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루이 드나보가 디자인한 파리의 독립 영화관 엘리제 링컨



영화관에 웨스 앤더슨 감성 한 스푼

: 루이 드나보가 디자인한 파리의 독립 영화관



샹젤리제 근처, 1969년부터 파리 예술영화의 한 축을 지켜온 엘리제 링컨이 수개월간의 대대적인 리뉴얼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이번 변신을 이끈 이는 파리의 공간 디자이너 #루이드나보(@louis_denavaut)인데요. 동시대 미술계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그는 공간을 단순한 기능의 집합이 아니라 ”예상 밖이지만 설득력 있는 세계로 관객을 데려가는 예술 행위“로 바라봅니다.


독립 영화관의 생존은 대형 멀티플렉스와의 편의성 경쟁에 있지 않습니다. 루이는 이를 정확히 꿰뚫고, 장소 고유의 분위기와 감각적 밀도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선택했죠. 그가 제안한 해법은 ‘세 개의 크로마틱 월드’입니다. 마치 서로 다른 장르의 영화처럼, 세 공간은 각기 다른 팔레트와 템포를 지닙니다.




루이 드나보의 감각으로 새롭게 리뉴얼된 파리의 영화관 엘리제 링컨



가장 큰 메인 상영관 ‘L’Audito‘는 올리브 그린 벨벳 좌석과 뮤트 핑크 하를리퀸 패턴 벽, 식물 모티프 카펫이 어우러져 관객의 시선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공간입니다. 벽면의 대형 블랙 스피커는 숨기는 대신 리듬 있게 배치해 조각적 오브제로 전환했고, 하부를 따라 흐르는 얇은 녹색 LED 라인은 좌석이 살짝 떠 있는 듯한 영화적 긴장감을 만들어내죠.


소규모 프리미엄 상영실 ’Le Studio‘는 벽과 천장, 바닥까지 레드에서 핫핑크로 이어지는 모노리식 공간입니다. 마젠타 벨벳 좌석이 만드는 밀도 높은 ’색채의 방‘은 프라이빗 시사나 전략 회의를 위한 몰입형 체임버로, 웨스 앤더슨을 연상시키는 강렬한 팔레트가 특징이죠.




루이 드나보의 감각으로 새롭게 리뉴얼된 파리의 영화관 엘리제 링컨



베이비 핑크 톤의 ’Le Club‘은 아치와 곡선형 벽 니치, 원형 릴리프 패널과 라운드 조명이 반복되는 사교형 라운지입니다. 칵테일 파티에서 착석 행사까지 유연하게 오가는 이 공간은 별도 출입구와 바를 갖춰, 상영과 이벤트의 경계를 허물죠.


루이의 작업에서 흥미로운 지점은 레트로 감성이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벨기에 건축가 그룹 OFFICE KGDVS와 알바 알토에게서 배운 ’라디컬하면서도 효율적인 계획‘을 바탕으로, 필요한 요소만 남긴 정확한 리듬을 추구합니다. 색채와 재질, 조명을 단순한 장식이 아닌 서사적 장치로 사용하며, 공간 자체를 하나의 씬으로 완성하죠.




루이 드나보의 감각으로 새롭게 리뉴얼된 파리의 영화관 엘리제 링컨



샹젤리제라는 상업지구 한복판에서 독립 영화관이 무엇을 내세워야 하는지, 루이 드나보는 건축으로 답합니다. 4K 레이저 프로젝션과 몰입형 사운드라는 하이테크 설비 위에 감각적 분위기를 겹쳐 놓은 이곳은, 영화를 보러 가는 행위를 ’공간 자체를 경험하는 것‘으로 확장합니다.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아름다운 이 극장에서, 관람객은 스크린 밖의 또 다른 주인공이 됩니다.


Image. Mary Erhardy(Cinéma Elysées Lincoln), Paris.fr


#엘리제링컨 #디자인

추천 콘텐츠

이슈

예술과 자본
'아트워싱'에 대하여

요즘 인스타그램 피드에는 온통 #퐁피두센터한화(@centrepompidouhanwha)로 가득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쏟아지는 이미지 속에서 ‘아트워싱(Artwashing)’이라는 단어, 발견하셨나요? 아트워싱이란 예술을 이용해 잘못된 행동이나 이미지를 깨끗이 씻어내는 행위를 뜻합니다.

