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숨은 보석을 발견하는 차세대 갤러리, 누가 될까



숨은 보석을 발견하는 차세대 갤러리, 누가 될까?



K-POP은 이제 전 세계 누구나 아는 문화가 됐죠. 1세대부터 4세대까지 차근차근 쌓아온 성장의 시간 덕분입니다. 흥미로운 건, 이런 글로벌 문화의 흐름 속에서 한국 미술 시장도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는 점이에요.


그중에서도 요즘 미술계에서 눈길을 끄는 건, 바로 새로운 감각을 지닌 차세대 갤러리와 공간들입니다.

국내에 머무르지 않고, 국제 무대에서도 통할 만한 잠재력과 개성을 갖춘 이들은 정체된 분위기 속에서도 각자의 방식으로 방향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불확실한 시기에도 뚜렷한 시선과 실험적인 접근으로 한국 미술 시장에 신선한 물결을 일으키고 있는 거죠. 이들을 움직이게 만든 건 무엇이었을까요?


지금 그들의 방향성과 시선, 그리고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실제로 가야 그 진가가 보이는 '상히읗'



해방촌 입구에 위치한 상히읗은 국제갤러리와 타테우스 로팍에서 경력을 쌓은 지혜진 디렉터가 운영하는 공간입니다. 메가갤러리에서 젊은 갤러리스트로 일하던 그는, 작가와의 직접적인 소통이나 자신이 원하는 방향의 기획을 실현하기엔 제약이 많다고 느꼈다고 해요. 이에 젊은 패기와, 자신의 장점인 유연하고 빠른 판단력을 바탕으로 독립적인 기획이 가능한 공간 상히읗을 열게 되죠. 이곳은 회화와 조각은 물론, 퍼포먼스와 스크리닝 등 다양한 형식의 실험적인 전시를 선보이며 주목받고 있습니다. 컬렉터들에게는 단순히 작품을 소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예술을 ‘어떻게 경험하고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그 해답을 함께 모색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좌) 갤러리 상히읗 《Get the Job Done》 2025. 4. 9 — 5. 3
(우) 갤러리 상히읗 《이미 감각된 감각 (Senses Already Sensed)》 참여작가 김하나, 임노식, 박진용 2025. 1. 15 — 2. 15



Q1. 갤러리 이름이 독특한데,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ㅎㅎ’ 이것인가요?


A1. 많이들 물어보시는데, 네 맞아요. ‘ㅎㅎ’에서 시작됐습니다. 상히읗은 처음부터 갤러리 이름은 아니었고요, 저와 함께 시작한 기획자의 이름에도 'ㅎ'이 들어가서, 팀 이름처럼 가볍게 만든 게 시작이었어요. 처음엔 공모 사업에 지원하려고 팀명을 정해야 했는데, ‘ㅎㅎ’을 그냥 쓸 수는 없고, 이걸 어떻게 발음할까 고민하다가 옛말에 ‘쌍히읗’이라는 단어가 있다는 걸 알게 됐죠. 그런데 ‘쌍’은 발음이 좀 세게 느껴져서, 대신 ‘상히읗’이라는 이름으로 정리했어요. 그때 지은 팀명이 지금은 자연스럽게 갤러리 이름까지 이어지게 된 거죠.


Q2. 롤모델로 생각하는 갤러리가 있을까요?


A2.  저에게 큰 영감을 준 갤러리는 LYC Museum & Art Gallery라는 곳이에요. 중국계 작가 리위안차(Li Yuan-chia)가 영국 컴브리아의 작은 마을에서 1971년부터 1982년까지 10년 넘게 혼자 운영했던 공간인데요, 워크숍, 시 낭독회, 도록 제작 등 정말 다양한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고 지역 주민들과 함께 했다고 해요. 예술은 특정한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는 철학이 인상 깊었어요. 그래서 저도 상히읗이 자리한 해방촌이나 경리단길에서 활동하는 다른 공간들, 그리고 다양한 커뮤니티들과의 협업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Q3. 작가를 발굴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가 있나요?


A3.  작가와 오래 함께 성장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작업이 시간 안에서 확장 가능한지를 가장 중요하게 봐요. 하나의 매체를 쓰더라도, 그 안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작가에게 끌리는 것 같아요.




갤러리 상히읗 & 샤워 ⟪Heroes for Ghosts, A Heart is Made of Many Folds⟫ 2025. 5. 17 — 6. 14



Q4. 해외 갤러리나 큐레이터와의 협업을 많이 하고 계신 것 같아요.


