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소개
노구치의 정원에서 만나는 타이가 타카하시의 유산
노구치의 정원에서 울린 과거의 목소리
일본계 미국인으로서 20세기를 대표하는 조각가, 이사무 노구치(Isamu Noguchi, 1904-1988)의 ’천국(Heaven)‘이 새로운 예술적 실험의 무대가 되었습니다. 타이가 타카하시(@taigatakahashi)가 도쿄 소게츠 회관에 마련된 노구치의 돌의 정원에서 전시 《T.T I-A 02 유물의 소리를 듣다: 응용고고학의 정원》을 선보인 것인데요. 이 전시는 타카하시가 살아생전 탐구해 온 ‘응용고고학’이라는 개념과 그 유산을 기념한 시간이었죠.
뉴욕과 교토를 기반으로 활동했던 디자이너이자 아티스트, 타이가 타카하시는 고대 유물과 빈티지 오브제를 통해 시간의 흐름을 탐구하는 예술가이자 연구자로 본인의 작업을 ‘응용고고학(Applied Archaeology)’이라는 새로운 방법론으로 접근해 왔죠. ‘오랜’ 물건을 단순한 형태적 아름다움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물성이 담고 있는 역사적, 문화적 층위를 재해석하는 데 집중한 것인데요. ‘세월에도 변치 않는 가치’를 발견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타카하시는 더 이상 우리 곁에 없지만, 그의 철학과 예술적 실험은 ‘T.T(Taiga Takahashi)’라는 팀으로 계승되어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의 이름을 내건 ‘T.T I-A(Taiga Takahashi Institute of Archeology)’라는 프로젝트 역시 타카하시의 철학을 기념하고 계승하는 것인데요. 응용고고학의 정원에서는 타카하시가 직접 수집한 약 300점의 빈티지 아카이브, 옷, 유물, 조각 작품을 선보여 과거의 미학이 현재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시간이었죠. T.T는 전시품의 ’목소리‘를 듣고자 하는데요. 수집품 하나하나가 지닌 물리적 특성과 감각적인 요소를 해석하여 마치 속삭이고 있는 과거의 지혜에 귀를 기울이는 노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전시가 더욱 특별했던 이유는 그 장소에도 있습니다. 건축가 단게 겐조가 설계한 소게츠 회관은 물론, 이사무 노구치의 손길이 닿은 전시 공간 ‘천국(Heaven)’을 무대로 하고 있기 때문인데, 노구치는 돌이라는 고정된 물질 안에 유기성을 불어넣으며 자연과 인간이 공명하는 정원을 설계했죠. 타카하시의 정신은 이 노구치의 공간과 맞닿아 있습니다. 물질을 통해 시간성을 탐구하는 그의 예술적 접근법은 노구치의 철학과 본질적으로 같은 맥락을 공유합니다. 이사무 노구치의 공간에서 타이가 타카하시의 작품이 만나면서, 우리는 또 다른 시공간적 경험을 마주할 수 있었는데요. ‘돌의 정원’이 ‘응용고고학의 정원’으로 변모하는 순간 속에서 우리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관통하는 불변의 가치를 찾았을지도 모릅니다.
이사무 노구치(1964) ©The Isamu Noguchi Foundation and Garden Museum
Editor. 전지은
Image. @taigatakahash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