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소개
논란의 중심, 데미안 허스트
논란의 중심, 데미안 허스트
: 작품인가, 브랜드인가. 허스트를 둘러싼 불편한 질문
죽음은 직면해야 하는가, 소비되어야 하는가. 데이미언 허스트(@damienhirst)의 아시아 최초 대규모 회고전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가 #국립현대미술관(@mmcakorea) 서울관에서 오는 6월 28일까지 열리고 있습니다. 약 40년에 걸친 작업 50여 점이 한자리에 모인 이번 전시는 개막 전부터 미술계의 온도를 높였죠. 허스트를 둘러싼 논란은 작품의 충격적인 외양에서 시작해 생명윤리, 저자성, 시장 권력의 문제로 깊게 뻗어 있습니다. 그 논란의 한복판에 있는 작가를 국립기관이 불러들인 것입니다.
Damien Hirst: Nothing Is True But Everything Is Possible (2026), MMCA,
가장 오래된 논쟁은 그의 작업이 생명을 재료로 삼는다는 데 있습니다. 상어, 소, 양을 포름알데히드 수조에 넣어 보존한 작업들은 죽음을 정면으로 응시하게 한다는 점에서 강렬하지만, 동물권 단체와 비평가들은 ’죽음의 이미지를 다루는 것‘과 ’실제 동물의 죽음을 전제로 한 작업‘ 사이에는 분명한 윤리적 거리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잔혹함을 럭셔리 브랜드로 포장했다는 비판은 그의 가장 유명한 작품들을 따라다니는 그림자입니다.
저자성과 진정성에 대한 의심도 뒤따릅니다. 점 그림 시리즈 약 1,500점 중 허스트가 직접 그린 것은 5점 안팎이며, 그는 ”귀찮아서 직접 안 했다“고 공개적으로 말했습니다. 2024년 가디언의 조사는 1990년대 작품으로 유통된 일부 포름알데히드 조각이 실제로는 2010년대 중반에 제작된 것임을 밝혀냈고, 허스트 측은 이를 ’아이디어가 시작된 연도‘라고 해명했죠. 제작연도는 작품의 역사적 맥락과 시장 가치를 결정짓는 정보라는 점에서 단순한 표기 실수로 보기 어렵습니다. 2008년에는 갤러리를 우회해 소더비에 신작 200여 점을 직접 올려 2억 달러 가까이 판매하며 전통적인 갤러리-컬렉터 구조를 뒤흔들기도 했죠. 예술인지 자본인지, 아이디어인지 브랜드인지. 허스트를 둘러싼 질문들은 그의 작업 방식 자체에서 비롯됩니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 데이미언 허스트 개인전
그렇다면 국립현대미술관은 왜 지금 허스트를 택했을까요. 수석 큐레이터 송수정은 ”이 시기 반드시 봐야 할 작가라면, 더 늦기 전에 보여주는 것이 가장 시의적절하다“고 말합니다. 국현은 허스트가 상업주의와 스펙터클 논란의 한가운데 있는 작가임을 인정하면서도, 바로 그렇기 때문에 죽음·자본·제도라는 주제를 한국 맥락에서 공론화하기 위한 가장 강한 큐레이토리얼 선택이라고 밝힙니다. 논쟁을 피한 것이 아니라, 논쟁 자체를 전시의 동력으로 삼은 것이죠.
(좌) 데이미언 허스트 <For the Love of God>
(우) Damien Hirst's Pills and Medicine
허스트의 작업 앞에서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놓입니다. 논란을 알고도 작품에 압도된다면, 그것은 미학적 감동인가 스펙터클에 대한 반응인가. 반대로 논란 때문에 작품을 외면한다면, 우리는 작품이 아니라 작가의 서사를 심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동물의 죽음 위에 세워진 아름다움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조수의 손으로 완성된 그림에서 작가의 개념을 읽어낼 수 있는가, 자본과 노골적으로 결탁한 예술에도 예술로서의 자리를 내어줄 수 있는가. 이 질문들 앞에서 내리는 판단은 허스트에 대한 것이기도 하지만, 예술을 대하는 자기 자신의 기준을 드러내는 일이기도 합니다. 전시장을 나서며 무엇을 느꼈든, 그 감각의 출처를 한 번쯤 들여다보는 것. 어쩌면 그것이 이 전시가 건네는 가장 솔직한 질문은 아닐까요.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
∙ 데이미언 허스트의 아시아 최초 대규모 개인전
∙ 2026.03.20 – 2026.06.28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서울 종로구 삼청로 30
Image. 국립현대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