A4. 우연한 자리에서 만난 인연이 협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갤러리 오프닝이나 아트페어 현장에서 해외 갤러리스트나 큐레이터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음 프로젝트로 연결되더라고요. 상히읗은 글로벌 미술계와의 관계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작은 실천이지만, 인스타그램에 영어 설명을 병기한다든지, 해외 매체에 보도자료를 보내는 일들도 그런 노력의 일부예요. 한국 미술을 해외에 조금이라도 더 알릴 수 있다면, 그걸로도 의미 있다고 느껴요.


Q5. 단기간(1년 내지는 3년) 안의 구체적인 목표가 있을까요


A5. 1년 안에는 국내외 아트페어에 꾸준히 참여하고 싶고요, 3년 안에는 커미션 기반의 프로젝트나 대형 설치 작업이 가능한 레지던시 공간을 만드는 게 목표예요.





오랜 친구 같은 라이프 스타일 매니저, 이목화랑


1976년 대구에서 시작한 이목화랑은 현재 2세대인 임태훈 디렉터와 김자영 실장이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세대로 이어오며, 이목화랑은 단순히 미술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감성적인 변화를 제안하는 공간으로 점차 확장되고 있죠.


소장한 작품이 단순히 ‘소유물’이 아니라, 삶의 분위기를 바꾸는 경험이 되길 바란다는 이목화랑의 철학이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김자영 실장의 인스타그램(@blackwave_)을 보면, 작품이 실제 공간 속에서 어떻게 놓이고, 일상에 어떤 방식으로 녹아드는지 생생하게 엿볼 수 있어요.


빠르게 바뀌는 유행 속에서도 이목화랑은 작가와 컬렉터 곁을 오래 지켜주는, 든든한 친구 같은 존재로 남아 있습니다.




(좌) 이목화랑, 고지영 개인전 《동면冬眠》 2024. 12. 13 — 12. 31
(우) 이목화랑, 한지민 개인전 《책의 자리》 2025. 3. 4 — 3. 22



Q1. 대구에서 서울에는 언제 올라오시게 되었나요? 서울에서 자리를 잡을 때 어려움은 없으셨는지요?


A1. 1990년에 이목화랑 1세대인 임경식 대표님께서 더 큰 시장에서 작가들을 선보이고자 올라오셨어요. 처음에는 지지기반이 없어서 쉽지 않았지만, 좋은 작가들과 좋은 작품을 선보이겠다는 마음 하나로 자리를 지켜내셨죠. 2세대로서 화랑을 운영하면서도, 선대가 간직해온 철학은 그대로 이어가고 싶어요. 좋은 작가들과 오래 함께한다는 그 마음만큼은요.


Q2. 작가들과 롱런하는 비결이 있을까요? 요즘 젊은 작가들은 전속을 원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는데요.


A2. 이목화랑도 ‘전속’이라는 단어를 굳이 사용하지는 않아요. 작가가 다른 갤러리와 협업할 때 일일이 간섭하거나 개입하지 않고, 최대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배려하려고 해요. 대신 중요한 결정을 앞둔 순간에는 함께 의논하고, 전망을 함께 고민하죠. 작가의 의도와 삶의 방식이 자연스럽게 작업에 녹아들 수 있도록 곁에서 지지해주는 파트너가 되고 싶어요.


Q3. 집도 갤러리도 작품과 어울리게끔 센스 있게 꾸미시는데, 그것은 타고난 것인가요? 아니면 따로 배우시는 게 있나요? 비법을 알려주세요.


A3. 오늘도 갤러리에 오신 분이 같은 말씀을 하셨어요. 따로 배운 건 아니지만,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작품과 어울리는 것들을 큐레이션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제가 먼저 좋은 전시를 많이 보고, 감각을 꾸준히 유지하려고 해요. 그런 시간들이 쌓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 갤러리를 통해 작품을 접하는 분들께도 전달되는 것 같아요.


Q4. 앞으로의 목표가 있으시다면요?


A4. 이목화랑을 믿고 함께해주는 작가들과 성실하게 전시를 만들고, 국내외 아트페어에 꾸준히 참여하면서 공간을 오래 지켜가고 싶어요. 작가뿐 아니라 작품을 소장하게 된 컬렉터들과의 관계도 오래 이어가는 것이 목표예요. 편하게 들러서 차 한 잔 나누고, 작품 이야기는 물론 삶의 이야기도 함께 나눌 수 있는, 좋은 친구 같은 갤러리로 남고 싶습니다. 언제든 편하게 들러주세요.





