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소개
길거리에서 긁어낸 차별, 빈곤, 범죄의 역사
길거리에서 긁어낸 차별, 빈곤, 범죄의 역사
: 마크 브래드포드의 아시아 최대 대규모 개인전
#아모레퍼시픽미술관(@amorepacificmuseum)에서 마크 브래드포드(@markbradfordart)의 아시아 최대 대규모 개인전 《Mark Bradford: Keep Walking》이 열리고 있습니다. 로스앤젤레스 거리를 걸으며 수집한 포스터, 전단지, 신문지 같은 도시의 잔해를 해체하고 재구성해 온 그는 ‘사회적 추상(Social Abstraction)’이라는 독자적 회화 언어를 구축한 세계적인 인물인데요. 이번 전시는 평면 회화뿐 아니라 영상과 대형 설치 작업까지 망라하며, 서울을 위해 새롭게 제작된 신작이 포함되어 있어 더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좌) 마크 브래드포드, 150 Portrait Tone, 2017
(우) 마크 브래드포드, 그는 잿더미의 왕이 되기 위해서라도 나라가 타오르는 것을 볼 것이다(He Would See This Country Burn if He Could be King of the Ashes), 2019, 혼합재료
도시의 표면은 언제나 상처투성이입니다. 빛바랜 전단지, 뜯겨 나간 포스터, 흙먼지에 덮인 간판 조각들. 누군가에게는 치워버려야 할 잔해이지만, 브래드포드에게 그것은 도시가 써 내려간 또 다른 역사이자 영감의 속삭임으로 다가오죠. 로스앤젤레스 거리를 걸으며 수집한 ‘길거리 재료’는 그의 손끝에서 켜켜이 쌓이고 긁히며, 추상과 사회적 맥락이 맞물린 독특한 화면으로 재탄생합니다.
어머니가 운영하는 미용실 일을 도우며 생계의 최전선에서 나고 자란 브래드포드에게 ‘길거리’는 당대(70~80년대) 미국 사회의 파괴적인 이면을 영사하는 필름이자, 공동체의 숨은 역사를 기록한 살아 있는 아카이브였습니다.
거리의 벽에는 흑인 커뮤니티를 위한 구인 광고와 미용실 가격표, 사회 운동을 알리는 전단과 상점 세일 안내문이 뒤엉켜 붙어 있었고, 그 위로는 인종 차별, 빈곤, 범죄, 도시 재개발의 그늘이 겹겹이 덮였습니다. 브래드포드는 이 종잇조각들이 단순한 생활 정보지가 아니라, 사회의 균열과 사람들의 목소리를 증언하는 일종의 ‘비공식 기록’임을 직감했죠. 훗날 그는 이러한 거리의 잔해를 캔버스 위로 옮기며 ‘사적인 기억’과 ‘사회적 현실’을 동시에 품은 회화 언어를 구축하게 됩니다.
(좌) 마크 브래드포드, Constitution IV, 2013, 캔버스에 혼합재료
(우) 마크 브래드포드,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 2023, 캔버스에 혼합재료
그래서 브래드포드의 작업은 ‘무엇을 그렸는가?’보다 ‘무엇을 긁어냈는가?’에 주목하게 만듭니다. 화면에서 벗겨지고 드러난 층위들은 가려진 (그러나 분명히 존재해 온) 역사가 표면 아래 숨 쉬고 있음을 환기하죠. 그의 회화는 도시가 말하는 방식인 소음과 잔해를 번역하는 시각적 통역입니다.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Float, 2019>는 걸음을 옮길 때마다 시야가 변주되는 공간 설치로, 관람객이 마치 다채롭고 무질서한 도시 골목을 걷는 듯한 감각을 선사합니다. 한편, 서울 전시에서 처음 선보이는 신작 <*Here Comes the Hurricane*, 2025> 는 거대한 회오리처럼 몰아치는 색과 질감으로 강렬한 에너지를 응축해 관람객을 흥분시키죠.
(좌) 마크 브래드포드, 떠오르다(Float), 2019, 혼합재료
(우) 마크 브래드 포드
‘Keep Walking’이라는 제목은 도시 사회를 끊임없는 발걸음으로 기록하고 번역하는 그의 예술적 삶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만나는 이번 전시는 우리가 매일 지나치는 표면 속에 어떤 이야기가 켜켜이 쌓이고 있는지 들춰보게 하는데요. 서울 도심 속, 그의 걸음이 새겨진 이곳을 걸으며 우리는 또 어떤 기억과 기록을 발견할 수 있을까요?
《Mark Bradford: Keep Walking》
∙ 마크 브래드포드, 아시아 최대 규모 개인전
∙ 2025.08.01 ~ 2026.01.25
∙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100
Editor. 전지은
Image. Mark Bradford, Hauser & Wirth, Staatlichen Museen zu Berlin,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michelleoba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