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24년, 세상이 발굴하게 될 것들
전시 소개3024년, 폐허가 된 서울 북한산에서 아테네 여신상과 로마 조각상이 발견된다면 미래 인류는 어떤 생각을 할까요? ‘1000년 후 미래’라는 키워드로 문명을 발굴하는 #다니엘아샴(@danielarsham). #롯데뮤지엄(@lottemuseum)이 선보이는 《서울 3024 - 발굴된 미래》에서 아샴이 상상한 서울의 미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각, 회화, 영상, 건축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아샴은 ‘상상의 고고학(Fictional Archaeology)’이라는 개념으로 시간과 역사, 공간의 경계를 초월합니다. 이번 전시는 ‘조각 박물관’, ‘포켓몬 동굴’, ‘발굴 현장’, ‘아카이브 스튜디오’ 등 아샴의 20년 예술 세계를 면밀히 살필 수 있는 9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었는데요. 아샴은 이 전시를 위해 3024년 서울의 모습을 상상한 거대한 회화 작품 2점과 설치 작품 ‘발굴 현장(Excavation Site)’을 특별히 선보였습니다.
어릴 적 미국 마이애미에서 허리케인을 겪으면서 인간의 무력함과 문명의 덧없음을 느낀 작가는 시공간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데 관심이 많았습니다. 2010년 루이 비통의 커미션으로 남태평양 이스터섬을 방문해 발굴 현장을 접하면서 본격적으로 ‘미래’를 다루기 시작했죠. 대표작 ‘미래 유물(Future Relic)’은 농구공, 시계, 전화기, 카메라, 악기 등 일상적 물건이 시간을 겪으며 부식되고 풍화되었을 때를 상상하며 대상을 재현한 작품입니다. 고대 조각상처럼 색을 잃고 부서진 모습에서 보는 이를 미래 시점으로 순식간에 이동시키죠.
아샴의 조각은 대부분 색이 휘발되고 남은 것처럼 보이는데요. 무채색을 주로 쓰는 건 재료의 물성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기 위함입니다. 모래, 화산재, 석고 등 쉽게 부스러지는 지질학적 재료로 조각을 만들고 빈 자리에 크리스탈, 하이드로스톤, 방해석 등 단단하고 영속성이 있는 재료를 채웁니다. 이는 문화와 기술은 사라질 수 있어도 유물은 오랫동안 남을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아샴은 영화 <백 투 더 퓨쳐>에서 영감을 받은 ‘침식된 들로리안’, 영화 <스타워즈> 캐릭터를 구현한 조각, ‘포켓몬 시리즈’ 등 대중 문화의 아이콘을 적극 차용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대중 문화와 예술의 경계를 허문 것처럼 그는 패션, 가구, 자동차 등 다른 분야와 협업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죠. 최근에는 #모엣샹동(@moetchandon)과 손을 잡고 ‘콜렉시옹 임페리얼 크레아시옹 No.1’ 콜라보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매일 새로운 것이 등장하고, ‘트렌드’라는 흐름 속에서 빠르게 사라지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아샴은 디스토피아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미래를 통해 현재를 바라보도록 유도하죠. 이 이질적인 경험 속에서 우리는 어떤 유산을 남길 수 있을까요?
《서울 3024 - 발굴된 미래》
• 다니엘 아샴, 초기작부터 신작까지 250여 점 소개
• 2024.07.12 ~ 2024.10.13
• 롯데뮤지엄,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300 롯데월드타워 7층
Editor. 박현정
Image. @danielarsham Friedman Ben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