전시와 책의 유기적인 공존을 추구하는 페이지룸8


올해로 4년 차를 맞은 페이지룸8은 삼청동과 북촌 8경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한옥 구조가 남아 있는 내부 공간 역시, 이곳만의 매력적인 분위기를 더해주죠. 미술 전문 기자와 큐레이터로 활동했던 박정원 디렉터는, 자신이 만든 이 공간에서 ‘전시와 책이 유기적으로, 무한한 방식으로 연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합니다.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작가의 드로잉 요소에 집중한 《쉐도우 에스키스(Shadow Esquisse)》, 기획자의 시선으로 특정 작품 한 점을 골라 키워드를 중심으로 작가의 세계를 조망하는 《이 작품 시리즈(WELL, THIS WORK)》, 출판 프로젝트인 《볼륨. 디셈버(Vol. December)》까지—페이지룸8은 다양한 실험을 통해 자신만의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특히 작가별 테마를 중심으로 아트북을 제작하고, 전시의 맥락과 당위성을 아카이빙하는 방식은 이 공간이 지향하는 철학을 잘 보여줍니다.




(좌) 페이지룸8 《( ), 오 순수한 모순이여!》 2025. 4. 4 — 4. 24 (기획 이상미)
(우) 페이지룸8 《조각가의 드로잉 1 Spiegelbild 거울상》 2025. 5. 23 — 6. 14



Q1. 삼청동이 내려다보이는 갤러리의 위치가 매력적이에요. 이곳에 갤러리를 여시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A1. 제가 처음 큐레이터로 일했던 곳이 삼청동이었어요. 매일 덕성여고와 정독도서관, 수많은 갤러리들을 지나며 출근하던 그 길이 참 좋았죠. 이후 다른 곳에서도 계속 일했지만, 그 시절을 자주 떠올렸던 것 같아요. 그러던 중 독립에 대한 막연한 생각을 하던 어느 날, 처음으로 북촌의 언덕길을 오르게 되었어요. 그리고 지금의 페이지룸8 자리에서 해가 지고 있는 풍경을 마주했죠. 서향이라 그런지 그 작은 공간이 유난히 따뜻하고 극적으로 느껴졌어요. 언덕을 오르며 생긴 피로도 잊을 만큼요. 그 순간 '여기라면 뭔가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북촌 8경이 내려다보이는 개방감, 작지만 필요한 기능이 다 갖춰진 점까지 모든 게 잘 맞아떨어졌어요.


Q2. 공간이 작아서 어려운 점도 있고, 한옥 구조가 있어서 장점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전시를 기획할 때 이런 공간의 장단점이 있을까요?


A2. 물리적으로는 여전히 한계가 있어요. 천고가 낮고 공간도 작고요. 언덕 위에 있어 접근성도 좋지 않죠.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환경적으로 쉽지 않은 공간이에요. 그래서 더더욱, 페이지룸8에서만 볼 수 있는 전시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테마가 명확하고, 공간과 긴밀히 맞물려야 관람객이 이곳까지 올라올 이유가 생기니까요.《셰도우 에스키스》나, 《이 작품 시리즈》처럼요.다행히 이런 전시들 덕분에 찾아오시는 분들도 늘고, 재방문하는 분들도 많아졌어요.


페이지룸8은 한눈에 공간 전체가 들어올 정도로 작아요. 그 덕분에 작품이 직관적으로 다가오는 힘이 더 크게 느껴지는 면이 있어요. 작가들도 이 점을 고려해 전시 구성에 더 공을 들이시고요. 또 이 공간은 실제 거주 공간의 구조가 남아 있어요. 관람객들이 작품을 보며 ‘우리 집에 걸리면 어떨까’를 자연스럽게 상상할 수 있죠. 특히 종이 작업이나 판화처럼 미세한 질감이 중요한 작업들은, 자연광 속에서 아주 섬세하게 감상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에요.


Q3. 전시 글과 아카이브를 중요시하는 것도 다른 갤러리와 차별화되는 특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관련된 글은 직접 작성하시는지요? 또는 전시 소개글이나 서문을 받거나 외부 기획자를 영입하여 협력하실 때 고려하시는 사항이 있으신가요?


A3. 전시 서문은 작가의 성향과 전시의 방향에 따라 다르게 접근하고 있어요. 작가에게 작업을 잘 이해해줄 수 있는 필자를 직접 추천받기도 하고, 때로는 완전히 다른 시각을 가진 필자를 섭외해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기도 합니다. 매 전시마다 그에 맞는 방식으로, 가장 잘 맞는 글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어요. 전시 글이라는 건, 전시가 진행되는 동안은 잘 체감되지 않더라도, 전시 이후 작가와 작업을 이해하는 데 있어 굉장히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특히 전시에 관심 있는 관람객이나 컬렉터 입장에서는 가장 빠르고도 깊이 있게 작가를 이해할 수 있는 매개가 되기도 하죠.


