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명의 사진가가 포착한 밤의 서사
전시 소개밤은 창작자에게는 영감과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사색의 시간입니다. 특별한 의미를 지닌 ‘밤’, 그리고 창작의 원천 ‘무의식’을 주제로 국내외 사진 작가 32명이 모였습니다. 사진 전문 미술관 #뮤지엄한미(@museumhanmi) 삼청은 1900년대 초반 작품부터 동시대 국내외 작가들 작품 101점을 모은 전시 《밤 끝으로의 여행》을 8월 25일까지 개최합니다.
이번 전시는 미국 회화주의와 모더니즘, 유럽 아방가르드 등을 포괄하는 20세기 사진예술의 흐름을 짚고, 현 시대에 첨예한 시선을 보내는 현대 사진가들까지 시대를 넘나듭니다. 그 흐름과 대표작을 간략하게 알아볼까요?
1. 녹투라미
밤이 되면 야행성 동물들이 깨어나죠. 동물원에서 야행성 동물들이 사는 곳을 녹투라마(nocturama)라고 합니다. 풍경 사진의 대가 #앤설애덤스(1902~1984)의 <뉴멕시코 헤르난데스의 월출>이 관람자의 감각을 깨우면 주위를 배회하는 들개와 곤충들이 눈을 사로잡습니다. 밤 풍경을 보며 관람자는 서서히 어둠 속으로 녹아듭니다.
2. 무의식 속 욕망
낮의 이성이 벗겨지고 어둠의 장막이 드리워지면 보다 충동적이고 솔직해집니다. 유리 판화 기법을 접목한 파리의 사진가 #브라사이(1899~1984)의 <트랜스뮤테이션>과 #어빙펜(1917~2009)의 감각적인 <누드> 시리즈, #제리율스만(1934~2022)의 포토몽타주를 눈여겨 보세요.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은밀한 욕망과 결핍, 기쁨, 불안이 육체로 구현됩니다.
3. 꿈, 압축과 전위
꿈은 무의식의 발현이자 욕망의 분출구입니다. 이성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내용들이 꿈으로 나타나기도 하죠. 그 기이함처럼 긴장과 균형, 파열과 리듬을 공감각적으로 구현한 작품들이 반깁니다. #김규식(b.1972)의 실험 연작 <진자운동실험>과 필름을 태워 만든#황규태(b.1938)의 <우주 환경의 미래-버노그래피>는 피사체 없이 긴장감 넘치는 이미지를 보여줍니다.
4. 어둠을 삼킨 밤
프로이트는 죽음을 향한 충동이 즐거움이나 쾌락을 향한 충동만큼 크다고 말했습니다. #다이앤아버스(1923~1971)가 드러낸 소외된 인물들, #마리오자코멜리(1925~2000)의 몽상적 이미지처럼 결말에 다다를수록 죽음과 끝을 암시하는 표상들이 공간을 채웁니다. 그 끝에는 #W.유진스미스(1918~1978)의 <후안 카라 트루히요의 경야>와 #송영숙(b.1948)의 <환희>가 새로운 시작을 알립니다.
이번 전시는 프랑스 작가 루이-페르디낭 셀린의 자전적 소설 《밤 끝으로의 여행》을 모티브로 구성되었습니다. 전쟁을 겪으면서 참혹한 현실 속 빈곤과 절망을 경험한 셀린은 날 것 그대로의 언어로 어둠을 비췄죠. 모두가 잠들어 재충전을 청하는 밤, 그 여로의 끝에서 우리는 보다 솔직해질 수 있을까요?
《밤 끝으로의 여행》
• 사진가 32인, 101점의 밤과 무의식
• 2024.05.22 ~ 2024.08.25
• 뮤지엄한미 삼청, 서울 종로구 삼청로9길 45
Editor. 박현정
Image. 뮤지엄 한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