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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는 끝이 없는 예술이다
연기는 끝이 없는 예술이다
: "배우는 딴따라가 아니라 예술가"
2025년 11월 25일 새벽, 한국 연극계의 거목 #이순재 배우가 향년 91세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1956년 연극 무대에 첫발을 디딘 이후 70년 가까이 현역으로 활동해 온 그는, 생의 끝까지 “무대에서 쓰러지는 것이 소망”이라고 말하던 예술가였습니다. 그의 타계는 단순히 한 배우의 죽음이 아니라, ‘연기란 무엇인가’를 평생 몸으로 증명해 온 한 예술가의 여정이 막을 내렸다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연기에는 완성이 없다”, “예술은 본래 미완성이다”라는 생각은 이순재가 평생 반복해 온 핵심 신념이었습니다. 그에게 연기는 이미 이룬 명성에 머무는 직업이 아니라, 죽는 순간까지 더 높은 경지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 끝없는 창조 행위였죠. 고령에도 체호프의 ‘갈매기’, 셰익스피어의 ‘리어왕’ 같은 비극 무대에 선 이유도 분명했습니다. 배우는 항상 새로운 역할에 도전해야 하며, 같은 연기를 반복하는 순간 예술가로서는 이미 멈춘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이 예술관은 말로만 머무르지 않고 현장에서의 태도로 구현됐습니다. 연극 연습과 공연 중 무대에서 부상을 입고도 끝까지 장면을 수행한 일화는 유명하고, 모친상을 당한 날에도 “공연은 예정대로 올려 달라”고 요청하며 관객과의 약속을 지켰습니다. “무대는 관객과의 약속”이라는 그의 생각은, 예술가란 개인적 사정보다 작품과 관객에 대한 책임을 먼저 두는 존재라는 윤리를 보여줍니다. 대본을 크게 인쇄해 늘 들고 다니며, 누구보다 먼저 연습실에 도착해 암기와 발성을 반복했다는 증언들 역시, 연기를 머리로 이해하는 이론이 아니라 몸으로 버티는 노동으로 여긴 그의 신념을 드러냅니다.
이순재는 “배우는 딴따라가 아니라 예술가”라는 말을 여러 자리에서 남기며, 연기를 사회적 존엄과 책임을 지닌 예술 행위로 규정했습니다. 상업적 이익보다는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와 인물의 의미를 기준으로 역할을 선택했고, “반짝 인기가 아니라 오래 은은하게 가는 배우”를 지향하며 70년에 가까운 여정을 이어왔죠. 그가 남긴 것은 화려한 필모그래피만이 아니라, 예술가란 완성을 소유하는 사람이 아니라 미완의 과정을 끝까지 살아내는 사람이라는 하나의 기준점입니다. 연기는 끝이 없는 예술이고, 배우는 그 미완을 기꺼이 짊어지는 존재라는 사실을, 이순재는 91년의 생으로 증명하고 떠났습니다.
Image. 아이엠티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