요즘에는 사전 정보를 충분히 살펴보고 전시를 관람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어서, 홈페이지에 출품작, 전시 글, 전시장 전경 이미지 등은 꼭 아카이빙하고 있습니다. 전시 글 역시 가능한 한 쉽게 풀어 쓰려고 해요. 미술 관계자뿐 아니라 일반 관람객들도 편안하게 읽을 수 있도록요.




페이지룸8 더프리뷰 2025



Q4. 최근에는 프리뷰성수를 비롯한 아트페어에도 참여하시고, 아시아나 유럽에 진출하실 계획도 있다고 들었는데, 염두에 두고 있는 아트페어가 있으신지요? 아니면 다른 형태의 해외 전시 같은 것도 준비하고 계신가요?


A4. 개인적으로 종이 작업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유럽에서 열리는 ‘아트 온 페이퍼(Art on Paper)’ 같은 페어에 관심이 많아요. 또 일본은 오래 전부터 작업과 출판 양쪽 모두 활발한 시장이기 때문에, 아트페어 도쿄, 도쿄 아트북페어, 도쿄겐다이, 아트 콜라보레이션 교토 등 현장을 다시 방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일본에 있는 로컬 갤러리와의 협업도 흥미롭게 보고 있고요.


다만 아트페어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만큼, 즉흥적인 결정보다는 충분한 사전 조사와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참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맥락과 목표로 참여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어요.





현대미술의 다양성을 색다른 예술적 경험으로, EDIT projects


2020년에 문을 연 에디트프로젝트(EDIT projects)는 동시대 현대미술을 폭넓게 소개하는 갤러리입니다. 주요 작가들과 차세대 신진 작가들의 전시는 물론, 미술관·공공기관·기업과의 아트 프로젝트, 그리고 개인·기업 컬렉션 자문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현대미술을 사회에 연결하고 있어요.


특히 국내외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해외 작가들을 국내에 소개하는 프로그램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팝업 전시 형식으로 해외 작가를 국내에 소개하거나, 브랜드와 협업해 색다른 전시 경험을 제안하는 식이죠. 2024년 버버리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영국 여성 신진 작가들을 소개하는 그룹전 《A New British Modernity》를 청담동 버버리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브랜드와 예술, 공간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 속에서, 에디트프로젝트는 현대미술을 새롭게 경험할 수 있는 창구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좌) 에디트프로젝트 외관
(우) 에디트프로젝트 《RE:CHARACTER》 2025. 5. 17 — 7. 19



Q1. 어느덧 개관 5년 차를 맞고 계신데요. 처음 에디트프로젝트를 열 때 목표는 무엇이었고, 지금은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보시나요? 앞으로의 목표도 궁금합니다.


A1. 에디트프로젝트는 처음부터 현대미술의 다양성을 폭넓게 소개하고, 국내외 예술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문화적 소통의 장을 넓히는 것을 목표로 삼았어요.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전시와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글로벌 미술계와의 연결을 강화하는 데 집중해왔고요. 그 과정에서 많은 관객과 파트너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점이 감사하죠. 앞으로도 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다양한 문화적 교류를 더 입체적으로 이어가는 것이 저희의 다음 목표입니다.


Q2. 아라리오갤러리와 갤러리현대라는 대한민국 대표적인 갤러리에서 커리어를 쌓으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독립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A2. 두 갤러리에서의 경험은 제게 정말 소중한 자산이었습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는 저만의 시선과 철학을 반영할 수 있는 공간, 그리고 더 자유롭게 실험하고 제안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에디트프로젝트는 그런 생각에서 출발한 공간입니다.


Q3. 버버리와 함께 영국 여성 신진 작가들을 소개하는 전시도 열었는데요. 이렇게 브랜드와 협업하는 프로젝트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나요? 또 앞으로 기획 중인 협업이 있다면요?


A4. 브랜드와의 협업은 갤러리뿐만 아니라 참여 작가들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주는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공간과 맥락에서 작품을 소개할 수 있고, 더 넓은 관객층과 만날 수 있는 접점을 만들어주니까요. 현재도 여러 협업 프로젝트를 기획 중이고, 특히 신진 작가들의 활동을 더 넓은 무대에서 연결해줄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어요. 지속 가능하고 상호 의미 있는 협업이 되도록 방향을 잡아가고 있습니다.


Q4. 작가를 발굴할 때 주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가 있나요?


A4. 무엇보다도 작품성, 그리고 그 작가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지속 가능성을 중요하게 봅니다. 창의력과 독창성을 갖추고, 자신의 언어를 성실하게 밀고 나가는 작가라면 그 잠재력을 최대한 펼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고 지원하고 싶어요.





