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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 들어설 제2세종문화회관, 이대로 괜찮은가
관료적 행정이 만든 죽어버린 상상력
: 여의도에 들어설 제2세종문화회관, 이대로 괜찮은가
여의도 한복판에 또 하나의 문화시설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최근 서울시가 제2세종문화회관 공모 당선작을 공개한 것인데요. 공연장과 전망대가 결합된 ‘시민 개방형 복합 공간’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029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이 프로젝트는 여의도를 세계적 도심문화공원으로 재편하겠다는 원대한 비전을 제시합니다.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의 사업인 제2세종문화회관의 조감도
국제금융 허브이자 한강 라이프스타일의 중심지로 자리 잡은 이 지역에서 ’쉼의 영역‘을 확장하려는 시도는 분명 타당합니다. 그동안 동서로 단절된 동선을 다시 잇고 단순 근린공원 기능을 넘어 문화적 프로그램을 담겠다는 목표 역시 시대가 요구하는 방향과 맞닿아 있죠. 그렇기에 이번 사업의 목적 자체는 충분한 설득력이 있습니다.
문제는 언제나 ’해법’에 있는데요. 서울이라는 도시는 이미 한강이라는 압도적인 공공성을 품고 있다는 것이죠. 지름길처럼 서울의 평면을 관통하는 수변 공간 덕분에 서울 시민은 언제 어디서든 아름다운 도시 경관에 다가갈 수 있는데요. 나아가 여의도 한강공원은 이미 도심 속 자연과 휴식이 교차하는 대표적인 장소 중 하나입니다. 이 상황에서 또 하나의 공원과 공연장을 덧대는 선택이 지역 인프라 확장과 그 잠재력을 넓힌다고 말하기가 참으로 난처합니다. 급변하는 시대에 장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에 없던 고민과 기획이 필요한 지점이기 때문이죠.
기능만을 담은 건축이 새 시대를 장식할 랜드마크가 될 수 있을까요?
(좌) 쇠락한 항구 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해 '하펜시티 프로젝트' 일환으로 조성된 독일 함부르크의 엘프필하모니
(우) 동대문운동장 부지를 재개발하여 도심재생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조성된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는 노후 경기장 부지를 허물고 들어선 프로젝트로 일대를 패션과 디자인 관광의 거점으로 재편하며 도심 재생의 촉매 역할을 하였고, 함부르크의 엘프필하모니는 오래된 항만 창고 위에 올린 콘서트홀로 하펜시티의 활기를 불어넣으며 개관 이후 수천만 명이 찾는 도시의 얼굴로 성장했습니다. 홍콩의 웨스트 콜룬 문화지구와 M+는 매립지였던 수변을 새로운 예술 지구로 전환하며 해안선을 따라 거대한 공원과 복합 문화 인프라를 동시에 구축했습니다. 단순히 전망대일 뿐인 토마스 헤더윅의 ‘베슬(Vessel)’은 이미 모든 공간이 포화된 뉴욕 한복판에서 관광지 속 새로운 목적지를 만들어내며 과밀한 도시를 영리하게 해석한 사례죠.
이 흐름에서 공공건축은 더 이상 ‘경관에 무난하게 녹아드는 건물’에 머물러서는 충분한 가치를 만들기 어렵습니다. 오늘날의 랜드마크는 새로운 도시적 내러티브를 제시하는 능력, 그리고 결국엔 시선을 사로잡는 이색적인 조형을 자랑해야 하죠. 당선 이유인 외부 스크린과 전망 공간이라는 기능 중심의 일차원적인 설명은 3만 평 부지의 4천억 규모에 달하는 프로젝트에 비해 공백이 너무 많습니다. 도시가 직면한 문화적 질문에 대한 선제적 제안이라기보다 관료적 행정 문법이 반복된 인상을 지울 수 없는데요.
한강의 풍경은 이미 넉넉합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풍경을 넘어 미래의 장면을 어떻게 앞당길 것인지에 대한 과감하고 똑똑한 비전입니다.
Editor. 전지은
Image. PROJECT SEOUL, C3KOREA, Elbphilharmon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