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류자쿤이 세계적인 건축가로 자리 잡은 이유
텐바오 동굴 지구 복원(The Renovation of Tianbao Cave District of Erlang Town) Sichuan, China, 2021
유행은 멀리, 본질은 가까이 : 프리츠커 수상자 류자쿤
중국 건축가 #류자쿤(@jiakunarchitects)이 2025 프리츠커 건축상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프리츠커는 건축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그는 아이 엠 페이(I.M. Pei, 1983년 수상), 왕수(Wang Shu, 2012년 수상)에 이어 이 상을 받은 세 번째 중국 태생 건축가가 되었죠. 지역성과 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한 그의 건축은 도시와 자연, 과거와 현재를 잇는 매개체로서 공공적 가치에 주목합니다.
(우) 텐바오 동굴 지구 복원(The Renovation of Tianbao Cave District of Erlang Town) Sichuan, China, 2021
(가운데, 좌) 쑤저우 황실 벽돌 박물관(Suzhou Museum of Imperial Kiln Brick) Suzhou, China, 2016
류자쿤의 건축은 장소의 맥락을 깊이 탐구하며, 지역성과 역사적 요소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방식이 특징입니다. 그는 건축을 통해 공동체의 기억을 보존하고, 공간이 인간의 행동과 정서를 조형하는 메신저가 되도록 설계하죠. 대표적인 예로 ‘웨스트 빌리지(West Village)’는 청두의 밀집된 도시 환경 속에서 열린 공공 공간을 창출한 프로젝트로 계층에 상관없이 모두가 한데 어우러지는 경험을 제안합니다. ‘톈바오 동굴 재생 프로젝트(Tianbao Cave Renovation, Luzhou, 2021)’는 자연환경과의 조화와 역사적 가치를 중시한 설계로 지역 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고, ’쑤저우 황실 벽돌 박물관(Suzhou Museum of Imperial Kiln Brick, 2016)‘은 전통 벽돌 제작 기술을 보존하면서도 현대적인 박물관으로 재탄생시켜 과거 유산과 현대 건축이 조화를 이루는 방식을 보여줍니다.
(좌) 시계박물관(Museum of Clocks, Jianchuan Museum Cluster) Chengdu, China, 2007
(우) 충칭 쓰촨 미술대학(Department of Sculpture, Sichuan Fine Arts Institute) Chongqing, China, 2004
류자쿤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의 건축이 단순한 양식이 아니라, 그가 속한 장소와 시대를 반영하는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중국이라는 땅 위에서, 중국적인 방식으로 건축을 실천해 왔는데요. 해외 유명 건축사무소에서 경험을 쌓은 뒤 글로벌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국제적인 흐름을 타는 스타 건축가로서의 전형적인 루트와는 달리, 류자쿤은 중국 내에서 지역성과 공공성을 깊이 탐구하며 독자적인 건축 세계를 구축했습니다. 이러한 지역 기반의 건축적 접근은 아이러니하게도 세계 무대에서 그의 건축이 독보적인 매력으로 빛날 수 있는 초석이 되었죠.
(좌) 루예웬 석조 조각 미술관(Luyeyuan Stone Sculpture Art Museum) Chengdu, China, 2002
(우) 수진팡 박물관(Shuijingfang Museum) Chengdu, China, 2013
오늘날 디자인과 건축에서 ‘보편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국제적인 트렌드에 맞춰 기능적이고 세련된 형태를 구현하려는 시도가 많아지면서, 오히려 개성이 지워진 천편일률적인 결과물이 범람하고 있는데요. 류자쿤은 이와 정반대의 태도로 건축을 대합니다. 그는 장소가 가진 맥락을 깊이 고민하고, 그곳에서 비롯된 건축 적 언어를 개화하는 것에 몰두해 왔죠. 류자쿤의 건축이 현대 건축에서 유독 특별하게 보이는 이유도 바로 이 지점에 있는데요. 그의 작업은 단순한 ‘스타일링’이 아닙니다. 어떤 장소의 본질을 찾고, 그것을 동시대 감각에 맞게 재해석하는 ‘태도’인 것이죠.
류자쿤
류자쿤이 세계적인 건축가로 자리 잡은 이유는, 그가 전 세계 어디서든 통할 법한 건축을 만든 것이 아니라 오직 중국에서만 만들어질 수 있는 건축을 완성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중국 건축’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그것을 동시대와 조화롭게 이어가며 자신만의 건축 언어를 구축했죠. 트렌드에 편승해 ‘예쁘고 깔끔한’ 결과물만을 좇았다면, 그의 건축이 지금처럼 강렬하지는 않았을 텐데요. 진정한 창작이란 어디까지나 ‘고유한 것’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탄생한다는 것. 류자쿤의 건축이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바로 이것이 아닐까요?
Editor. 전지은
Image. Liu Jiak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