동빙고동의 차별화된 공간과 전시, APOproject


롯데백화점 아트마케팅팀에서 12년간 몸담은 뒤, 독립 큐레이터로 활동해온 정고은 큐레이터는 2023년 12월, 용산구 동빙고동에 자신만의 공간 APOproject를 열었습니다. 작가들의 작업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연결하는 자신의 강점을 살려, 작가들과의 다양한 협업이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죠. 그래서인지 공간의 이름도 ‘갤러리’가 아닌 ‘프로젝트’로 정해졌습니다.


APOproject가 자리한 동빙고동은 반포대교 북단에 위치한, 아직 개발되지 않은 서울 속 숨은 동네예요. 오래된 정취가 남아 있고, 골목골목 이어진 벽화들을 따라 걷다 보면, 붉은 벽돌 빌라 1층의 공간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작품이 온전히 빛날 수 있는 환경을 고민하며 만들어진 이곳에서, 정고은 큐레이터는 작가들과 함께 새로운 시도와 협업의 가능성을 하나씩 펼쳐가고 있습니다. 작고 조용하지만 확실한 에너지를 품고 있는, 그런 공간입니다.




APOproject 외관



Q1. 작가를 발굴할때 주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가 있나요?


A1. 저는 작가의 태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끊임없이 탐구하고, 새로운 시도에 주저하지 않는 작가들에게 자연스럽게 마음이 가죠. 그래서 처음에는 주로 기획전을 통해 함께 작업하면서, 작가의 방향성과 가능성을 함께 확인해보는 편입니다.


Q2. 해외 아트페어나 해외 전시에 대한 계획이 있나요?


A2. 작품의 가치를 온전히 전달할 수 있는 공간과 환경이라면, 어디든 관심이 있어요. 요즘은 국내 아트페어들도 굉장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각 페어마다 차별화를 시도하면서 수준도 높아지고 있죠. 물론 예산이 현실적인 고민이 되긴 하지만, 예산 확보와 지원 방안을 마련해 해외 진출도 차근차근 시도해볼 계획입니다.




APOproject 《Destination Unknown》 2025. 5. 17 — 6. 14



Q3. 국내에 많은 해외 갤러리들이 들어와있고, 일부 스타 작가에게 관심이 쏠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해쳐가기 위한 에이피오프로젝트만의 특장점이 있으신가요?


A3. 지속성을 보여드리고자 에이피오 프로젝트만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개관전의 전시명이 PROJECT 2 였는데요. 칸델라브룸 프로젝트(Candelabrum Project)와 러브유어셀프 프로젝트(LOVE YOURSELF Project) 두 가지를 선보였죠. 칸델라브룸는 샹들리에의 어원으로 작가님들께 천장에 매달리는 형태의 설치를 제안했어요. 샹들리에가 갖는 상징성과 더불어, 작품을 올려다 볼수 있는 설치 상태가 작품의 가치를 더한다고 생각했죠.


러브유어셀프는 SNS가 활발해지며, 문화향유층들은 작품을 배경삼아 사진을 찍거나 전시 작품들을 업로드하여 본인의 취향을 수집한다는 점에 주목한 프로젝트에요. 2018년 우국원 작가와 함께 처음 시작한 작업인데 미러스텐리스스틸의 캔버스를 보내드리고 그 위에 작업을 요청드렸죠. 미러 소재에 그려진 작품이다보니 셀피에 최적화되었어요.


이 두 프로젝트처럼,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도 에이피오프로젝트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선보이고 함께 기획하면서 차별성을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작품으로의 완전한 몰입 상태, ’Free Immersion’, FIM


FIM은 국내외에서 역량 있는 젊은 작가들이 작업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관객에게는 깊이 있는 예술적 경험을 제공하고자 2024년 8월, 서울 한남동에 문을 연 갤러리입니다. FIM은 개관 전시로 김상소(b.1996), 윤혜진(b.1994), 허수연(b.1993)이 참여한 ⟪측지선(A Geodesic Line)⟫을, 두번째 전시로 멜로디박(b.1987)과 이수진(b.1983)의 2인전 ⟪조용한 소음(Silent Noise)⟫을 선보였는데요. 전시를 통해 FIM이 지향하는 방향성과 기획 의도를 차근차근 보여주고 있습니다.




(좌) FIM 《두 여름의 폭풍 사이 지역 철학자》2025. 3. 13 — 4. 19
(우) FIM 《측지선 A Geodesic Line》 2024. 8. 22 — 9. 28



Q1. 앞으로의 방향성과 계획이 궁금합니다.


