙하지 못한(?) 현장감이 묻어나는 제만의 전시는 기괴하고 난해하다는 혹평도 받았으나 큐레이터 능력으로 전시 자체가 하나의 예술로 창작될 수 있음을 제시했습니다. 쿤스트할레 베른 관장직을 사임한 뒤엔 제만 자신만의 전시를 진행하며 독립 큐레이터 시대를 개척합니다. 오늘날 큐레이터 역사를 이야기할 때 어김없이 하랄트 제만이 등장하는 이유입니다.


📷 e-flux, Kaldor Public Art Projects, HNA, Artribune

난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