이슈

제리 고고시안 계정주, 힐데 린 헬펜스타인 사망

숨기기에만 급급했던 미술계 이면의 문제들. 그 오랜 침묵을 밈 하나로 깨뜨린 #제리고고시안(@jerrygogosian)의 계정주, #힐데린헬펜스타인(Hilde Lynn Helphenstein, 1985–2026)이 5월 31일 브라질 상파울루의 한 호텔 객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향년 40세. 현지 경찰은 이를 의문사로 보고 수사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이슈

한국 경매 사상 최고가, 요시토모 나라의 작품

지난 3월 31일, #서울옥션(@seoulauction) 강남센터 ’컨템포러리 아트 세일‘에서 #요시토모나라(@michinara3)의 2016년작 〈아무것도 아니야(Nothing about It)〉가 150억 원에 낙찰됐습니다. 국내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입니다. 불과 네 달 전인 2025년 11월, 마르크 샤갈의 〈꽃다발(Bouquet)〉이 94억 원에 낙찰되며 세운 기록을 단번에 갈아치웠죠.

이슈

MoMA, 뉴욕 소호에 슈퍼마켓을 열다

장보기라는 일상적인 풍경을 디자인으로 바꿔 본다면 어떤 장면이 펼쳐질까요? 1월 7일, #MoMA디자인스토어(@momadesignstore)가 뉴욕 소호에 가짜 음식(Faux-Food)으로 채운 《MoMA Mart》를 열었습니다. 이곳에는 신선한 먹거리 대신, 음식의 형태를 장난스럽게 모방한 디자인 오브제들이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이슈

재즈를 눈으로도 듣게 하는 주니아 린의 감각

L-a-u-f-e-y, 많은 사람이 라우페이라고 발음한다는 그녀의 이름은 #레이베이(@laufey)입니다. 1999년생인 이 재즈 팝 가수는 24살에 이미 그래미를 거머쥐었고, 2026년 2월 열리는 제68회 그래미 어워드에 또 한 번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슈

돌과 드레스를 재해석한 루이 비통 베이징 플래그십

#루이비통(@louisvuitton)이 베이징 싼리툰에 새로운 플래그십 스토어를 공개했습니다. 일본 건축가 #아오키준(@asfrom2020)이 설계한 이 건물은 도쿄, 오사카에 이어 루이 비통과의 긴 협업이 한 단계 더 진화한 결과물인데요. 이번 프로젝트에서 그는 중국 고전 정원의 핵심 요소인 타이후석과 니콜라 제스키에르의 2016 S/S 실버 드레스라는, 언뜻 전혀 다른 두 세계를 하나의 유리 표면 위에 겹쳐놓았습니다.

이슈

제니가 폴리 마구를 오마주한 진짜 이유

1966년, 윌리엄 클라인의 영화 〈Who Are You, Polly Maggoo?〉는 패션계가 여성을 소비하는 방식을 신랄하게 풍자했습니다. 영화 속 폴리는 파리 패션계의 슈퍼모델이지만, TV 크루와 편집장의 시선 아래 끊임없이 해부되는 대상일 뿐이었죠. 그녀가 남긴 "사진을 찍을 때마다 내 안에 나라는 존재가 조금씩 사라지는 것 같아"라는 대사는, 이미지 산업이 여성의 자아를 어떻게 지워내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이슈

가장 평범한 순간을 담던 해변 사진의 거장, 마틴 파

해변을 무대로 평범한 사람들의 순간을 담아온 영국 포토그래퍼 #마틴파(@martinparrstudio)가 73세로 별세했습니다. 작년 여름, 우리는 그의 해변 사진 연작을 소개하며 휴가철 바다의 진짜 풍경을 이야기한 적 있었는데요. 그를 기리며 당시의 글을 다시 꺼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