A1. FIM은 개관 초기부터 전시와 프로그램을 꾸준히 이어오며 갤러리만의 정체성과 비전을 차근차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1~3년 안에는 신진 작가 지원 전시, 해외 갤러리와의 협업, 국내외 아트페어 참여 등을 통해 보다 다층적인 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이에요. 나다 뉴욕(NADA New York), 아트센트럴 홍콩(Art Central Hong Kong), 타이페이 당다이(Taipei Dangdai) 등 해외 아트페어에 참여해, 국내 작가들이 보다 넓은 무대에서 소개될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조금 더 장기적으로는 회화,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포괄하며, 예술적 다양성과 포용성을 존중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는 것이 FIM이 지향하는 방향입니다.


Q2. 갤러리를 시작하시면서 영감을 받은 공간이 있으셨을까요?


A2. 개인적으로는 미국 뉴욕의 그린 나프탈리(Greene Naftali) 갤러리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이곳은 레이첼 해리슨(Rachel Harrison), 폴 챈(Paul Chan), 코리 아크엔젤(Cory Arcangel) 등 다양한 매체의 작가들과 함께하면서, 현대미술의 실험성과 경계 확장에 꾸준히 기여해온 공간이죠. FIM도 그처럼 젊고 실험적인 작가들에게 열린 무대가 되는 것, 그리고 그들이 로컬을 넘어 국제적으로도 주목받을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창구가 되고 싶습니다. 또한 신진 작가뿐 아니라 중견 작가들과도 긴밀한 호흡을 이어가며, 예술성과 상업성을 균형 있게 지켜나가고 싶어요.




(좌) Greene Naftali 《Pearl Lines》 Walter Price 개인전, 전시 전경, 2025
(우) Greene Naftali 《The Friedmann Equations》 Rachel Harrison 개인전, 전시 전경, 2025



Q3. 첫 전시부터 많은 컬렉터들의 주목을 받으셨어요. 김상소, 윤혜진, 허수연 작가와는 어떻게 개관전을 준비하게 되었나요? 멜로디박, 이수진 작가와는 어떻게 다음 전시를 준비하게 되었나요?


A3. 첫 전시는 큐레이터 맹나현 님과 공동 기획으로 준비했어요. FIM의 방향성, 특히 ‘작가와 함께 성장하는 갤러리’라는 모토를 중심으로 20대 후반~30대 초반의 신진 작가들을 중심으로 리서치했고, 추상 회화를 다양한 시각으로 풀어내는 구성으로 전시를 구성하게 되었죠.


멜로디 박, 이수진 작가님의 2인전은 멜로디 박 작가님의 아이디어로 시작되었어요. 자신의 작업은 온전히 자신의 경험과 색에 대한 연구로 이루어진 추상 페인팅인 반면, 이수진 작가님의 작업은 완전히 대비적인 구상 작업을 하시는 점에 흥미를 느끼셨죠. 그래서, 듀오 전시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상반된 이미지를 선보이는 전시를 준비했어요.


Q4. 작가를 발굴하고 육성할 때 주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가 있나요? 또는 이런 작가와는 꼭 함께 일해보고 싶다는 포인트가 있을까요?


A4. 저는 작업에 대한 태도를 가장 중요하게 봐요. 자신의 세계를 단단히 믿고, 그 안에서 계속 질문하고 밀고 나가는 작가에게 자연스럽게 끌리게 되더라고요. 결국 그런 태도가 작품에 진정성을 담고, 관람객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된다고 믿고 있어요.


Q5. 협업하는 해외갤러리와 큐레이터들과는 어떻게 인연이 되었는지요?


A5. 같이 일해보고 싶은 작가를 리서치하고 컨택을 하다 보면 종종 인연이 되는 갤러리들이 있습니다. 사실 규모가 큰 국내외 대형 화랑을 제외한다면, 자신들이 기반하지 않는 지역에 진출하는 데는 여러 환경적인 제약이 있어요. 그래서, 특히 작은 규모의 해외 갤러리들의 협력 전시나 혹은 그들의 전속 작가를 다른 나라에서 소개할 기회가 있다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듯합니다.


그 예시로, 12월에 선보인 캐롤라인 웡(Caroline Wong)과 조재영 작가님의 듀오 전시는 베를린의 소이 캐피탄(Soy Capitan) 갤러리와 협업한 전시인데요. 캐롤라인 웡은 그의 전속 작가로 참여하게 되었고, 한국에서는 첫 전시였죠. 소이 캐피탄 디렉터(Heike Tosun)와 서로 애정하는 작가들의 성장을 도울 기회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다, 각 갤러리에서 한 명씩 소개하는 듀오전을 준비하게 되었어요.


