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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칸 영화제 대상 <송곳니>에서 드러난 통제와 왜곡
3컷으로 보는 ‘통제’의 미장센
: 2009 칸 영화제 대상 <송곳니>에서 드러난 통제와 왜곡
이 집의 출가 조건은 단 하나, 송곳니가 빠지는 것입니다. 아빠는 세 자녀가 아주 어릴 때부터 ‘진정한 어른’이 되어 송곳니가 빠져야만 저 높은 담장 너머로 나갈 수 있다고 가르쳤습니다.
성인이 된 자녀들이 이 황당한 말을 믿는 이유는, 단 한 번도 담장 밖 세상을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왜곡된 단어가 녹음된 테이프를 들으며 ‘집 안의 언어’를 습득했습니다. 집 밖으로 나가야만 볼 수 있는 ‘바다’는 ‘가죽 소파’라고 배웠죠.
2009년,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 대상을 거머쥔 #요르고스란티모스(@yorgos_lanthimos) 감독은 영화 #송곳니를 통해 통제와 왜곡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상상한 것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말입니다.
① 환하고 예쁜 감옥
‘통제’를 이미지로 상상해 볼까요? 오대수가 만두만 먹은 〈올드보이〉 속 사설 감옥이 떠오릅니다. 어둡고, 축축하고, 음산한 분위기가 느껴지죠.
하지만 란티모스의 통제는 눈부시게 밝습니다. 세 자녀는 자신들이 억압받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니, 그들에게 집은 안전한 낙원입니다. 햇살은 부서지고, 푸릇푸릇한 잔디밭에서의 일상은 평화로워 보이죠.
이처럼 평화로운 공간이 관객에게 기이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 안에 담긴 인물을 포착하는 카메라의 시선이 절대 평화롭지 않기 때문입니다.
② 잘려 나간 주체
일반적인 영화에서 인물을 담을 때는, 머리 위 공간을 확보해 안정감을 줍니다. 그러나 란티모스는 과감히 인물의 머리를 잘랐죠.
이 ‘참수된 구도’는 인물을 부품처럼 보이게 만듭니다. 영화에서 인물의 얼굴, 특히 눈은 캐릭터의 감정을 드러내는 큰 수단인데, 란티모스는 이를 의도적으로 감추면서 그들을 생각할 의지가 없는 ‘육체적 도구’로 전락시켰죠.
③ 의도적인 아웃포커싱
가족이 함께 식사하는 장면을 볼까요? 아빠에게만 초점이 맞습니다. 이 집안의 독재자라는 은유이자, 다른 사람에게는 집중하지 않는 태도까지 반영되어 있죠.
심도의 차이는 곧 집안의 서열입니다. 흐릿하게 뭉개진 자녀들의 형체는 그들이 가진 발언권과 존재감의 농도를 대변하죠.
이 장면에서의 아웃포커싱은 촬영 기법을 넘어 정보의 비대칭을 상징합니다. 아버지만이 세상의 선명한 실체를 독점하고 있으며, 나머지 가족들은 그가 허락한 흐릿한 잔상 속에서만 살아가야 한다는 선언과도 같죠.
요르고스 란티모스는 단 한 번도 ‘독재’나 ‘억압’을 소리 높여 외치지 않습니다. 대신 공간과 인물의 배치를 통해 권력의 본질을 증명해 냈죠. 때로 폭력은 몽둥이가 아니라, 너무나 매끄럽고 완벽하게 설계되어 의심할 여지조차 없는 아름다운 풍경 뒤에 숨어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바다’라고 믿으며 앉아 있는 이곳 역시, 누군가가 정교하게 설계한 ‘프레임’은 아닐까요?
Editor. 김세연
Image. KINO LORBER, FILM GRAB, IM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