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트 모던이 선택한 88년생 한국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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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재료로 기괴한 형상을 창조해 불편한 감정을 자극하는 #이미래 작가가 영국 #테이트모던(@tate) 터바인홀에서 한국 작가 최초로 단독 전시를 개최합니다. 조각가로서 그녀가 창조한 예술은 정말이지 망측하고 제멋대로이며 나아가 고통스러워 보이기까지 하죠. 이미래가 추구하는 미학이란 무엇일까요. 그저 독창성을 강요받는 예술가의 숙명 때문에 발생한 무지성 망가짐일까요?





이미래 작가를 거두절미하자면 ‘망가지는 걸 좋아하는’ 손상의 예술가입니다. 이미래는 대학 시절 조르주 바타유의 『에로티즘』에서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는 아름다움 자체보다, 그것을 더럽힌 후에 오는 기쁨을 맛보기 위함이다.”라는 구절을 좋아했다고 합니다. 파괴라는 필연적인 섭리를 받아들이고 그로부터 오는 원초적 쾌락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미래의 예술은 문명화된 인간이 결국 맞닥뜨릴 ‘불쾌의 욕망’을 설득시킨다는 점에서 충분한 의의가 있습니다.





모든 예술가와 마찬가지로 이미래 작가 또한 꾸준한 실험정신으로 성장을 거듭했습니다. 단단한 물체가 염산에 녹아 내장이 드러나는 과정처럼, 석고와 콘크리트에서 흙과 윤활제를 재료로 점차 ‘물컹’해진 덕분에 비정형의 미가 극대화되면서 지금의 예술성으로 다듬어졌죠. 의도치 않게 작품이 더러워지고 망가지더라도 오히려 작품의 완성도가 올라가는 역설이 작가를 만족시켰습니다.





언젠가 인류의 진화 과정을 추적하는 다큐멘터리에서 현생 인류가 아직은 털복숭이일 때도 동료가 실수로 넘어지니 다 같이 폭소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습니다. 고통을 즐기는 변태적인 욕망이 본능이라는 것에 꽤 인상이 깊었는데요, 이미래 작가의 예술 속에서 그때의 감정적 환기가 다시금 일어납니다. 도덕성을 강요받는 문명사회 속 우리가 지레 숨기고 있던 망가짐에 대한 욕망을 해방시키는 이미래 작품을 보고 있으면 ‘그래, 어차피 우린 다 망가지는 걸 좋아해.’라며 속삭이게 됩니다.


📷 CURA, ZEMINAR, NYT, Art Viewer, ANTENNA-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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