Q6. 해외 아트페어 진출 계획이나 해외 전시도 기획하고 계신지요?


A6. 나다 뉴욕, 아트 센트럴 홍콩 등에 지원해 해외 시장에 아직 선보이지 않은 한국의 신진 작가들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지원할 예정입니다.


Q7. 사람들에게 어떤 갤러리로 기억되길 바라나요?


A7. FIM은 신진 작가들을 발굴하고 함께 성장하는 데 강점을 지닌 갤러리로 기억되었으면 합니다. 관객들에게는 익숙하지만 새롭고, 낯설지만 따뜻한 예술적 경험을 선사하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고요. 무엇보다도, 예술성과 상업성의 균형을 놓치지 않는 갤러리가 되고 싶습니다. 상업적 성공을 통해 더 많은 작가들이 작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고, 그 과정에서 예술적 비전과 비평적 성취 역시 놓치지 않도록 고민하며 운영해나가겠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공간, WWNN


종로 북촌 팔판동에 자리한 WWNN은 2023년 문을 연 이후, 삼청동 일대 갤러리들 사이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드러낸 공간입니다. 작년 아트위크 기간에는 뤽 타이만스(Luc Tuymans)를 포함한 국제 작가들의 그룹전을 선보였고, 김병호, 신미경 같은 중견 작가들과 노상호, 듀킴, 추수 등 동시대 신예 작가들의 전시를 연이어 선보이며 국내외 관객과 컬렉터들의 관심을 꾸준히 모으고 있죠. 오주현 큐레이터와 이정우 작가가 함께 운영하는 WWNN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What We Need Now)’이라는 질문을 중심에 두고, 동시대 미술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며 새로운 시각과 담론을 제안하는 갤러리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좌) WWNN 조재 개인전 《factors》 2025. 3. 22 — 4. 19
(우) WWNN 이웅철 개인전 《Non_world》 2025. 7. 20 — 8. 2



Q1. 갤러리 이름이 독특한데,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A1. WWNN은 What We Need Now의 약자예요. 그 안에는 여러 겹의 해석이 가능하도록 열어두었습니다. 현시대의 미술 시장과 대중이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하고, 동시에 지금 우리가 함께 바라보고 고민해야 할 것들을 작품과 전시를 통해 제안하고자 했어요. 시대정신을 담아내는 작가들과 함께, 다양한 해석과 관점을 공유하는 플랫폼이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Q2. 갤러리를 여시게 된 계기가 있으신지요? 갤러리를 운영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었는지요?


A2. 저(오주현)는 13년 넘게 큐레이터로 활동해왔어요. 영리, 비영리, 아트페어까지 다양한 형태의 전시와 프로젝트를 기획했고, 그 과정에서 쌓은 경험들이 WWNN이라는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죠. 처음 큐레이팅을 시작할 때부터, 언젠가 독립적인 공간에서 제 방식으로 실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고요. 지금은 그동안의 경험과 고민을 하나씩 구현해 나가는 중입니다.


Q3. 아트신에서 주목받는 젊은 작가들의 전시도 보이는데, 젊은 작가를 발굴할 때 주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가 있나요?


A3. 시대정신을 표방하는지 그리고 어떠한 시선과 태도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해 주목하는 편인 것 같아요.


Q4. 해외 아트페어나 해외 전시에 대한 계획이 있으신가요?


A4. 일본 교토에서 열린 A.C.K(Art Collaboration Kyoto) 페어에 참여했었어요. 어떤 페어가 우리와 잘 맞을지 고민 중이고요. 또 하나의 큰 계획은, 도쿄의 con 갤러리와의 협업 전시입니다. 2026년 초를 목표로, 서로의 공간을 맞바꾸는 스위치 형식의 전시를 준비하고 있어요. 이처럼 해외 전시의 기회가 점차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웃음)


Q5. 국내에 많은 해외 갤러리들이 진출하면서 컬렉터의 관심이 일부 스타 작가에게 쏠리는 경향도 있는데요. WWNN만의 전략이나 특장점이 있다면요?


A5. 아직 신생 공간이라 아트마켓 지형도와 힘겨루기에는 신경 쓸 여력이 없어요. 저희는 저희의 포지션과 잘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고, WWNN만의 관점을 만들려고 노력 중에 있습니다.





