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소개
도널드 저드의 국내 최초 가구 전시
미니멀리즘 가구의 원조를 만나다
: 도널드 저드의 국내 최초 가구 전시
#도널드저드(Donald Judd, 1928-1994)는 회화에 실망한 예술가였습니다. 캔버스 위에서 아무리 밀고 당겨도 예술적 표현이 끝내 평면으로만 남았기 때문이죠. 저드는 그 한계를 외면하지 않았고, 공간 전체를 작품의 조건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작품들은 관습적 형태에 희석되지 않는다.”
눈으로 읽히는 이미지가 아니라 존재로 인지되는 작품, 바라보는 대상이 아니라 거리와 시점에 따라 서로 작용하는 ’3차원의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저드는 비로소 자신의 언어를 얻었습니다.
이렇듯 우리가 미니멀리즘 아티스트로 기억하는 도널드 저드의 출발점은 ‘스타일’이 아니라 ’문제의식‘이었는데요. 저드는 회화적 표현이 충분하지 않았고, 그 사실을 과감히 인정하며 다음 차원으로 빠르게 넘어갔죠. 이 태도가 곧 조각과 설치를 넘어 가구로까지 확장됩니다.
도널드 저드의 초기 가구 디자인과 Wintergarden Bench(1980)
저드가 가구를 만들기 시작한 이유 역시 분명합니다. 마음에 드는 가구가 없었기 때문. 주변에 구할 수 있는 가구라곤 죄다 차가운 철제 덩어리나 빅토리아 시대를 모방한 흉물밖에 없었다던 저드에게, 작업실과 생활 공간에 둘 가구를 직접 만들기 시작한 것은 정해진 운명이었습니다. 이는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탐구하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되는데요.
재료를 그대로 드러낼 것
기능은 단순하고 분명할 것
구조는 안정적이고 명료할 것
장식적인 요소를 철저히 배제하고 기능에 따라 직관적인 형태를 자랑하는 반듯한 가구 디자인이 탄생합니다. 따라서 저드의 가구는 그 첫인상이 아주 단단하고 단호합니다. 오늘날 시선에서는 그 모습이 밋밋한 미니멀 디자인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1970년대 맥락에서 보면 그 형태는 예술과 생활의 관계를 다시 정의하는 진취적인 실험이었죠.
(좌) 도널드 저드 〈무제(untitled)〉1980
(우) 2017 Donald Judd Furniture installation in New York
흥미로운 점은 저드가 미니멀리즘이라는 단어에 끝까지 거리를 두었다는 것입니다. 특정 사조로 묶이는 순간 작업은 스타일로 환원되기 쉽기 때문인데요. 그에게 중요한 것은 조형의 간결함이 아니라, 자신만의 이데올로기를 생활 영역까지 확장해 반복적으로 증명하려는 태도였습니다.
더 나아가, 저드는 자신의 가구가 예술품이 아님을 재차 언급했습니다. 쓰임을 전제로 한 창작물이 감상의 틀에 갇히는 것을 경계한 것이죠.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저드의 가구는 쓰일수록 더 많은 사유를 남깁니다. 앉고, 올려두고, 지나치는 사이 우리는 이 멋진 디자인의 원천이 자꾸만 궁금해지죠. 쓰기 위해 만든 가구가 끝내 사유의 도구가 되었을 때, 그것은 조용히 예술의 자리에 앉습니다.
조각가 손에서 태어난 이 의자 앞에서 예술과 생활은 더 이상 대립하지 않습니다. 대신 아주 정직한 형태로, 나란히 서 있을 뿐입니다.
현대카드 스토리지《Donald Judd: Furniture》 전시 설치뷰
《Donald Judd: Furniture》
∙ 도널드 저드의 국내 최초 가구 전시
∙ 2025.11.27 – 2026.12.26
∙ 현대카드 스토리지,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248 B2
Editor. 전지은
Image. 현대카드, 타데우스로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