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 조각가 16인의 치열함
전시 소개#아르코미술관(@arko_art_center)이 여성 조각가 16인의 작품을 엮은 전시 《집(ZIP)》을 오는 9월 8일까지 진행합니다. 조각 작품은 물질적 측면에서만 봐도, 질료적 특성과 입체적 형태를 통해 작가와 적극적으로 에너지를 주고받는다는 특성이 있죠. 워낙 작가 수도 많은 만큼 감상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작품 일부를 살짝 들여다봤습니다.
먼저 #이립(@leaplee_) 작가의 ‘Hollow’입니다. 멀리서 보면 오두막처럼 보이는 이 조각은 비걸(B-girl)의 할로우백 포즈를 형상화했는데요. 비걸의 격정적인 춤사위에서 이 같은 동작은 일순간이지만, 인체 부위마다 치밀한 균형이 뒷받침돼야만 가능하죠. 재미있는 점은 작품이 제작된 방식인데요. 작품은 건축물처럼 순차적으로 쌓아 올려지는 대신 나무를 엮고, 석고를 올리는 행위가 병행되며 만들어졌습니다. 곧 끊임없이 변화하는 무게중심과 물성이 호흡한 결과죠. 작품을 통해 우리는 가벼이 지나치기 쉬운 과정 일면이 어떤 치열한 싸움의 결과일지 상상하게 됩니다.
#정문경 작가의 ‘Yfoog’는 단순한 접근으로 새로운 관점을 환기합니다. 작품은 봉제인형을 뒤집어 솔기를 드러내는데요. 이는 한 개체가 온전한 형태를 이루려면 얼마나 많은 봉합이 있어야 하는지 짐작케 합니다. 그중에서도 작가는 유년 시절 친숙한 디즈니 캐릭터를 끌고 와 사회화된 페르소나를 벗지 못하는 어른의 피로감을 보여줍니다. 한편 이는 겉으로 드러난 천진함만으로는 타인의 내면을 다 알 수 없다는 함의로도 읽히죠.
#정소영(@soyoungchungsoyoung) 작가의 ‘응결’은 자칫 지나치기 쉽습니다. 알루미늄 주물을 녹여 굳은 형태가 전시장에 자연스레 스며있기 때문인데요. 작가의 히스토리를 보면 그가 땅의 표층과 토층, 심해를 넘나들며 우리가 환경과 맺는 관계를 탐색해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물이었다면 이미 증발했을 형태는 ‘지금 여기’ 나라는 존재에 대해 질문합니다. 어쩌면 존재란 곧 세상과의 접촉한 기록의 총합이 아닐까요. 물질성을 통해 다양한 질문을 던지는 아르코미술관의 전시는 오는 9월 8일까지 이어집니다.
《집(ZIP)》
∙ 2024 아르코미술관 창작산실 협력전시
∙ 2024.7.19 ~ 2024.9.8
∙ 아르코미술관, 서울 종로구 동숭길 3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
Editor. 성민지
Image. 아르코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