시간이 잔뜩 묻은 공간, 을지로 오브


철가루 날리는 공장과 낡은 간판들, 을지로 골목의 오래된 풍경 속에 자리한 ‘을지로 오브’. 처음 운영을 시작했을 때는 일용직 노동자들의 숙소였던 ‘달방’을 개조한 공간이었지만, 재개발로 철거되며 현재의 자리로 옮겨왔습니다. 출입구를 찾는 것조차 쉽지 않지만, 한 번 찾고 나면 전시가 바뀔 때마다 다시 찾게 되는, 그런 묘한 매력이 있는 곳이죠. 작은 공간 안에서 전시마다 새로운 매체 실험이 펼쳐집니다. 만화, 사진, 악곡, 영화 등 시각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경험의 예술’을 고민하는 이곳은 매번 다른 방식으로, 그러나 일관된 시선으로 예술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좌) 을지로오브 《O! Me! O! Life!》 2025. 1. 4 — 1. 26
(중) 을지로오브 《Topophilia 친애하는 토포에게》 2024. 11. 9 — 12. 8
(우) 을지로오브 《다정한 식물의 방》 2024. 5. 18 — 6. 9



Q1. 재개발로 인해 공간을 옮기게 되었을 때 힘들지는 않으셨나요? 이전 공간에 이어 지금의 공간도 오브만의 특별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는데요.


A1. 전시장을 운영하면서 점점 더 강하게 느끼는 건, 결국 공간의 주인은 ‘시간’이라는 점이에요. 디자인된 공간보다는 과거의 시간이 자연스럽게 스며 있는 장소에 마음이 더 끌리는 것 같아요. 어쩌면 스스로 숨고 싶고, 기댈 수 있는 어딘가를 찾는 마음도 있는 것 같고요. 서울이 그런 시간을 품어내기엔 너무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라는 걸 알면서도, 재개발을 앞둔 동네의 ‘시한부 같은 정취’에 자꾸만 이끌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의 오브도, 결국 시간에 매혹되어 자리 잡게 된 셈이죠.


Q2. 다양한 매체를 중심으로 한 전시 기획이 인상 깊습니다. 회화나 조각보다 기획이 훨씬 어려울 것 같은데요. 이런 방향을 택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A2. 아무래도 저는 즉물적인 텍스트보다 ‘서사’를 믿는 성향인 것 같아요. 시간성을 가진 매체들—영화, 사운드, 악보 등—에 관심이 가는 것도 그 때문이고요. 다만 회화나 조각이 비교적 ‘쉽다’거나 단순한 콘텐츠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 작업들을 깊이 이해하는 데에도 시간은 아주 중요한 요소고, 제가 아직 그 시간을 두껍게 읽어낼 역량이 부족했을 뿐이죠. 그래서 올해부터는 그런 한계를 조금씩 넘어서보려 해요. 예를 들면 필름보다 더 긴 재생 시간을 지닌 무빙 이미지로서의 회화를 탐색한다든지요. 서사적인 관점에서 회화나 설치 작업을 해석해보는 전시도 구상 중입니다.


Q3. 작가를 선정할 때 특별하게 신경 쓰시는 부분이 있나요?


A3. 자신만의 벡터(vector)가 명료하게 보이는 작가를 주목합니다. 더 큰 작업, 더 넓은 장소에서의 미술을 그리는 양적(postive) 방향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에요. 덜어내거나 수렴하는 형식이라도 좋으니 자신만의 벡터가 뚜렷하게 보이는 작가와 협업을 하는 게 서로에게 좋은 것 같아요.


Q4. 해외갤러리들이 많이 한국에 들어왔고, 프리즈서울 이후에 많은 한국 갤러리들이 해외로 진출하고 있어요. 오브도 이에 따라 해외 진출 계획이나 해외 갤러리와의 협업 등을 계획하고 계시가요?


A4. 길게 호흡하고 탄탄하게 준비한 전시를 시도하고 싶은데, 이상이 명료하다보니 외려 현실적으로 시도가 쉽지 않아요. 실상은 연락오는 해외 작가님들이나 매체들에도 충분히 답변하지 못하고 있으니 부끄러운 일입니다. 내년부터는 못해왔던 이런 저런 영역들을 시도할 예정이에요. 좋은 전시장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덕목이죠.


Q5. 1~3년 안에 오브가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요? 그리고 더 장기적인 계획도 궁금합니다.


A5. 좋은 책 한 권 만들 계획이 있죠. 지난 전시들을 단순히 병렬적으로 엮거나 회상하는 식의 단편 모음집이 아닌, 나름의 근사한 방식을 고민 중이에요. 이 인터뷰를 읽게 된 누군가 추천해 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좋은 제안에는 항상 열려 있습니다.


Q6. 을지로 오브가 어떻게 사람들에게 기억되었으면 좋을까요?

A6. 이것저것 열심히 해보려는 공간? (웃음)



interviewr. 박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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