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제니가 폴리 마구를 오마주한 진짜 이유



폴리 마구 vs 제니, 두 시대의 뮤즈

: 제니가 폴리 마구를 오마주한 진짜 이유



1966년, 윌리엄 클라인의 영화 ㅇ는 패션계가 여성을 소비하는 방식을 신랄하게 풍자했습니다. 영화 속 폴리는 파리 패션계의 슈퍼모델이지만, TV 크루와 편집장의 시선 아래 끊임없이 해부되는 대상일 뿐이었죠. 그녀가 남긴 "사진을 찍을 때마다 내 안에 나라는 존재가 조금씩 사라지는 것 같아"라는 대사는, 이미지 산업이 여성의 자아를 어떻게 지워내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영화의 오프닝은 잔혹하게 화려합니다. 금속판 드레스를 입히는 과정에서 팔이 베어 피가 나도 “파운데이션 바르면 된다”는 한마디로 정리되는 런웨이. 이 과잉은 1966년 파코 라반의 실험적 컬렉션을 과장한 패러디로, ‘옷을 위해 존재하는 몸’이라는 구조를 노골적으로 드러냅니다.




(좌) 제니의 v매거진 화보(January 2026 Issue)
(우) 1960년대 유명 모델이자 배우 도니알 루나, 〈Who Are You, Polly Maggoo?〉의 한 장면



그로부터 60년이 흐른 2026년, #제니(@jennierubyjane)의 V 매거진 화보는 같은 흑백 패턴과 과장된 액세서리를 소환하지만, 그 의미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트위기 느낌의 60s 칵테일 무드보드에 'Polly Maggoo'를 레퍼런스로 삼은 이번 촬영에서, 제니는 폴리처럼 시선에 포획되는 대신 렌즈를 지휘합니다. 시선의 주도권이 바뀐 것이죠.




(좌) 제니의 v매거진 화보(January 2026 Issue)
(우) 1960년대 유명 모델이자 배우 도니알 루나, 〈Who Are You, Polly Maggoo?〉의 한 장면



K-팝 아이돌로서 늘 카메라 아래에 있었던 제니는, 이제 그 시선의 구조 자체를 재편집하는 크리에이터가 되었습니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결정과 아이디어가 100% 내게서 나온다. 그래서 모든 것을 내가 소유하는 느낌"이라고 말하며, 자신의 이미지를 스스로 설계하는 세대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60년대 패션계가 금속 드레스로 여성의 몸을 조각처럼 다뤘다면, 제니는 그래픽 패턴을 갑옷처럼 두르고 자신을 만화적 아이콘으로 재창조하죠.




제니의 V매거진 화보(January 2026 Issue)와 윌리엄 클라인의 영화 포스터



폴리의 엔딩이 파리의 회색 거리로 흩어지는 존재론적 우울이라면, 제니의 결말은 '페르소나를 설계하는 사람'으로 남습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가 다시 묻게 되는 질문은 조금 달라집니다. “너는 누구니?” 이 질문은 더 이상 누군가의 평가가 아니라 내가 나를 어떻게 연출할지 정하는 질문이 됩니다. 이 화보는 두 시대 뮤즈의 대비를 통해 묻습니다. 누가 진짜 카메라를 지배하는지.


Image. @jennierubyjane @vmagazine <Who Are You, Polly Maggoo?> Film still


#제니 #jennie #윌리엄클라인 #폴리마구

추천 콘텐츠

이슈

예술과 자본
'아트워싱'에 대하여

요즘 인스타그램 피드에는 온통 #퐁피두센터한화(@centrepompidouhanwha)로 가득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쏟아지는 이미지 속에서 ‘아트워싱(Artwashing)’이라는 단어, 발견하셨나요? 아트워싱이란 예술을 이용해 잘못된 행동이나 이미지를 깨끗이 씻어내는 행위를 뜻합니다.

이슈

제리 고고시안 계정주, 힐데 린 헬펜스타인 사망

숨기기에만 급급했던 미술계 이면의 문제들. 그 오랜 침묵을 밈 하나로 깨뜨린 #제리고고시안(@jerrygogosian)의 계정주, #힐데린헬펜스타인(Hilde Lynn Helphenstein, 1985–2026)이 5월 31일 브라질 상파울루의 한 호텔 객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향년 40세. 현지 경찰은 이를 의문사로 보고 수사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이슈

한국 경매 사상 최고가, 요시토모 나라의 작품

지난 3월 31일, #서울옥션(@seoulauction) 강남센터 ’컨템포러리 아트 세일‘에서 #요시토모나라(@michinara3)의 2016년작 〈아무것도 아니야(Nothing about It)〉가 150억 원에 낙찰됐습니다. 국내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입니다. 불과 네 달 전인 2025년 11월, 마르크 샤갈의 〈꽃다발(Bouquet)〉이 94억 원에 낙찰되며 세운 기록을 단번에 갈아치웠죠.

이슈

MoMA, 뉴욕 소호에 슈퍼마켓을 열다

장보기라는 일상적인 풍경을 디자인으로 바꿔 본다면 어떤 장면이 펼쳐질까요? 1월 7일, #MoMA디자인스토어(@momadesignstore)가 뉴욕 소호에 가짜 음식(Faux-Food)으로 채운 《MoMA Mart》를 열었습니다. 이곳에는 신선한 먹거리 대신, 음식의 형태를 장난스럽게 모방한 디자인 오브제들이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이슈

재즈를 눈으로도 듣게 하는 주니아 린의 감각

L-a-u-f-e-y, 많은 사람이 라우페이라고 발음한다는 그녀의 이름은 #레이베이(@laufey)입니다. 1999년생인 이 재즈 팝 가수는 24살에 이미 그래미를 거머쥐었고, 2026년 2월 열리는 제68회 그래미 어워드에 또 한 번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슈

돌과 드레스를 재해석한 루이 비통 베이징 플래그십

#루이비통(@louisvuitton)이 베이징 싼리툰에 새로운 플래그십 스토어를 공개했습니다. 일본 건축가 #아오키준(@asfrom2020)이 설계한 이 건물은 도쿄, 오사카에 이어 루이 비통과의 긴 협업이 한 단계 더 진화한 결과물인데요. 이번 프로젝트에서 그는 중국 고전 정원의 핵심 요소인 타이후석과 니콜라 제스키에르의 2016 S/S 실버 드레스라는, 언뜻 전혀 다른 두 세계를 하나의 유리 표면 위에 겹쳐놓았습니다.

이슈

루이 드나보가 디자인한 파리의 독립 영화관 엘리제 링컨

샹젤리제 근처, 1969년부터 파리 예술영화의 한 축을 지켜온 엘리제 링컨이 수개월간의 대대적인 리뉴얼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이번 변신을 이끈 이는 파리의 공간 디자이너 #루이드나보(@louis_denavaut)인데요. 동시대 미술계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그는 공간을 단순한 기능의 집합이 아니라 ”예상 밖이지만 설득력 있는 세계로 관객을 데려가는 예술 행위“로 바라봅니다.

이슈

가장 평범한 순간을 담던 해변 사진의 거장, 마틴 파

해변을 무대로 평범한 사람들의 순간을 담아온 영국 포토그래퍼 #마틴파(@martinparrstudio)가 73세로 별세했습니다. 작년 여름, 우리는 그의 해변 사진 연작을 소개하며 휴가철 바다의 진짜 풍경을 이야기한 적 있었는데요. 그를 기리며 당시의 글을 다시 꺼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