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여성 디자이너

기타


과학에 무지해도 아인슈타인을 알고 농구를 몰라도 조던을 아는 것처럼, 디자인에 낯설어도 이름쯤은 들어본 인물들이 있습니다. 조지넬슨, 디터람스, 조너선 아이브 등이 그러하죠. 대중이 아닌 전공자에게는 이러한 업계 ’스타‘ 말고도 꼭 접하게 되는 거장들이 존재하기 마련인데, 전공자 사이에서도 아직은 낯선 한 ‘여성’ 디자이너가 있습니다.



#샬롯페리앙 #CharlottePerriand (1903-1999), 발길과 시선을 머물게 하는 사랑스러운 작업을 선보인 프랑스 출신 디자이너입니다. 근대건축의 아버지로 불리는 르 꼬르뷔지에 사무소에서 출발해 피에르 잔느레와 함께한 그녀의 창작 인생은 지금까지도 여전한 ‘미드 센추리 모던’이라는 유행 속에서 가장 빛나는 이야기입니다.



그녀가 실무에 진출한 시기는 1920년대입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근거 없는 편견 속 농담처럼 멸시하는 일에 거리낌이 없던 모진 시대였죠. 르 꼬르뷔지에조차 스튜디오를 찾아온 스무 살의 샬롯 페리앙에게 “여긴 쿠션에 수놓는 곳이 아니다.”라며 엉뚱한 이유를 붙여 문전 박대합니다. 곧 그녀의 작업에 깊이 감탄 후 손을 내밀게 되지만요.



르 꼬르뷔지에 철자를 딴 ‘LC 체어’ 시리즈 역시 샬롯 페리앙의 역할이 컸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공동창작자로 명시되어 있는 것은 물론 이전부터 각종 전시회를 통해 소개된 그녀의 개인 작업물에서 LC체어와 유사한 미적 특성들이 발견되기 때문이죠. 이를 증명하듯 르 꼬르뷔지에로부터 독립 후 쌓아간 그녀의 커리어에서 수많은 걸작들이 탄생합니다.


편견을 뛰어넘은 실력. 디자이너에게 필수적인 ‘소재에 대한 깊은 탐구와 실험정신’을 본능적으로 실천한 인물이자 자신의 미소만큼이나 사랑스러운 디자인을 남기고 떠난 여성 디자이너 샬롯 페리앙. 그녀에게 굳이 ‘여성’이라는 타이틀을 붙인 것은 오히려 성차별이 만연하던 구시대 한계를 극복하고 실력으로 당당히 증명해낸 것에 대한 ‘존경심’ 때문입니다.


? Archives Charlotte Perriand, Galerie Downtown, Christie’s

난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