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아트테크의 배신, 서정아트센터 사기 사건

1천억 원을 삼킨
대한민국 미술 사기극

: 아트테크의 배신, 서정아트센터 사기 사건

미술 사기꾼에게 징역 18년이 선고되었습니다. 서정아트센터 대표에게 1심 법원이 이와 같은 판결을 내린 것인데요. 재판 과정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그는 거의 10년 전인 2016년부터 약 1,000억 원이 넘는 막대한 투자금을 편취해 왔습니다. 고액의 미술 작품을 소유하게 한 뒤, 해당 작품에 대한 대여비나 저작권료 명목으로 높은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사람들을 모았죠.

그러나 이 모든 약속은 모래 위에 쌓은 성과 같았습니다. 실제 미술품을 통해 수익을 낸 것이 아니라, 나중에 들어온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의 수익금을 메우는 전형적인 ’폰지 사기(돌려막기)‘ 수법이었습니다. 그렇게 가짜 미술 투자로 모인 돈은 결국 대표의 호화 생활을 유지하는 데 쓰였고요.

이로 인해 발생한 피해는 막대한 금전적 손실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이번 사건은 국내 미술 시장 전반에 깊은 상흔을 남겼습니다. 무엇보다 미술 시장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처참히 붕괴시켰습니다. 이는 새로운 컬렉터의 유입을 막는 것은 물론, 기존에 시장을 지탱하던 컬렉터들까지 이탈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미술품 본연의 가치나 미학적 담론은 철저히 배제된 채 오직 자극적인 재테크 모델로만 미술이 소비되면서 생태계 전체에 혼란과 박탈감을 안겼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미술품을 구매해 본 경험이 있는 소수의 컬렉터나 미술 시장 내부 종사자들만 알고 넘어갈 단발성 사고가 아닙니다. 미술을 사랑하고, 미술관을 찾는 우리 모두가 함께 들여다보고 고민해야 할 공동의 문제로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이와 같은 비극은 미술 시장의 고질적인 구조적 문제로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바로 미술 시장 특유의 극심한 ‘정보 비대칭성’ 때문입니다. 혹시 어떤 작품이 어떤 이유로, 대략 얼마의 가치를 지니며, 어떻게 유통되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쉽게 떠오르시나요? 이는 처음 미술 작품을 구매하는 대중은 물론, 내부 수요자들에게조차 좀처럼 파악하기 어려운 영역입니다.

미술품이 지닌 유일성과 자율성이라는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가격 산정이나 유통 구조가 지나치게 폐쇄적인 것은 아닐까요. 게다가 미술품 거래에 대한 법적 규제는 제도권 금융 상품과는 다르기도 합니다.

이러한 사건이 터진 이후의 반작용도 걱정인데요. 사기 사건의 여파로 규제의 칼날은 한층 더 날카롭고 엄격해질 텐데, 이로 인해 정작 보호받아야 할 중소 갤러리들과 이제 막 발을 내딛는 신진 작가들이 성장에 더 큰 어려움을 겪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미술품의 가치를 악용하는 범죄를 본질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이번 사건에 대한 엄정한 처벌이 내려져야 함은 물론입니다. 나아가 미술 시장의 정보와 구조를 컬렉터와 향유자들에게 건강하게 제공할 수 있는 방법론에 대한 논의가 이제는 정말로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Image. 오마이뉴스,일요신문,서정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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